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영화 ‘명량’, 2022년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 이은 마지막 작품 ‘노량: 죽음의 바다’가 오는 20일 개봉한다. 이로써 이순신의 주요 전투를 다룬 3부작 시리즈가 완성된다. 노량 해전은 이순신이 전사한 전투이자 끝까지 왜군들을 돌려보려고 하지 않은 집념의 전투라고도 기록되어있다. 올해 어려운 시기를 지난 한국 영화계가 ‘서울의 봄’에 이어 ‘노량: 죽음의 바다’를 통해 연말 반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12일 서울 강남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관련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감독 김한민, 배우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안보현, 박명훈, 박훈, 문정희가 참석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
연출을 맡은 김한민 감독은 ‘명량’, ‘한산:용의 출현’에 이어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이순신 삼부작을 제작했다.
‘명량’, ‘한산: 용의 출현’과 비교해 더 커진 해상 전투신을 준비하면서 김한민 감독은 “‘노량’은 역사적인 기록 자체도 너무나 큰 해전이었다. 내가 이 해전을 표현해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있을 때가 있었다. 그 전쟁의 중심에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있었고, 온전하게 펼쳐지는 해상 전투신에서 어땠을까를 따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100분가량의 해전이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냐는 질문에 김한민 감독은 “화두는 (일본군의) ‘완전한 항복’이었다. 전쟁이 그렇게 끝내면 안 된다는 지점. 장군님의 치열한 전쟁 수행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장군님이 돌아가시고 전후 처리가 애매해지지 않았나. 묘하게도 역사는 반복됐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가 오지 않았나. 순천이 고향인데 뛰어놀다 보면, 왜성이 있더라. 일제강점기라고 생각했는데, 임진왜란 때 세워진 것이더라. 시대를 뛰어넘어서 반복된다는 것이 어렸지만 굉장한 두려움이었다”라고 말했다.
‘듄: 파트2’로 내한한 드니 빌뇌브 감독과 만남을 가졌던바. 혹시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고 묻자 김한민 감독은 “드니 빌뇌브 감독이 나보다 두 살 형이더라. 연락이 먼저 왔다. 나도 무척이나 만나고 싶었다. ‘시카리오’, ‘컨택트’, ‘듄’까지 봤다. 서로 간의 호기심과 궁금증이었다. 25~30분으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됐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형, 동생 하자고 이야기했다”라고 답했다.
배우 김윤석은 최후의 전투를 앞둔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다.
이순신의 마지막 순간을 다룬 만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터. 김윤석은 이순신을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명량’과 ‘한산’, 피날레를 장식하는 ‘노량’을 선보이게 됐다. 부담스럽고 영광스러운 역할이었다. 어쩌면 7년 전쟁의 모든 것이 들어갈 수밖에 없던 상황이지 않나”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어떻게 올바르게 전쟁을 끝맺고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다시는 이 땅을 넘볼 수 없게 할 것인지. 얼마나 설득력 있게 나의 몸을 빌려서 이순신 장군을 만들어내느냐를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속내는 가늠할 수 없고 신념에 찬 단호함이 있어서 믿고 따를 수 있는, 더 외로워진 이순신 장군을 표현해달라는 주문을 해주셨다. 모두가 이 전쟁을 그만하자고 할 때, 이순신 장군의 생각은 무엇일지에 힘들었지만 가장 벅찬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명량’의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의 박해일이 이순신을 맡았던 만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부담도 되지 않았느냐는 말에 김윤석은 “잘 해봤자 본전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역할이다. 내려놓고 또 내려놓으면 장군님의 실체가 겨우 느껴지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기를 쓰고, 열정을 뿜어내다가는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명량’과 ‘한산’의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라고 이야기했다.
배우 백윤식은 악명 높은 살마군을 이끄는 왜군 최고 지휘관 시마즈 역을 맡았다.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현해야 하는 만큼, 얼마나 준비 과정을 거쳤는지를 묻자 백윤식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일본어) 분량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았다. 제작팀에서 외국어 선생님을 정해서 공부했다. 보통 분량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표현을 잘하기 위해서 열심히 했다. 현장에서는 모리아츠 역을 맡은 박명훈 후배와 외국어지만 감정선을 전하고 소통해야 하니 열심히 공부했다. 좀 열심히 해봤다(웃음)”라고 설명했다.
