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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마에스트라’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5% 마에스트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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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마에스트라’ 이영애 [tvN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차마에!’

드라마가 끝날 무렵엔 이 말이 유행어가 될 지도 모르겠다. 설정부터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지휘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드라마 ‘마에스트라’(tvN). 배우 이영애의 복귀작이자, ‘우아한 그녀’가 ‘강인한 카리스마’를 입은 작품이다.

‘마에스트라’는 지금까지 등장한 클래식 음악 드라마 중 음악적인 부분에 힘을 많이 준 작품이다. 실제 악단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충실하게 하면서도 ‘드라마적 허용’을 통해 서사 역시 매끈하다. 지난 9일 첫 방송, 4.2%(닐슨코리아·수도권 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한 드라마는 매회 상승세를 기록하며 4회까지 방영된 현재 6.0%까지 올라섰다. 준수한 시작인 셈이다.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 이영애 [tvN 제공]

클래식 음악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는 많았지만,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소수의 예술’인 클래식 음악계를 다룰 때, 전문가 수준에 올라선 ‘애호가’ 시청자들의 눈은 상당히 매섭다. 뚜껑을 연 ‘마에스트라’ 역시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에선 일반 대중의 시선과는 달리 음악 이야기보다 드라마적 사건 사고가 많아 아쉽다는 반응이다.

대본을 감수한 류태형 음악 평론가는 “지금까지 나온 음악 드라마에서의 인물들은 괴팍하게 과장돼 있고, 음악적 숭고함을 그리는 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며 “애호가들의 입장에선 음악계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를 좋을 수 있으나, 드라마로서의 극적인 흐름과 재미를 위주로 보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애에게 지휘를 지도한 진솔 지휘자도 “대중적인 콘텐츠이기에 소수만 즐거워하면 안된다는 점을 염두하고 제작이 이뤄졌다”며 “너무 고증을 많이 하면 다큐멘터리에 가까워지는 만큼 사건 중심의 전개로 시청자들이 어렵지 않게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원작 ‘필하모니아’에는 있고, ‘마에스트라’엔 없다?!

‘베토벤 바이러스’(MBC) 이후 15년 만에 등장한 지휘자 드라마 ‘마에스트라’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외피 안에 치정과 미스터리가 뒤엉켰다.

‘마에스트라’의 원작은 프랑스 드라마 ‘필하모니아’. 총 6부작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한국 시청자들에겐 다소 급진적이라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오케스트라 남성 단원들의 사랑 이야기를 첫 장면으로 쏘아올린 뒤, 마구잡이로 뒤엉킨 치정과 사건, 유전병 이야기를 차례로 풀어나간다. 원작에서는 상임 지휘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그 자리에 주인공 헬렌이 발탁된다. 전임 지휘자와 얽힌 사건이 공개되지 않은 ‘마에스트라’와의 차이점이다.

지휘자의 발탁 과정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여성 지휘자의 존재는 무수히 많은 갈등 요인을 만든다. ‘마에스트라’는 파격적인 소재는 덜었지만, 불륜과 옛 연인의 등장, 유전병을 통해 끊임없이 사건 사고를 만들며 ‘미스터리물’로 풀어간다. 관계자들은 “원작의 자극적인 부분을 많이 덜어내 다소 심심해질까 우려했다”고 귀띔했다.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 이영애 [tvN 제공]

지휘자와 단원들 간 관계도 다르게 그려진다. ‘마에스트라’에선 스치듯 보여지는 단원들과의 관계가 원작에선 실감나게 표현된다. 단원들은 지휘자가 악보를 넘기지 못하도록 풀로 악보 사이를 붙여 넣는 짓궂은 장난을 치고, 더 완강하게 지휘자 헬렌을 거부한다. ‘마에스트라’는 이러한 디테일은 버리는 대신 파격적인 악장 채용 등 추진력 있는 마에스트라의 모습을 더 부각한다.

