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사단체가 이번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시작한 가운데, 정부가 보건의료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은 11일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7일간 총파업 투표를 시작했으며, 오는 17일 총궐기 대회에 나선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정부의 일방적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반발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를 시작으로 의협은 지난 3일에는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이하 범대위)’를 출범했다. 범대위는 지난 6일 의협회관·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천막농성 및 철야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의협 회장이자, 범대위 이필수 위원장은 “정부의 무분별한 의대 증원 추진을 저지해 의료붕괴를 막아내겠다”며 “정부가 소통의 문을 닫고 나올수록 의료계 역시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 최대집 전 회장도 투쟁 분과위원장으로 범대위에 참여한다고 알렸다. 그는 지난 2020년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할 당시 총파업 등 강경투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의협은 오는 17일에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도 진행할 방침이다. 전국 14만 회원과 2만 의과 대학생들을 결집시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추진을 적극 저지해 나간다는 것이 의협 측의 입장이다.
다만 의사 수를 확대해 필수의료 붕괴와 고령화에 따른 의료 이용 증가에 대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행에 현재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보니, 의협의 투쟁 동력도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정부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의협 관계자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며 의협 투쟁에 찬물을 끼얹었다.
의협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지난 4일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계간지 의료정책포럼에 개제한 ‘필수의료 위기와 의대정원’이라는 시론에서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어서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지 낮 시간에는 스톱이다”고 작성해 비난을 받았다.
이에 더해 소방대원이 응급환자를 대형병원으로만 보내 일명 ‘응급실 뺑뺑이’가 생긴다고 주장해 소방청 측이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항의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의협이 파업 투표 등을 예고하자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내놓으며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전날 보건의료 재난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비상대응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관심은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보건의료 관련 단체의 파업·휴진 등에 대비해 상황을 관리하고 진료대책 점검과 유관기관 협조체계 등을 구축하는 단계다.
복지부는 “비상대응반을 설치해 그 아래에 전담팀을 두고 의료현장 혼란과 의료이용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의료계와의 대화를 충실하게 이어가되,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할 경우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지난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한편 필수의료 붕괴는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수련병원 140곳에서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를 모집한 결과, 소아청소년과 정원 205명에 53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원율로 살펴보면, 단 25.9%에 불과하다.
소위 ‘빅5’라고 불리는 상급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만 정원을 채웠으며 세브란스병원은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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