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광물을 다변화하면서도 안정성과 성능을 높이고, 특히 중저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비한 가격 경쟁력도 확보해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11일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등에 따르면 이들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총 1조7973억원을 집행했다. 3분기까지 회사별로 집행한 R&D 금액을 보면, 삼성SDI가 836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SDI는 지난해 연간 R&D 비용으로 1조763억원을 써 국내 배터리 3사중 R&D 투자 규모가 가장 컸고, 올해도 이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3분기까지 7303억원을, SK온이 2206억원을 썼다.
삼성SDI는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ASB(All Solid Battery)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했다. 이른바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조치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해 안전성과 성능을 높인 차세대 배터리다. 특히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적은 용량으로도 주행거리가 1000킬로미터(km) 이상 가능해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는 일본 도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인 2030년보다 3년 빠르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올해 3월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수원에 있는 연구소 내에 약 6500㎡(약 2000평) 규모의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시험생산) 라인 구축을 완료한 바 있다. 앞서 올해 2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SDI 수원 사업장을 방문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둘러보는 등 그룹 차원에서도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또 다른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리튬메탈전지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원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리튬메탈전지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를 리튬메탈로 대체하면서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음극재의 무게와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어 대표적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기존에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흑연 소재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공급망 리스크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한 리튬메탈 배터리는 고밀도로 제작돼 1회 충전으로 900km를 주행할 수 있다. 현재 고성능 전기차에 장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평균 주행거리(600㎞)보다 약 50% 늘어난 것이다. 이 밖에도 4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할 만큼 수명 안정성 확보도 가능하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계 복합계와 황화물계 등 두 종류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두 종류 모두 2026년 초기 단계의 시제품을 생산하고, 2028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현재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차세대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 중으로, 내년 완공 예정이다. SK온은 앞서 올해 3월 인터배터리전시회에서 고분자 복합계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SK온은 최근에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이온전도도를 갖는 산화물계 신(新) 고체전해질 공동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리튬이온전도도를 기존 대비 70% 개선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한편, 수분과 이산화탄소에 취약한 단점을 보완해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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