‘마에스트라’는 원작을 두 배로 늘였고, 이영애의 ‘강렬한 첫 등장’부터 시작한다. 진솔 지휘자는 “6부작이 12부작으로 확장한 만큼 드라마가 반환점을 넘어서면 음악도 이야기도 더 풍성해지고 명장면도 속속 등장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그는 “초반 이후 원작과 달리 새롭게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있어 중후반부에 더 재밌어진다”며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미스터리물인 만큼 사건, 사고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베토벤 6번 교향곡 ‘전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마에스트라’에선 지금까지 국내에서 다룬 그 어떤 음악 드라마보다 난이도 높은 곡들이 이어진다. 드라마에선 1회부터 선전포고를 했다. 베토벤 6번 교향곡 ‘전원’부터 슈만 교향곡 4번,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 엘가 ‘사랑의 인사’, 막스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 오케스트라 합주, 바이올린 연주에 등장하고 배경 음악으로도 사용됐다. 진솔은 “이 드라마엔 클래식 음악이 엄청나게 많이 나와 ‘강제 관람’에 가깝다”며 “음악가로서는 이렇게라도 다양한 음악이 들리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특히 드라마에서 ‘전원’ 교향곡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차세음의 ‘취임 연주회’ 곡이기도 한 ‘전원’은 원작에도 등장, 드라마의 전체 스토리를 암시하는 ‘복선의 역할’이다. 류태형 평론가는 “베토벤 6번 교향곡은 시적 화자가 아름다운 전원에 도착해 흥겨운 시간을 보내다가 폭풍우를 만나 위기와 절정에 다다른 뒤, 감동적인 결말을 맞는다. 암흑에서 광명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베토벤의 이상과 맞닿은 작품”이라며 “강렬한 자연에 도사리는 매서운 상황들, 웃고 있는 얼굴 뒤에 감춰진 비밀스러운 상황이 드라마 전체 내용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 이영애 [tvN 제공]

‘마에스트라’ 2회 야외 음악회에서 앙코르 곡으로 등장한 ‘라데츠키 행진곡’은 클래식 콘서트의 단골 연주곡이다. 지휘자가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며 소통하기에 안성맞춤. 진솔 지휘자는 “이 곡은 이영애 배우가 직접 선택한 곡으로 드라마 상에서 어떻게든 연주회를 성공시키려 했던 세음의 의지, 굴하지 않고 헤쳐나가는 추진력, 그러면서도 밝은 모습을 부각해 시민들과 교감하고자 하는 모습을 담았다”고 말했다. 4회에서 차세음의 교통사고 신에 등장한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역시 ‘이영애 픽’이다. 브람스 교향곡은 차세음이 이끄는 더 한강 필하모닉 단원들의 연주 모습으로도 등장할 예정이다.

슈만 교향곡 4번은 진솔 지휘자가 고른 곡이다. 진솔이 독일 만하임 음대에서 석사 논문을 쓸 당시 비교 분석한 곡이기도 하다. 그는 이 곡을 통해 “슈만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내 클라라에게 느끼는 감정과 관계를 차세음과 남편 김필의 관계에 빗대 담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휘자·단원의 기싸움은 실제로 흔한 일

2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세계적인 지휘자 차세음과 한강필 단원들의 첫 만남. “단원들도 모르는 지휘자 선임이 어디있냐”며 분통을 터트리는 연주자들은 ‘환영곡’이라며 ‘미션 임파서블’을 연주한다. 원작에도 등장하는 곡이다.

이 곡은 지휘자와 단원들 간 ‘기싸움의 시작’을 알린다. 우리 악단에서 차세음의 모든 미션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담았지만, 결론은 단원들의 참패. 이를 시작으로 지휘자와 단원 사이의 긴장감이 보여지는 장면들이 속속 등장한다. 드라마에선 지휘자를 앞에 두고 단원들이 대놓고 비아냥 거리기 일쑤다.

