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수원에서는 일가족이 공모한 ‘전세사기’ 의혹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정모씨 부부는 10여개 법인을 앞세워 수원 일대에서 빌라·오피스텔 등 50여채 건물에서 800여 가구를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사들인 뒤 임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전셋값 하락 등으로 이들이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게 되면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올 11월 기준 정씨 관련해 경찰에 460여건의 고소가 접수됐고, 적시된 피해 금액은 700여억원에 달한다.
피해금액이 2000여억원을 넘는 인천 미추홀구, 대전에 이어 발생한 또 다른 대규모 전세 사건이지만 앞서 발생한 사건보다 피해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이들의 삶을 처참히 무너뜨린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 상황과 규모를 비롯해 아무도 몰랐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대한민국에 수많은 청년들은 가장 푸르고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과도 같은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강소정(가명·27)씨도 찬란한 청춘을 즐기는 수많은 청년 중 한 명이었다. 전세사기 범죄 피해를 겪기 전까지 말이다.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독립해 취업에 성공했고, 자신이 땀 흘려 번 돈으로 꾸미고 놀러 다니며 청춘의 푸름을 오롯이 즐겼다. 그 과정에서 만난 지 5년 차 연인인 이용민(가명·34)씨와 내년 11월 결혼도 약속했다.
설렘으로 가득 찬 채 결혼식부터 웨딩드레스, 신혼집, 가구 등을 준비하면서 예비 남편과 행복한 꿈들을 소망하기도 부족한 때, 소정씨는 자신의 미래를 가로막는 큰 빚을 떠안게 됐다. 이로 인해 소정씨와 예비 남편은 결혼 준비보다는 피해 상황 파악과 회복하는데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상태다.
투데이신문은 사회초년생이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인 소정씨를 만나 피해 규모부터 현재 상황까지 직접 들었다. 그도 수원 일대를 전세사기 혐의로 뒤흔들어 놓은 정씨 일가에게 피해를 입은 당사자다.
현재 그는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의 위치한 10평 원룸 오피스텔에 거주 중이다. 이달 전세 계약 2년 만기를 앞둔 그는 이사 3개월을 앞두고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임대인 정씨는 오피스텔 전 세대의 전세보증금과 근저당 13억2000만원에 대해 변제하지 못해 검찰에 송치돼 있다.
소정씨의 피해금액은 1억원이다. 그중 2000만원은 그가 고등학교 시절에 한 아르바이트부터 성인이 되고 직장을 구해 일하고 있는 지금까지 모아 온 소중한 돈이었다. 열심히 제 할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1억원이라는 큰돈이 증발해 버렸다.
이제 막 꽃을 피워 달려 나갈 시기에 빚을 떠안게 된 그는 정부의 적극적인 피해 구제를 희망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자신과 미래 배우자에게 엄청 난 고통을 안긴 가해자에게 엄벌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가해자로 추정되는 정씨 일가는 아직까지도 사기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등 사태 해결까지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한 보금자리
본가가 울산인 소정씨는 자신의 직군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바람에 등 떠밀리듯 독립하게 됐다. 그렇게 경기도 화성시 산업단지에 농약·화학물질 등의 환경독성실험을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취업하게 됐다. 하지만 직장이 산업단지 내에 있어 교통이 불편했을 뿐더러 주변에 원룸이 거의 없어 셔틀버스를 이용해 통근해야만 했다.
심지어 통근하는 셔틀버스는 오산과 수원에만 정차했기 때문에 소정씨는 오산에서 잠시 1년 정도 거주하다가 지난 2021년 이사를 결심했다.
이에 부동산 중개 어플로 매물을 찾던 중, 당시 주변 시세인 1억4000만원~2억원 대비 저렴한 것은 물론 중기청 가능 금액인 1억과 부합한 수원 소재 모 오피스텔을 발견했고, 그해 12월 전세 계약을 맺게 됐다. 더욱이 셔틀버스 정착지도 전 집보다 훨씬 가까워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곳이었다.
