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재명 방탄정당”, 野 “검찰 독재정권”…1년 내내 극한 대치
이상민 행안장관·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 추진에 정면충돌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고상민 기자 =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차이자 21대 국회 마지막 해인 올해 여야의 극한 대치는 그야말로 최고조에 달했다.
거대 야당이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섰다. 결국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재투표에 부쳐져 최종 폐기되는 ‘도돌이표 정쟁’이 반복됐다.
여야가 ‘강 대 강’ 충돌을 불사하면서 각종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고 당리당략에 빠져 국회 본연의 임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내내 이어졌다.
이처럼 정쟁이 만성화되면서 각종 민생 정책을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내년도 예산안은 15일 현재까지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긴 것은 물론이고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도 불발됐다.
여야는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이 또한 미지수다.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및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등 이른바 쌍특검법이 화약고로 도사리고 있어서다.
◇ ‘巨野 강행 처리 → 대통령 거부권 → 법안 폐기’ 3차례 반복
올해 국회에선 거대 야당의 쟁점 법안 단독 처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재투표 부결에 따른 법안 폐기가 쳇바퀴처럼 반복됐다.
지난 4월 양곡관리법, 5월 간호법, 이달 초 노동조합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과 방송 관련 3법이 똑같은 절차를 밟아 폐기됐다.
이들 법안의 공통점은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부터 여야의 극심한 대립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양곡관리법은 농민단체, 간호법은 의료계, 노조법은 노동계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법안이었고, 방송3법은 방송계는 물론 내년 총선과 관련한 보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었다.
그렇다 보니 여야는 총선 유불리와 이익단체 표심 등을 계산해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수적 우위를 앞세운 야당은 상임위에서 이들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고, 여당이 위원장을 차지한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어 본회의로 직회부했다.
본회의에선 야당이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앞세워 법안을 단독 처리했고, 여당은 본회의장에서 퇴장해 규탄 대회를 열었다.
협치와 타협이 실종된 여소야대 국회가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이다.
국회에서 법안을 넘겨받은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은 ‘3분의 2 이상 찬성’ 요건을 넘지 못했다.
정부·여당은 거야가 ‘악법’을 강행 처리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한다고 비판했고, 야당은 거부권 남발로 입법부가 무력화됐다고 반발했다.
◇ 이상민·이동관 탄핵 정쟁…연말까지 예산안·쌍특검 대치
여야는 새해 첫 임시국회부터 충돌했다. 민주당 단독 요구로 소집된 1월 국회는 2주가 넘도록 개점휴업 상태였다.
민주당은 ‘검찰 독재정권’ 구호로 정부·여당을 공격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 정당’ 프레임을 앞세워 반격했다.
강 대 강 대치는 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정의당, 기본소득당,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이 대거 가담한 결과였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은 75년 헌정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다.
‘탄핵 정국’은 그로부터 9개월 뒤인 11월에도 재발했다.
민주당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언론 장악’을 위해 위법한 형태로 주요 안건을 의결했다며 탄핵 소추를 두 차례 추진했다.
그러나 첫 탄핵 추진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전격 철회하며 무산됐다.
두 번째 탄핵 소추는 이 방통위원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의 이 위원장 탄핵 추진에 항의하며 밤샘 철야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여야 극한 대치는 연말 정국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데다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도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민주당이 예고한 대로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쌍특검 법안 강행 처리를 할 경우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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