실제로 신참 지휘자들은 오케스트라와의 첫 만남을 위해 걸어 들어가는 자리가 가장 떨린다고 말한다. 걷는 모습만으로도 단원은 지휘자의 역량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 이영애 [tvN 제공]

음악 관계자들은 실제로 악단 내 지휘자와 단원 사이의 기싸움은 ‘흔한 일’이다고 말한다. 류태형 평론가는 “사람들 간의 힘의 균형, 온갖 대화가 오간 커뮤니케이션의 총체가 이뤄낸 결과물이 악단의 음악”이라며 “그 안엔 무수히 많은 싸움과 화해, 치열한 소통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지휘자는 음악만 다루는 직업이 아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많은 지휘자들은 “지휘는 결국 사람을 다루는 일이자, 관계를 돌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한 여성 지휘자는 “아무리 음악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지휘자의 존재 자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단원들은 지휘자를 따르지 않는다. 음악적 준비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이라며 “지휘자는 남자든 여자든 어차피 어려운 직업”이라고 했다.

피아니스트가 오보이스트로 나와 ‘웃음’…리허설룸은 세트장

‘마에스트라’의 매력은 온갖 사건 사고 속에서도 실감나는 고증을 했다는 점이다. 드라마엔 클래식 애호가들이 즐겨듣는 음악, 장소가 등장하고 콘서트홀에서 만나는 지휘자와 연주자도 나온다. 최근 전 세계 악단이 즐겨 하는 방식인 블라인드 채용도 언급된다.

실존 인물의 등장은 더 반갑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차세음이 방황하던 20대 시절, 지휘의 꿈을 꾸게 만든 인물이 바로 피에타리 잉키넨 KBS 교향악단 음악감독이다. ‘지휘 강국’ 핀란드 출신의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거장’이다. 현재 도이치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이면서 재팬 필하모닉 수석지휘자도 겸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드라마와 현실 사이에서 생겨난 나이 차다. 극중 차세음의 현재 나이는 40대. 잉키넨 감독은 1980년생으로 올해 43세다. 20대 차세음을 지휘의 세계로 이끈 잉키넨이 사실 현재의 차세음과 또래 친구인 셈이다.

차세음의 뉴욕 콘서트 장면에서도 클래식 애호가들이 알 만한 얼굴들이 등장했다. 바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호른 부수석 이세르게이다.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경우 난데없이 오보에 주자로 등장한 것은 클래식 애호가만 알 수 있는 ‘웃음 포인트’였다. 진솔 지휘자는 “해외 촬영 장면에 나와야 할 외국인 연주자들이 필요해 인맥을 총동원해 한국에서 활동 중인 분들을 섭외했다”고 귀띔했다.

드라마는 사실 배우들의 노고가 크다. 이영애를 비롯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모두 악기를 배웠다. 극 중 한강필 단원들은 조연 배우들과 실제 연주자들이 조화를 이뤄 매 신마다 50~60명이 리허설룸에 앉아 촬영을 진행한다. 진솔 지휘자는 “배우들이 손에 물집이 잡혀가며 너무나 치열하게 연습했다. 다른 음악 드라마에 비해 워낙 어려운 곡이 많아 현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배우들 중 최고의 실력파는 김봉주다.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약쟁이 오보이스트로 나온다. 진솔 지휘자는 “김봉주 배우는 오보에를 잡자마자 소리를 내더니, 한 달 배우고 ‘전원’ 교향곡의 솔로를 연주해 모두가 깜짝 놀랐다”며 “당장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라고 권유했다”며 웃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연주는 진솔 지휘자가 이끄는 아르티제가 녹음했다.

드라마 배경으론 예술의전당이 주로 나오고 고양아람누리, 평화의전당 콘서트홀 등이 연주 장면에 등장한다. 음악계 관계자들에게 화제가 된 공간은 한강필의 리허설룸이다. 국내 한 오케스트라 관계자는 “리허설룸이 너무 좋아 깜짝 놀랐다. 어디에서 촬영한 건지 너무 궁금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드라마의 리허설룸은 한강필이 시립이나 국립은 아니지만, 실력은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국내 톱5 안에 들어가는 드라마 설정에 맞게 지은 세트다.

CP-2023-008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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