이렇게 두 사람은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을 신혼집으로 가기 전 발판으로 삼은 채 열심히 앞으로 달려 나갔다. 2년 동안 그 집에는 많은 추억과 동시에 두 사람이 함께 나아갈 미래 계획까지 차곡차곡 쌓여갔다. 결혼은 물론, 돈을 모아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겠다며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소원을 빌었다.
행복의 연속인 나날들이 계속될 것만 같던 찰나, 균열은 소리소문 없이 소정씨를 찾아왔다. 여느 때와 같이 퇴근 후 귀가하던 두 사람은 집 문 앞에 붙어 있는 한 쪽지를 발견했다. 종이에는 최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그 해결 방법을 같이 논의하자는 내용이 적혀있었고, 이와 함께 세입자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들어올 수 있는 QR코드도 같이 첨부돼 있었다.
두 사람은 큰 충격을 받았다. 올해 전세사기 사건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면서 걱정이 든 이들은 종종 등기부등본을 떼보며 확인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임대인이 변경되는 등 큰 이상은 없었기 때문에 더 믿어지지 않았다.
소정씨는 “처음 피해 사실을 알았을 때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로 하루 종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며 “곧 결혼을 앞둬 돈을 모으고 저축해도 부족한 시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다 보니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졌고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용민씨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용민씨는 “저희의 계획이 모두, 완전히 무산됐다”며 “현재 제 개인대출을 받아 당장 들어갈 신혼집을 마련하긴 했지만, 저희는 1억이라는 빚을 가지고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빚을 앞으로 2, 30년간 갚아나가야 하는 현실이 막막하다”며 “여기에 저희가 피해를 입은 건데 일부 사람들이 ‘계약을 똑바로 했어야지’ 등의 말로 상처를 줘 죄인이 된 기분이 든다”며 고통스러워했다.
이들은 전세사기로 인해 ‘신혼부부’라는 자격마저 잃게 됐다. 두 사람이 법무사, 변호사에게 자문을 얻은 결과, 전세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소정씨가 개인회생 신청을 해야 할 수도 있어 혼인신고를 미뤄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법적으로 부부가 되면 합산 소득이 생겨 이자 등 비용을 더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자는 취지였다.
이로 인해 이들은 내년 예정된 결혼식만 올려야 할 뿐 두 사람을 법적 혼인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즉, 두 사람은 법적으로 증명된 신혼부부가 아니니 관련 대출, 제도 등의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용민씨는 “회생 기간을 마치고 혼인 신고를 하라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저희는 결혼해도, 못 해도 약 4~5년간은 법적 부부가 아닌 셈이다”며 “그게 아니면 셀프낙찰 등을 통해 오롯이 그 빚을 떠안든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아직은 뭐가 나은 건지 모르겠다.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예비부부의 행복을 할퀸 사기란 ‘덫’
소정씨도 계약 당시 피해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 것과 유사한 사례를 경험했다. 계약 당시 부동산 관계자는 사회초년생이자, 전세 계약을 잘 모르던 소정씨에게 근저당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 단순히 금액 ‘13억2000만원’을 읽어준 뒤 “근저당이 있다는 것만 알아둬라”며 대강 넘어갔다. 소정씨가 불안함에 한번 짚으려고 해도 관계자는 “이 정도는 괜찮다”며 태연하게 계약을 진행했다.
자연스러운 부동산 관계자의 말에 소정씨는 근저당이 계약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느 건물이나 다 있는 부채쯤으로 여기게 됐다.
특히 공공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중소기업청년대출(이하 중기청)을 통해 해당 오피스텔 전세금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 계약 자체에 대해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 당연히 공공기관에서 담당하는 대출이니 보증보험이 돼 있고, 안전한 매물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설정해 뒀을 거라 여겼다.
