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오후 부산 사상구청에서 열린 의정보고회에서 지지자가 직접 쓴 편지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물러나면서 그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던 초선 의원들이 모습을 감췄다. 내년 공천을 의식해 김 전 대표에게 줄을 섰지만, 김 전 대표의 ‘윤심 오판’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이들의 강성 발언이 자충수가 됐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서 이들이 주류가 될 경우 제2의. 제3의 윤핵관이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들은 ‘쇄신 1순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문을 읽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다. [연합] |
김기현 전 대표의 위기 순간을 되돌아보면, 항상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있었다.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전 대표의 라이벌이었던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이 쓰러진 이면에는 친윤계 초선 의원들의 ‘세몰이’가 있었다. 특히 초선 48인은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초선의원(비례대표 포함) 수는 59인으로 전체 의원 수(111인)의 53%다. 이들 중 대다수는 TK, PK 지역구 의원이다. ‘텃밭’ 영남권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구로 분류된다. 공천권을 쥔 당대표의 결정에 이들의 정치 운명이 달린 셈이다.
이들의 세몰이는 11개월 만에 반복됐다. 지난 11월 서병수, 하태경 등 중진의원들이 김 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자 초선 의원들이 김 전 대표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박성민(울산 중), 전봉민(부산 수영), 양금희(대구 북갑), 윤두현(경북 경산), 이인선(대구 수성을) 의원 등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다수는 ‘나경원 연판장’ 사태 때도 참여했다.
일부 초선의원들은 SNS에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며 전면전에 나섰다. 최춘식 의원은 “안타깝게도 그들은 온돌방보다 따듯한 온지에서 당의 온갖 혜택을 받아 중진소리를 듣는 의원들”이라며 “자살 특공대”라고 했다. 이용 의원은 “혁신을 볼모로 권력투쟁하려는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고 강민국 의원은 “’내부총질’만 혁신이라고 믿는 사람들로 비대위를 꾸린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거들었다. 태영호 의원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 누군가의 결단이 아니라 모두의 단결”이라고 적었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하지만 이들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기현 체제’가 막을 내리면서다.
당내에서는 김 전 대표를 주축으로 한 ‘집단 린치’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줄서기를 통해 공천을 노렸던 이들이 이젠 되려 쇄신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우리당의 가장 큰 문제는 중진의원들이 혁신을 이야기하고 초선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를 경호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라며 “여당이기 때문에 정부와 관계를 신경 쓸 수 밖에 없지만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스스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냐.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한동훈 비대위’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 이유”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5일 열린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언급됐다. 특히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설을 두고 일부 의원들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처음으로 발언에 나선 김성원, 지성호 의원은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윤계인 김웅 의원은 “오늘 의총이 북한이 김주애에게 하듯이 한 장관을 새 영도자로 추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냐”며 “우리 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대통령 아바타인 한 장관을 올려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한 참석의원은 김웅 의원이 발언 중 ‘탄핵’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이용 의원이 “탄핵이라는 소리하지 말라”며 앉은 자리에서 반박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친윤계 초선 의원으로 분류된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윤석열 정부 얼굴로 내년 총선을 치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데 이 의원이 윤심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스스로 입지를 줄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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