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가 2019년 3월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운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검찰 내 성비위를 고발하며 국내 ‘미투 운동’을 불러일으킨 서지현 전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데 대해 “결국 대법원은 부끄러운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서 전 검사는 대법원이 지난 21일 해당 소송에서 서 전 검사 측 패소로 판결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성범죄 및 이를 덮기위해 사표를 받으려고 한 부당인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가해자나 국가에 아무 책임이 없다는 억지판결”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18년 1월 29, JTBC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성추행 피해를 폭로했다. 과거 안 전 국장이 2010년 10월 장례식장에서 자신을 성추행하고, 이를 문제 삼으려 하자 2015년 8월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서 전 검사의 고발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미투 운동 동참 행렬이 이어졌다.
서 전 검사는 당시 성 범죄 피해를 공개한 데 대해 “부패하고 부도덕한 검찰이 개혁되길 바랐고, 후배들이 더는 같은 고통을 당하지 않길 바랐다. 아이에게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저 그뿐이었다”고 했다.
이어 “절대권력 검찰과 만연한 성범죄, 이 거대하고 견고한 장벽에 계란 하나 던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진실이, 정의가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믿었다”며 “처음부터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가 성범죄는 여성들이 견뎌야 할 천형(天刑)이 아니라 가해자가 처벌받아야 할 범죄이고, 피해자에 대한 보복 역시 불법행위라는 그런 당연하고 상식적 선언으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이 2020년 1월 9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석방돼 나오고 있다. 이날 대법원 2부는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뉴시스] |
그러나 이날 대법원의 판단으로 최종 패소가 확정되자, 서 전 검사는 “2023년에 이 정도 판결밖에 못하는 것이 못내 씁쓸하다”며 “곧 뒤집힐 수밖에 없는, 내내 부끄러운 그런 판결로 남을 것이라는데서 애써 위안을 찾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더 잘할 수 있지 않았나 아쉬움 짙지만 그저 최선을 다한 거라 토닥여본다”며 “저는 여기까지였지만 이후에 올 여성들은 다음 세대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리라 믿는다”고 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이날 서 전 검사가 안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서 전 검사 측 패소로 판단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안 전 검사장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1·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판결을 파기했고, 이후 파기환송심이 내린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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