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몸값이 치솟는 모양새다. 당 위기를 극복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자, 당내 여론도 ‘추대’ 쪽으로 기우면서다. 그럼에도 한 장관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될 때 꼽히는 약점에 대해선 보란 듯이 반박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한 장관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여당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자신의 ‘비대위원장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당장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가진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당내 여러 조직의 의견 수렴에 나선 만큼, 한 장관은 관련 질문에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동안 당내 여론 수렴에서 제기된 한 장관을 둘러싼 여러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선 ‘개인 생각’이라는 전제하에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반대 여론은 대체로 한 장관이 당의 자산인 만큼, 현재 당 위기 극복 카드가 아닌 총선에서 활용해야 하는 전략적 카드로 남겨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정치 경험도 있고 야당도 상대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이 필요한 만큼, 한 장관을 선대위원장으로 폭넓게 써야 한다는 얘기도 만만치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동훈 구원등판’에 대한 이견은 없으나, 역할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당내 일부에서 제기하는 한 장관의 진짜 약점이다. 대표적으로 △정치 경험 부재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논란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응이다. 이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이유이자, 정치인 한동훈으로서 풀어야 할 과제로도 꼽힌다.
◇ 정치력 부재 비판에 직언…”몸 사리는게 더 위기”
우선 정치 경험 부재는 ‘총선 위기론’과 연결된다. 최근 김기현 지도부가 무너지면서 내년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계획된 여러 총선 일정이 미뤄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계파 갈등과 이낙연 신당 등 위험 요소가 있음에도 ‘이재명 체제’는 견고해지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당내 일부에선 야당과 싸울 수 있는 정치적 경험을 가진 인사가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치력 부재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력은 걸림돌이 될 수 없다”며 “보수 진영에서 최대 지지를 받고 있고, 그동안 정치력을 가진 인사들도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만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당협위원장도 “한 장관이 정치를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력 여부를 따질 수 없다”며 “정치는 검증의 연속이니 당장 약점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 장관 역시 “세상 모든 길은 처음부터 길이 아니었다”며 “많은 사람들과 같이 하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닌,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실 때 위기가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자신의 안위보다 당을 위해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맹종한적 없다”…尹 ‘사람에 충성하지 않아’ 데자뷔
윤심 논란은 야권에서도 제기하는 문제점이지만, 당내 비윤계 인사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핵심 문제이기도 하다. 김웅 의원은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대통령 아바타인 한 장관을 올려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도 “윤 대통령과 연관성이 크고 각을 세우기 어렵다”라는 우려를 보낼 정도로 비윤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는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 요구하는 ‘수평적 당정관계’와 ‘공천 학살’과 맞닿아 있는 만큼,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로도 꼽힌다.
이 가운데 한 장관은 소위 ‘윤석열 아바타’라는 지적에 “지금까지 공직 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기준만 생각하면서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맹종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한 장관의 ‘맹종’ 발언에 대해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에서 배제된 당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정감사에서 상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선언한 것을 떠올리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이 발언을 통해 ‘원칙·공정’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이외에도 한 장관의 약점으로 꼽히는 요소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다. 이 특검법은 지난 4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필요성에 따라 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국회법에 따라 최장 240일간 숙려 기간을 거친 이 법안은 오는 28일 자동 상정될 예정이다. 특검법은 여당의 악재이기도 하지만 한 장관의 약점으로도 꼽힌다. 당내에선 윤 대통령과 가까운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18일 연석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특검에 관해서 한 장관이 무슨 발언을 해도 이해충돌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과연 한 장관을 그런 역할로 우리가 밀어 넣는 것이 맞느냐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장관은 특검법을 악법이라고 규정하는 동시에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하고 국민들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윤 대통령과의 친분이 아닌 원칙과 상식에 따라 특검법을 다루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한 당 관계자는 “오늘 발언들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모습으로 보였다”며 “당내 여론이 한 장관 쪽으로 더 움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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