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가 못 받는 것 안다. (오)지환이 형이 너무 잘 했다.”
KIA 유격수 박찬호(28)는 지난달 27일 KBO 시상식에서 오지환(33, LG 트윈스)과 유격수 수비상을 공동수상한 뒤 골든글러브 기상도를 놓고 이렇게 얘기했다. 물론 박찬호는 “받고는 싶다”라고 했지만, 마음을 비운 기색이 보였다.
박찬호와 오지환의 유격수 골든글러브 레이스. 누가 받아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2023시즌 열일 했던 두 사람이다. 그런데 KBO가 공개한 유격수 수비상 세부 데이터를 보면, 순수한 수비수치는 박찬호의 우위, 투표점수는 오지환의 우위였다.
스탯티즈 기준 수비기록도 박찬호의 근소한 우위다. WAA는 박찬호가 0.986으로 리그 5위이자 유격수 1위, 오지환은 0.748로 리그 12위다. 박찬호는 병살처리율도 68.8%로 리그 1위다. 오지환은 55.2%로 리그 9위. 전체 타구처리율은 오지환이 91.57%로 리그 12위, 박찬호는 90.49%로 리그 25위.
타격성적은 우열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130경기서 타율 0.301 3홈런 52타점 73득점 30도루 OPS 0.734 득점권타율 0.355. 오지환은 126경기서 타율 0.268 8홈런 62타점 65득점 16도루 OPS 0.767 득점권타율 0.298.
WAR은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기준 오지환이 3.63, 박찬호가 3.58이다. 반면 스탯티즈를 기준으로 삼으면 박찬호가 4.14, 오지환은 4.11이다. 여기에 오지환은 LG의 통합우승 프리미엄, 한국시리즈 MVP 프리미엄이 붙는다.
아마도 박찬호는 오지환의 각종 프리미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또한, 박찬호는 시즌 막판 부상으로 KIA의 5강 싸움에 기여하지 못한 시간도 있었다. 어쨌든 투표인단의 선택은 끝났고, 11일에는 발표만 한다.
박찬호의 지난 몇 년간 각종 인터뷰를 종합하면 골든글러브는 위시리스트 중 하나다. 국가대표 발탁 역시 또 다른 위시리스트 중 하나다. 올해 골든글러브를 받으면 객관적으로 리그 최고임을 인정받는 것이고, 못 받아도 어차피 오지환과 큰 격차는 아닐 것이다. 박찬호가 최고 유격수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래도 올해 3할을 처음으로 쳤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고, 동기부여를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내년엔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의 유격수 복귀 가능성이 있고, 김주원(NC 다이노스)은 국가대표팀 경험을 계기로 폭풍성장할 조짐이다. 박성한(SSG 랜더스), 이도윤(한화 이글스) 등의 도약 가능성도 충분하다. 어렵게 리그 최정상급 유격수가 된 박찬호로선 자리 사수에 돌입하는 2024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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