의아한 점은 하나 더 있었다. 계약 당일 소정씨는 자신의 동생과 부동산을 방문했는데, 이때 공인중개사 한 명만 자신을 응대하고 계약을 이끌었을 뿐, 임대인 정씨를 만나보지 못했다. 물론 또 다른 남성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계약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멀찍이서 제 할 일만 해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소정씨는 “공인중개사 말고 다른 한 분은 제가 있던 자리랑 멀어 얼굴을 잘 보지 못해 그 사람이 정씨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다만 부동산 측은 임대인이 계약 전 과정을 자신에게 다 맡겼고, 대리 위임받았으니 계약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제가 많이 어렸고, 당시 전세사기라는 범죄가 세상에 나오지 않을 때여서 저 또한 업계 관례다 싶어 넘어갔다”고 털어놨다.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알자마자, 소정씨는 자신이 계약했던 부동산을 검색해 봤다. 그러자, 부동산 측이 블로그에 올려둔 매물, 중개 관련 글을 모두 내린 상태인 것을 확인했다. 이에 두려움이 몰려왔던 그는 곧이어 부동산을 찾아갔다.
다행히도 부동산은 영업 중이었다. 소정씨가 부동산 측에 관련 사항을 문의하자,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오피스텔 건으로 이미 연락이 너무 많이 온 상태라며, 자신들 또한 정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보통 다음 세입자에게 돈을 받고 나갈 사람에게 돈을 주는 형식으로 전세계약이 이어진다”며 “하지만 정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돈으로 전세금을 반환해 주는 모습을 보고 믿음을 가져 그의 매물을 중개하기로 한 것”이라며 자신 또한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부동산 측이 정씨의 계약을 대리해 줬던 것은 물론 올해 5월에도 오피스텔에 계약·입주한 세입자가 있었기 때문에 소정씨는 양측이 보다 친밀한 관계라고 판단했다. 이에 자신보다 더 답답함을 호소하는 중개인을 보고도 소정씨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그에게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던 건, 2년 전 매물을 소개해 줬던 중개보조원 A씨가 지난 6월경부터 휴직에 들어갔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6월은 피해자 단체 등에서 정씨 일가가 범죄 은폐를 준비하고 잠적에 들어갔다고 추정되는 시기였다.
답답한 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자 소정씨와 용민씨는 시간만 되면 HF, 은행 등에 문의했다.
양측에 전화한 결과, 은행은 “HF가 승인을 해줬으니, 그 결과를 보고 승인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HF는 “위탁 보증을 맡겨놨기 때문에 은행 측에 권한이 있다”며 서로 책임 미뤘다. 그 사이에서 울분이 터지는 건 소정씨와 용민씨였다. 중기청 대출이라면 전세사기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해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더 큰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대출을 승인해 준 은행 측은 소정씨에게 “경매, 가처분 등이 아닌 이상 중기청 대출 시 건물 근저당보다는 개인 신용도를 더 우선으로 본다”며 “대출 승인을 많이 안 해줄 경우 민원이 들어올 수 있다”고 답해 이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용민씨는 “최소 은행에서 ‘근저당이 높은 건물은 위험하다’라고 한 마디라도 해줬으면 미래가 바뀔 수도 있었다”며 “계약 날까지도 몰랐고, 계약서 작성 때에도 부동산 관계자가 대충 짚어준 게 다인데 어떻게 심각성을 알았겠냐”고 토로했다.
