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만 집중하던 HD현대그룹, 건설기계 등으로 사업 확대
‘기조연설’ 정 부회장, ‘CES 2024’서 ‘육상’ 기반 비전 선봬
존재감 커진 계열사들…그룹 주역으로 성장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HD현대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이 해상에서 육상까지 확대됐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조선업 뒤에 감춰졌던 HD사이트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 등 육상 계열사들을 그룹의 미래를 위한 성장 발판으로 점찍었고, 그의 리드 하에 ‘알짜’를 넘어 HD현대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내달 9일(미국 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육상을 기반으로 한 회사의 미래 구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까지 2년 연속 참석했던 HD현대그룹은 그동안 바다를 중심으로 한 미래 비전을 제시해왔었다. 올해 CES에서 바다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퓨처빌더’의 역할을 자처한 HD현대는 해양 사업과 관련해서는 보여줄 만한 것은 다 보여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조연설 주제는 ‘사이트(Xite)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육상 인프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현하겠다는 포부가 담겨져있다. 부스에서는 건설기계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제품들이 전시될 전망이다.
이처럼 그간 조선업에만 주력해왔던 HD현대 포트폴리오의 재편을 상징한다. 조선산업이 경기 사이클이 뚜렷한 산업인만큼 의존도가 높을수록 위험도가 크기에, 사업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몇 년 전 만해도 HD현대는 조선업 불황 장기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조선 등 모빌리티 분야의 전동화 바람은 거스를수 없는 흐름이 됐다”며 “전동화는 첨단 전기, 전자 기술이 적용돼야 하는 고차방정식의 영역이기 때문에 전동화를 제대로 해보기 위해서는 모든 역량을 총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HD현대의 3대 핵심사업은 ▲조선해양 ▲건설기계 ▲에너지 등이 꼽힌다. 사업들이 어느새 그룹의 주축인 조선해양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특히 HD사이트솔루션과 HD현대일렉트릭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現 HD현대인프라코어)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린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지난해부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면서 그룹 내 존재감이 커졌다. 자회사로는 HD현대인프라코어와 기존 현대중공업 건설기계사업부문이었던 HD현대건설기계를 두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영업이익은 매년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차지하기도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총 27억500만 달러를 수주한 HD현대일렉트릭은 벌써 연간 수주 목표인 31억8600만 달러의 약 85%를 채웠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9.8%, 125.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은 12.3%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오는 2030년 매출액은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기선 부회장이 직접 발 벗고 나서 육상부문 계열사들의 해외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13일 정 부회장은 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과 만나 사우디에서 추진 중인 사업 현안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10월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방문해 알코라이예프 장관에게 방한을 요청했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한한 아로라이예프 장관은 현재 아람코 등 사우디 국영기업들과 합작한 현지 조선소 IMI와 엔진합작사 ‘마킨’의 선박용 엔진 공장 건립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 비전2030 관련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직접 HD현대일렉트릭의 변압기 스마트팩토리 현장을 찾아 경쟁력을 알리기도 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HD현대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조선사업뿐만 아니라 친환경에너지 사업 등 협력의 범위를 확대해 왔다”며 “향후 공동 발전의 기회를 지속적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와 사업장에서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열린 글로벌 워크숍에서는 건설기계부문 3사 글로벌 리더들에게 사업전략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검증을 당부했다.
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그룹 내 핵심사업으로 성장한 건설기계 부문의 사업전략과 시장 전망 가설들이 여전히 유효한지 치열한 고민과 검증이 필요하다”며 “다같이 모인만큼 열띤 토론을 통해 전략과제와 내년 경영계획을 단단히 다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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