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에 최초로 낙서한 10대 남녀 피의자 2명이 애초 경복궁뿐 아니라 광화문 ‘세종대왕상’에도 낙서 의뢰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임모군(17)과 김모양(16)이 범행을 지시한 배후자 A씨로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하라고 추가 지시를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오전 1시42분께 경복궁 영추문 인근과 국립고궁박물관 담벼락 등 3곳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주소를 반복해서 남겨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임군과 A씨가 처음 만난 곳은 텔레그램 단체방이었다. A씨는 텔레그램에 ‘일하실 분, 300만 원 드린다’라는 글을 게재했고, 해당 글을 본 임군은 A씨에게 연락했다.
A씨는 자신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관계자인 ‘이 팀장’으로 소개한 뒤 ‘새벽 1시에 경기 수원에서 출발해 2시부터 낙서를 시작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범행 시간과 장소, 방법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씨는 착수금과 택시비 명목으로 임군의 은행 계좌로 5만원씩 두 차례, 총 10만원을 송금했다.
임군은 김양과 함께 A씨의 지시대로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하고 텔레그램으로 실시간 보고 했다. 이때 A씨는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지시했다. 두 사람은 세종대왕상 근처까지 이동했으나 “경찰이 많고 경비가 삼엄하다”는 이유로 지시를 거절했다. 이후 두 사람은 A씨가 지목한 서울경찰청으로 이동해 낙서를 한 뒤 귀가했다.
A씨는 두 사람에게 ‘수원 어딘가에 550만 원을 숨겨 놓겠다’고 했으나 실제 돈을 주지 않았다. A씨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임군에게 “두 사람 망한 것 같다, 도망 다녀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뒤 자신도 잠적했다.
결국 임군과 김양은 지난 19일 경기도 수원시의 자택에서 각각 체포됐다. 경찰은 임군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2일 오후 3시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김양은 함께 범행을 계획하고 동행했지만 직접 낙서하지 않은 범죄 가담 정도를 고려해 석방됐다.
경찰은 사건 배후자인 A씨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은행계좌 거래 내역과 텔레그램 계정 등을 추적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또한 임군의 범행을 모방해 2차 낙서한 20대 피의자 설모(28)씨에게도 같은 날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서은혜 에디터 /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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