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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앞에 계신 윤재옥 원내대표가 계시고요. 대표님과 충분히 상의하면서, 국민·나라·동료시민을 위해 승리하는 당을 만들기 위해 가장 좋은 방안을 함께 논의할 겁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이 많은데 왜 논의하지 않겠습니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수락 연설 후 정치입문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악수를 건넸다. 윤 권한대행은 한동훈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는 오는 29일부터 당 대표 권한대행을 내려놓고 원내대표 업무에 집중할 예정이다.
당 안팎에선 ‘한동훈 비대위’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윤 권한대행이 보여준 안정적인 리더십에 대한 호평이 적지 않다. 김기현 전 대표가 SNS로 사퇴의 변을 남기고 약 일주일 간 국회에서 사라진 사이 윤 권한대행이 당을 수습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채워넣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대야 협상, 본회의 전략 등 원내지도부를 이끌며 쌓아온 안정적인 리더십이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으며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지난 21~25일 서울 모처에서 당무를 익히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숙고했던 한 위원장과 소통했던 당측 인사 중 1명도 윤 권한대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지난 21일 법무부 장관 이임식 후 입당한 사실조차 뒤늦게 알려졌을 정도로 ‘철통보안’을 자랑했다.
윤 권한대행은 스스로 책임을 이야기하는 보기드문 중진이기도 하다.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만약 한동훈 비대위원장 취임 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이 바뀌면 책임을 질 것이냐’는 질문에 “의원님들을 포함해 의견을 종합해 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 그 결과 책임은 원내대표가 지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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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권한대행은 지난달 9일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정섭·손준성 탄핵을 시도했을 때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불시에 취소하면서 방어한 바 있다. 윤 권한대행은 홀로 당일 아침까지 고심하다 의원총회에서 전략을 공유했고 민주당의 탄핵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에도 윤 권한대행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결과는 원내대표인 내가 책임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가까운 의원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는 민주당의 법안 강행처리가 예고된 본회의를 앞두면 잠을 설치거나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막중한 책임감 속에서 원내지도부를 이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다른 의견을 냈던 이용호 의원을 다독이는 장면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된 데 대해 “먼저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럴줄 알았으면 비대위원장 논의 과정에서 다른 소리를 눈치 없이 안 내는 건데 살짝 후회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한동훈 비대위 체제는 당내 다른 목소리를 과감하게 포용하리라고 생각한다”며 “저도 한동훈 비대위 성공하고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압승하게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윤 권한대행은 이 의원이 발언을 마친 후 “후회 안 하셔도 될 것이다”며 “왜냐하면 제가 반대 의견 가진 분들 충분히 말할 공론장을 만들어드린다고 했고, 반대 의견 다 녹여서 결론내린 거니까 (한 장관이) 의견 내신분들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가 이 의원을 다독이자 참석자들도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한편 윤 권한대행은 ‘대구 달서구을’에서 19·20·21대까지 내리 3선을 한 중진이다. 경찰대 1기에 수석 입학한 엘리트로 중앙경찰학교 교장, 경찰청 정보국 국장, 경기지방경찰청 청장을 역임하고 정계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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