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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에게만 잘 보이면 돼”…도 넘은 막말에 품격 잃은 국회 [정치의 밑바닥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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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여론조사서 ‘국회 신뢰도’ 15% 최하위

“국회 불신은 정치인 막말서 연유하는 바 커”

野서 ‘강성 지지층’ 호응 위해 ‘특정인 공격’

줄이어…”정치 실패는 언어의 실패” 지적

(왼쪽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남국 무소속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민형배, 장경태 의원 ⓒ데일리안DB (왼쪽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남국 무소속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민형배, 장경태 의원 ⓒ데일리안DB

21대 국회가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국회의원들의 ‘막말’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수준의 막말이 쏟아지면서 국회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막말로 인해 이득을 보는 정치인들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강력해진 강성 지지층들을 향해 발신되는 “나를 잘 봐 달라”는 식의 시그널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이달 4~6일 국가기관별 신뢰도를 전국지표조사(NBS)로 물은 결과 국회의 신뢰도는 15%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정부(37%), 검찰(38%), 지방자치단체(45%) 등과 현저한 격차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회 신뢰도의 하락 이유는 올해 2월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선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연설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주 원내대표는 “정치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은 정치인들의 무례한 막말에서 연유하는 바가 크다”며 “우리 의원들의 막말은 차마 입에 올리기도 민망할 정도다. 질문 시에도 비아냥거리거나 인격모독성 발언이 비일비재하다. 각종 회의에서의 지도부 발언이나 대변인들의 성명에서 원색적이나 인신모독·명예훼손이 없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지난달 23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상 시상식’ 축사에서 “혐오와 배제, 막말과 극단의 언어가 넘쳐나고 있으며 팬덤에 기대어 스스로 저차원적 정치의 수렁에 빠져들기도 한다”며 “정치인의 품격 있는 말과 정연한 논리는 국회의 신뢰를 쌓아가는 기본 중의 기본인데, 갈수록 정치인들의 언어가 과격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지적한대로 최근 국회에서 나오는 막말은 그저 일부 인사를 ‘저격’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 인사를 저격하는 모습은 강성 지지층에게서 큰 호응을 이끌어낸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그만두셔야죠” 발언이다. 김 의원은 지난 10월 31일 국회에서 진행된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악수를 청하러 온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다른 통로로 유출된 것도 아니고 김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시정연설 후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길래 이렇게 화답했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그만두길 권한다”고 스스로 알리면서 확산됐다.

이같은 김 의원의 ‘자랑’에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 등에는 환호의 반응이 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전날 윤 대통령의 악수에 응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배알도 없는 민주당 의원들’이라는 ‘저격성’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인 민주당 한 당원은 “옷매무새 단정히 일어나서 악수해주길 기다리며 환하게 웃어주는 민주당 의원들, 믿고 바라봐 주기 역겹다”고 맹비난했다.

이 같은 발언에 같은 당 이원욱 의원조차 바로 다음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김 의원이 (개딸로부터) ‘역시 우리 김용민 의원이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며 “(해당 발언은) 여태 김 의원이 보여왔듯 ‘개딸’이라고 통칭되는 적극적 지지자들 입장에선 굉장히 박수치고 환호할 일이다. 개딸들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일 국회에서 가진 민생경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일 국회에서 가진 민생경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저격해 강성 지지층의 호응을 얻어내려는 시도도 대표적인 사례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방문 중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아이와 사진을 찍은 김 여사를 향해 ‘빈곤 포르노 촬영’이라고 비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달 19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열린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최강욱 전 의원이 윤 정부를 비난하며 ‘설치는 암컷’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최 전 의원의 발언은 김 여사에 대한 비판을 넘어 ‘여성 비하’ 논란으로 확산되며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한 비판 역시 막말의 주요 테마 중 하나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한 장관의 탄핵을 주장하면서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느냐. 어린 놈이 국회에 와서 (국회의원)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인 사람들까지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느냐”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6일 한 장관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장소변경접견이 거부된 데 반발한 민주당을 향해 “사법방해이자 행패”라고 비판하자 “정신 나갔네. 말이 길다고? 너나 짧게 하시길. 하룻강아지 뭐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서서히 맛이 가고 있는 중이구나. 한국정치의 재앙이야”라는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일부 인사를 저격하기 위한 발언이 아니더라도 막말의 예시는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송 전 대표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에서 실무자들에게 50만원의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에 대해 “50만원은 사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다. 실무자들에게 전달된 50만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이러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 김용민 의원은 코인 투기 의혹을 받았던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비호·두둔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서민이 계속 서민으로 남길 바라는 당이 아니다. 서민도 누구나 얼마든지 부유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정당”이라고 써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아울러 김용민·민형배 의원은 최근 각각 “윤석열 정권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거나 “탄핵으로 ‘발목때기’를 분질러 놨어야 한다” 등의 막말을 쏟아내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막말 경쟁에 돌입하면 무당층의 수는 늘어나게 마련이고, 이렇게 되면 무당층의 지지를 받기는 더 어려워지는데, 이런 것을 모를 리 없는 정치권은 도대체 왜 이런 막말 경쟁에 돌입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강한 자극은 더 강해지지 않으면 수단으로써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막말의 강도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정치적 상대방에 대한 증오가 강해지면서 정치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누구의 잘잘못이랄 것도 없이 21대 국회는 너무 심한 갈등의 정치, 갈등의 정치, 막말 정치, 분노의 정치, 한 마디로 하면 막장정치로 흘러갔다”며 “현재 정치의 실패는 곧 언어의 실패다. 막말하고 상대방이 욕하고 막말하면 더 심한 욕을 하고 심한 막말을 해야 정치를 잘하는 것으로 둔갑이 돼 버렸다. 그러니 정치가 좋아질 리가 있겠느냐”라고 한탄했다.

CP-2023-0078@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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