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침체됐던 K리그가 이번 시즌 역대급 관중을 끌어모으며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2023년 K리그는 K리그1(244만7147명)과 K리그2(56만4362명)를 통틀어 301만1509명 관중을 동원했는데요.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3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K리그1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1만733명으로, 지난해 4800명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는데요. 이 기록 또한 승강제 도입 후 최초로 달성했습니다. 이외에도 ‘명가’ 수원 삼성의 충격적인 2부 다이렉트 강등, 수원FC·부산, 강원·김포가 1부 리그 잔류를 놓고 펼친 소위 ‘멸망전’은 공중파 방송에까지 중계될 정도로 화제였습니다.
여심 잡은 K리그
이러한 인기에는 여심이 크게 작용했는데요. 올 시즌 K리그 관중의 여성 비율은 47%로, 2019년에 비해 15% 정도 늘었습니다. 90년대 후반 농구 붐을 일으켰던 여성 팬들은 현재 프로야구, 배구를 비롯해 국내 프로 스포츠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97년 관중 540만 관중을 달성한 야구는 이후 10여 년간 흥행에서 부침을 겪다가 2009년에서야 여성 팬들이 대거 유입되며 엄청난 상승세를 타게 되는데요. 한국프로야구(KBO)에 따르면 2009년 30%대 초반을 차지했던 여성 팬의 비율은 2011년 40%로 늘어났습니다. 전체 관중 수도 2009년 592만 명에서 2011년 680만 명으로 크게 상승하게 됩니다. 이듬해 2012년에는 첫 700만 관중을 달성, 2016~2018년에는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불러 모으며 초대박 성적을 기록합니다. KBO에 따르면 2018년 전체 관중 수 기준 여성 팬이 무려 50%를 차지했습니다.
축구가 여성 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국제대회에서의 호성적입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과 국가대표팀에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면서 관심을 끌었는데요. 지난달 16일 싱가포르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선 전체 6만 6000석 중 65%를 여성 팬이 차지했습니다. 앞서 야구 또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준우승이 흥행의 기폭제로 작용한 바 있습니다.
인기의 척도는 굿즈 판매량
이뜨거운 관심에 K리그 구단들도 여심을 사로잡는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구장에 다양한 먹거리 부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마련하고, 포토카드를 비롯해 양질의 굿즈 발매에 주력했는데요. 경기장에 유명 연예인들을 초대하는 스타 마케팅으로 이목을 끌며 팬사인회를 비롯해 팬서비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여성 팬들도 이에 화답하며 가족 단위 방문도 잦아졌는데요. 구단 관계자들의 웃음이 그치지 않는 이유죠.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우승하며 2연패를 차지한 울산 현대의 경우 유니폼 1만5000장이 모두 완판되었습니다. 유니폼 발매 소식에 구단 공식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 울산은 이번 시즌 매출 100억 원을 올렸는데요. 3일 울산 현대의 발표에 따르면 모기업 지원을 제외한 자체 수입 16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마케팅으로 얻은 수익만 무려 102억 원에 달했죠. 입장권 40억 원, 그룹사 제외 스폰서십 32억 원, 상품 16억 원, F&B(식음료) 14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임영웅도 나왔다…스타마케팅 활발
8년 만에 K리그1으로 승격된 대전 하나 시티즌도 리그 흥행을 주도했는데요. 지난해 2271명에 불과하던 대전 하나 시티즌의 평균 관중은 올해 1만2857명로 전년 대비 466% 상승하며 K리그 전체 구단 중 관중 순위 3위를 기록했습니다. 입장 수입은 350% 이상 증가했고, MD 판매 수입 900% 이상 늘면서 마케팅 수입도 대폭 상승했죠. 모기업인 하나금융그룹의 모델인 배우 이도현과 아이브 안유진을 초청해 시축, 친필 사인 공 증정 등 스타 마케팅 또한 흥행 요인으로 꼽힙니다.
FC서울은 올 시즌 전체 관중 중 약 47.4%가 여성이었으며 어린이와 부모 등 가족 단위 팬 비율이 전체의 49.0%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FC서울은 GS리테일과 협업을 통해 우리동네GS 앱의 픽업 서비스를 경기장에 도입해 편의점 이용 시간을 단축해 편의성을 높이는 등 팬 친화적인 마케팅을 펼쳤죠. FC서울의 스타마케팅도 ‘흥행대박’을 도왔는데요. 4월 8일 대구FC전에는 인기 가수 임영웅이 방문해 4만5007명의 구름 관중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K리그 흥행의 다음 단계는…
일각에서는 K리그의 더 큰 흥행을 위해 서포터즈 중심의 삐뚤어진 팬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K리그는 남성 중심의 팬문화인데다 응원의 주체인 서포터즈는 소모임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진입장벽이 높았습니다. 응원가도 상당히 수위가 높은데요. 지역 연고를 옮긴 팀에게는 부모를 저버렸다는 뜻의 ‘패륜’을 붙여 야유합니다. 이외에도 상대팀 혹은 응원팀에 ‘그따위로 축구하려면 나가 죽어라’ 등의 구호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K리그는 기존 골수팬들에게 재미를 주는 요소일 수 있으나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었는데요. 응원 문화도 여성 팬들의 유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구호보단 노래 중심의 쉬운 응원가를 내놓거나, 경기장 내 여성과 가족 단위 팬이 많으면 공격적인 응원 문화를 지양하는 등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국제대회 호성적과 자국 리그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한국 축구, 내년 시즌 K리그의 흥행 돌풍이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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