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 (오른쪽)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카카오, 네이버 제공] |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이사가 카카오 대표이사로 내정되며 양대 포털의 수장이 모두 여성으로 교체됐다. 국내외 IT기업들이 위기 상황에서 여성 리더십을 택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 대표가 카카오 수습을 위해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카카오는 창립 이래 첫 여성 대표로 정신아 대표를 내정했다. 보스턴 컨설팅그룹, 네이버 등을 거친 정 대표는 AI, 로봇, 모바일 플랫폼 등에 투자해 온 IT 전문가다. 지난 9월부터는 카카오 CA협의체 내 사업 부문 총괄을 맡고 있고 현재 경영쇄신위원회에 상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위기 상황에 여성이 대표를 맡는 관습이 있다. ‘유리 천장(glass ceiling)’과 달리 기회는 주어지지만 실패 시 절벽에 추락하는 듯한 위험에 빠질 수 있어 ‘유리 절벽(glass cliff)’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X(옛 트위터)를 인수한 후 린다 야카리노를 CEO로 선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 역시 카카오에 앞서 직장 내 괴롭힘, 사법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최수연 대표를 선임한 바 있다. 최 대표는 이사회 산하 조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기구 ‘휴먼라이츠’를 신설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섰다. 최 대표가 취임한 작년에는 영업이익이 역성장하며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탄탄한 실적과 함께 국내 기업 중 생성형AI 개발에 가장 앞장서는 등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
정 신임대표의 어깨도 무겁다. 카카오는 사법리스크에 이어 본업 경쟁력 악화까지 가속화하고 있다. 연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SM 인수에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 시세조작 의혹이 대두되며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 기소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독과점 및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졌다.
수익성 하락 및 신사업 부진 등 본업에서의 경쟁력도 하락하고 있다. 카카오는 3분기 네이버와 나란히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홀로 크게 하락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지속 하락하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3000억원대까지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월 내 증권사가 제시한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966억원이다.
신사업인 생성형AI 분야에서는 경쟁자인 네이버 대비 크게 뒤처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8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내놓았고 생성 AI 검색 서비스 ‘큐(CUE:)’ 등을 공개했다. 카카오 역시 AI 기술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LLM ‘코GPT2.0’을 연내 선보인다는 계획이었지만, 별다른 성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 대표가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밝힌 만큼, 내정자 신분으로서 경영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밝혔듯 계열사들의 자율 경영체제를 그룹 차원의 책임 경영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한, 16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와 ‘스타트업 수준’이라 평가받는 기업문화도 정비 대상이다.
정 대표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게 되어 더없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 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 단독대표 내정자가 카카오벤처스 대표이사로서 밝힌 포부. [카카오벤처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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