시마즈 역을 어떤 인물로 해석하고 준비했느냐고 묻자 “작품에 임할 때마다 캐릭터 형성을 한다. 역사적인 흐름으로 볼 때, 대한민국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역할을 하긴 한다. 공부하느라고 실제 역사적인 부분도 알아본다. 김 감독님한테도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정석으로 풀어나가는 정공법으로 연기한다. 잘 독해를 하다 보면 저절로 형성된다”라고 이야기했다.
배우 정재영은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 역으로 출연한다.
‘노량’을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재영은 “꼭 봐야 하는 이유가 너무 많다.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이지 않나. 마지막은 꼭 봐야 하지 않나. ‘명량’, ‘한산’ 꼭 보시라”라고 말했다.
배우 허준호는 명나라 수군 부도독 등자룡 역으로 참여한다.
명나라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연기했냐는 질문에 “정재영 씨와 저는 작품을 많이 해서 친하다. 사적으로도 사담을 나눌 정도의 사이였다. 촬영장에서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식사하는 시간 외에는 같이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치열하게 대사 연습했다. 나 역시도 재영 씨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다. 대사 공부를 열심히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배우 안보현은 이순신의 아들 첫째 아들 이회 역을 맡았다.
극 중에서 이순신 역의 김윤석과 호흡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순신 장군님을 본다기보다 아버지를 보는 심정으로 고민이 있었다. 감독님께서 잘 설명을 해주셨다. 외로운 아버지 곁을 지키는 든든한 장남이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썼다.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한 것만으로도 감개무량이었다”라고 답했다.
조선군 쪽의 인물은 준사 역의 배우 김성규, 송희립 역의 배우 최덕문, 경상좌수사 이운룡 역의 배우 박훈, 이순신 장군의 아내 방씨 부인 역의 배우 문정희가 자리를 빛냈다.
배우 문정희는 이순신 역의 김윤석과 함께 하며 “사실 아들을 잃었고, 전쟁통에 엄청난 슬픔으로 남편을 맞이해야 하는데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더라. 마지막 찬과 밥을 군사들에게 해주는 신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조용하고 외로운 리더십이 연결된 느낌이었다. 김윤석 선배와 이야기는 많이 못 했지만 그런 감정이었다”라고 밝혔다.
배우 김성규는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사를 꼽기가 어렵다. 영화 외적으로 더 마음이 슬픈 감정이 든다. 후반부에 많은 병사들의 처절한 모습들이 무게감이 느껴졌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음이 동했던 장면이다”라고 언급했다.
배우 최덕문 역시 기억에 남는 대사로 “발포하라, 포격하라는 대사가 많이 나온다.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방씨 부인이 식사를 주는 장면이 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 단역 배우 한 분이 ‘맛있습니다’라는 말을 하더라. 울컥했다.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저 장면이 왜 없어졌다며 아쉽더라. 밥차 먹으면서도 맛있습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라고 답했다.
배우 박훈은 ‘서울의 봄’에서는 완벽한 빌런이지만, ‘노량’에서는 이순신의 편이 되어준다. 이에 “‘서울의 봄’과 ‘노량’이라는 대작에 동시에 참여해서 감사한 마음이다. 팬데믹 이후에 극장가에 침체가 있었는데 좋은 이어달리기가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왜군 쪽의 인물에는 책사 아리마 역의 배우 이규형, 시마즈의 심복인 모리아츠 역의 배우 박명훈, 선봉장 고니시 역의 배우 이무생이 참석했다.
배우 이규형은 일본어를 구사하며, 어려웠던 지점에 대해 “제작사에서 일본어를 네 줄이나 붙여주셨다. 코로나 시국이어서 줌으로 세네 번씩 열심히 한 기억이 난다. 잘한 것이 맞는 것인지 생각도 들고 감회가 새롭다”라고 이야기했다.
배우 이무생 역시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더 중요한 것은 감정 표출과 차고 넘치지 않게 표현해야 했기에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나눴다. 그런 지점을 잘 잡아주셨다”라고 답했다.
배우 박명훈 또한, “달달달 외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말이 아니기에 화이트가 걸리면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일본어 선생님들과 많이 공부했다”라고 말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12월 20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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