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지주와 은행들은 앞으로 사외이사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계획을 명문화한다. 아울러 차기 CEO 선임 절차를 최소 3개월 전에 개시함으로써 후보군에 대한 평가 시간을 충분히 두고 평가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차기 CEO 후보군을 압축하는 과정에서도 단계별 평가 결과를 기록하고 어떻게 기록했는지 내외에 공시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12일 발표했다. 금감원은 은행지주와 은행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리스크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 필요하지만, 현재 은행권 지배구조는 글로벌 기준 대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지주·은행들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형식적인 준수에만 치중한 만큼, 앞으로는 모범 관행을 통해 문화를 바꿔보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이 제시한 모범 관행은 △사외이사 지원조직·체계 △CEO 선임·경영승계절차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확보 △이사회·사외이사 평가체계 등 총 4개 주제에 30개 기본 원칙을 제시한다. 은행별 △경영 전략 △리스크 △프로파일 △조직 규모에 따라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등 원칙 중심의 유연한 적용을 추구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먼저 사외이사 지원조직·체계의 경우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에 대한 충실한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사외이사 지원을 위한 전담조직(이사회사무국)을 이사회 산하에 설치하고, 업무총괄자의 임면·성과평가에 이사회가 관여한다. 이때 전담조직은 충분한 인력 확보는 물론, 사외이사 요청사항을 독립적이고 체계적으로 처리·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CEO 선임과 경영승계 절차에선 상시후보군의 관리·육성부터 최종 후임자 선정까지를 포괄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승계계획을 마련하게 한다는 목표다. 상시후보군 선정·관리부터 CEO 자격요건, 승계절차 개시, 단계별 절차, 비상승계계획 등 중요사항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한다.
특히 CEO 경영승계절차를 최소 3개월 전으로 개시 시점을 명문화하고, 기간은 계속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후보 평가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서다. 평가방식도 성과 모니터링에서 신원조사, 심리검사, 이사회 면접, 인터뷰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다. 경영승계 절차는 단계별 평가 결과에 관한 기록을 유지·관리하고, 이에 관한 내용을 내규에 명시해 공시해야 한다. 지주가 자회사인 은행장 선임에 대해서도 은행의 임원추천위원회 역할을 충분히 보장하도록 했다.
이사회 구성이 금융·경제·경영 위주의 학계 남성으로 편중돼 있다는 점도 개선 대상이다. 이에 이사회는 집단적으로 은행 규모, 복잡성, 리스크 프로파일에 상응하는 ‘집합적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정합성 판단 기준을 점검·검토하고, 미흡 시에는 대응책을 수립하도록 이사회 책임을 명문화한다. 정합성 관리에는 ‘보드스킬 매트릭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한다. 보드스킬 매트릭스는 글로벌 금융회사가 이사회 구성의 핵심 자료로 활용하는 평가표 등을 말한다.
사외이사 후보군도 상시후보군으로 적정 규모를 관리하면서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부적합자를 제외한다. 만약 상시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은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사유·추천자를 명확히 하고, 이를 공시해야 한다. 또 사외이사진의 만기가 한 번에 찾아오지 않도록 조율한다.
마지막으로 이사회·사외이사 평가체계에선 사외이사 평가의 공정성·객관성 제고를 위해 특정 평가주체의 비중이 과도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정량평가를 확대한다. 이외에도 평가결과 등을 이사회에 공유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환류 기능을 강화하고 평가결과 공시 내용을 확대한다.
금감원은 이번 모범관행이 국내은행 지배구조의 효과적인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도록 지속 점검·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모범관행은 대부분 지주와 은행이 함께 논의한 내용”이라면서 “적용 범위가 방대한 만큼 최종안을 공유해 은행별 특성에 적합한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겠다. 향후 경영실태평가에 반영되도록 해 감독·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 제재가 없어 은행이 따를만한 유인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제재를 할 수는 없지만 경영실태평가에 이를 반영하려고 한다”면서 “지배구조의 문화를 바꿔나가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법적으로 강제할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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