현재 이들이 거주한 오피스텔은 다른 세대원의 신청으로 인해 가압류, 수원시 측이 진행한 압류가 걸려있는 상태다. 이에 더해 두 사람은 계약만료일이 지났음에도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할 때 설정 가능한 임차권 등기를 신청해 둔 상태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신청에 불과할 뿐, 이들은 당장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으며 더 나아가 보증금반환소송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답답한 행정에 타들어 가는 속
바쁜 와중에도 차곡차곡 증거를 모아 정씨를 형사 고소하긴 했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편치 않은 상태다. 당장 이로 인해 정씨가 무거운 형벌을 받거나, 자신의 전세금이 돌아오지 않다는 현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평일 내내 출근하고, 주말에는 모여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관련 간담회, 모임 등에 참석하거나 구제 방법을 알아보는 등 이곳저곳을 동분서주했다. 결혼을 앞둔 여느 예비부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소정씨는 이 모든 게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용민씨에게 큰 죄책감이 든다며 울먹였다. 그는 “현재 남자친구 개인 신용대출로 신혼집을 마련했다”며 “오피스텔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은 뒤 2000만원으로 신혼집 마련에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었는데 그 계획이 다 틀어져서 너무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두 사람은 이번 일로 인해 신혼집 마련에 있어 설렘, 기대의 감정보다 의심, 불만 등이 더 커졌다고 털어놨다. 더 이상 사기를 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집 조건을 비교·분석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사기당하지 않을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 돼 버렸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두 사람이 신혼집으로 이사를 한다 해도 당장 끝난 게 아니었다. 오피스텔은 세입자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정기적으로 방문, 관리해 줘야 하며 수리비 등이 발생이라도 한다면 모두 소정씨가 부담해야 했다.
소정씨는 지난 9월경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약 한 달 후 국토교통부의 피해자 구제 신청을 했고, 구제 대상자로 인정됐다. 이를 보고 주변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는 ‘구제’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정씨는 “피해자로 인정된 후 지원센터에서 하는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너무 황당했다”며 “금융, 재정 등 여러 가지 지원책이 있긴 했는데, 모두 포괄적이고 두루뭉술했고, 피해자 모두가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정부 등은 피해자 선정만 해놓고 손 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간담회에 가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 내용은 자료를 읽기만 하고 넘어간 뒤 경·공매 이야기만 계속한다. 질문도 경·공매 관련된 것만 구체적으로 답변해 준다”고 꼬집었다.
뒤이어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세피해 마음돌봄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는 소식까지 들리자 이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지난 2일 개최된 행사에는 전세사기와 관련된 전문가와 피해 극복 사례를 소개하는 콘서트를 비롯해 타로 상담과 캘리그래피, 푸드 트럭 등이 준비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이러한 행사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용민씨는 “마치 저희가 조롱거리, 장난감이 된 기분”이라며 “이 행사를 준비할 시간에 구제 내용을 구체화하거나 법률 상담 등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것을 마련해주는 게 맞지 않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처럼 답답한 행정이 아닌 구체화된 체계적인 지원을 원한다고 말했다. 가장 원하는 방법은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지만, 특별법조차 제대로 있는 와중에 해당 방안은 사실상 실현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 “정부나 지자체가 피해자 지원 대책을 큰 틀로 정해두는 게 아니라 이제는 제대로 확립한 뒤 최우선변제금이라도 보장해 주는 노력이라도 해줬으면 한다”며 “또한 지원 과정에서 저희가 사회초년생이라 부동산, 대출 관련 지식이 부족하니, 지원·구제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서 배포해 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결혼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어마어마한 결혼식 비용, 물가 상승, 집값 등 많은 것들이 청년들의 결혼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꽁꽁 얼어붙은 사회 속에서도 결혼을 약속한 이들이다. 범죄 피해라는 고통을 직면했음에도 용민씨는 마치 자기 일처럼 피해 구제에 애쓰고 소정씨와 같이 갚아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 부동산, 대출 정보를 아직 잘 모르는 소정씨 대신 여러 기관에 전화를 돌리고, 속상해하는 그를 단단히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 예비남편의 모습에 소정씨는 눈물을 삼킨 채 마냥 고맙다고 말하고, 용민씨는 조용히 그의 손을 잡는다. 이렇게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오늘도 거친 가시밭길 같은 세상에 한 발씩 내디딘다.
소정씨뿐만이 아니라 전국에 많은 청년들이 전세사기 피해를 입어 그 고통으로 하나둘씩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며 더 깊은 어둠으로 들어가고 있다. 더욱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기 전에 청년들이 오롯이 서로를, 세상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피해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그 기관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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