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하에 뻗어있는 지하터널을 바닷물로 침수시키는 방법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닷물을 지하터널에 주입하는 작전 자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인질도 함께 수몰될 수 있고 환경오염 문제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가자지구 지하에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파놓은 거미줄 같은 땅굴이 존재한다. 외신에 따르면 ‘가자 지하철'(Gaza Metro)로 불리는 이 터널은 총 길이 480㎞, 최대 깊이 40m로 추정된다.
땅굴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상전이 시작되면서다.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지상전의 성패는 땅굴 전투로 갈릴 것이 관측이 이어졌다. 하지만 땅굴이 얼기설기 건설돼있는 데다 부비트랩 등을 설치할 경우 이스라엘군(IDF)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 속 최근 이스라엘이 지하터널 무력화를 위해 터널을 침수시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각)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은 이미 11월 가자지구 알샤티 난민캠프 북쪽에 대형 펌프를 5대 이상 설치했으며 같은 달 미국에도 이 작전을 알렸다고 전했다.
땅굴 침수 계획 보도에 대해 이스라엘에선 “좋은 생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5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IDF 참모총장은 땅굴에 바닷물을 들이붓는 방안에 대해 “적으로부터 터널이라는 자산을 빼앗는 것은 우리가 검토 중인 것 중 하나”라며 “좋은 생각이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닷물 주입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현재 구출되지 못한 인질 규모는 150명가량이다. 바닷물을 주입할 경우 인질들 역시 수몰될 수 있고, 두 번째로 토양이 오염되는 문제 역시 발생할 수 있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8일 YTN 뉴스라이브에서 “이미 북부 지역에서 5개의 양수기를 대서 지금 수천 제곱미터의 바닷물을 끌어서 뿌릴 수 있는 시설은 확보해 놨다”며 “그렇게 된다면 수주 내 가자지구 내에 있는 땅굴들을 다 수장시킬 수 있는 역량은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문제점이 뭐냐 하면 인질 문제, 그다음 생태계 문제”라며 “왜냐하면 바닷물을 거기에 집어넣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토양이 그 이후에 염분을 집어넣고 나서 그게 어떻게 파괴될지, 그다음에 복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문제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미국 정부에서 리포트로 어떻게 해야 하고 만약에 그렇게 됐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의 예산이 더 들어가서 복구가 돼야 하며 그런 것들이 지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며 “나름 미국 측 입장에서는 이스라엘이 이걸 감행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상황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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