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황희찬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28일 열린 브렌트포드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멀티골을 폭발했다. 이번 시즌 황희찬이 한 경기에서 2골을 넣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황희찬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측면보다 상대 골문에 더 가까이 배치된 황희찬은 문전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멀티골을 챙겼다. 울버햄튼이 선제 득점을 하고 앞서가던 전반 14분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을 뽑아냈다.
황희찬은 브렌트포드의 수비수 나단 콜린스가 골키퍼에게 백패스한 볼이 짧다고 판단되자 쏜살같이 쇄도했다. 상대 골키퍼도 위험을 느끼고 몸을 날렸으나 황희찬의 스피드가 더 빨랐다. 볼을 가로채는 동시에 골키퍼까지 제친 황희찬은 빈 골문에 웃으면서 골을 뽑아냈다.
행운이 섞인 첫 득점에 성공한 황희찬은 10여분 뒤 놀라운 침착성을 과시했다. 토티 고메스가 후방에서 길게 걷어낸 볼을 문전에서 잡은 황희찬은 상대 수비를 절묘하게 따돌리고 골을 넣었다. 점프하는 수비수에 맞춰 볼을 띄워 허수아비로 만드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마무리 슈팅도 힘들이지 않고 톡 밀어넣듯이 차 결정력을 과시했다.
이 골로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 입성 이후 첫 멀티골이자 올 시즌 10호골의 기념비를 세웠다. 커리어 하이 기록을 계속 이어가는 황희찬은 미세한 허리 통증으로 전반이 끝나기 전에 교체됐다. 45분만 뛰고도 2골을 넣은 활약을 인정한 프리미어리그는 공식 맨오브더매치(MOM)로 선정했다. 더불어 황희찬은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14골), 도미닉 솔란케(본머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이상 12골),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자로드 보웬(웨스트햄•이상 11골)에 이어 득점 랭킹 단독 6위가 됐다.
황희찬의 놀라운 행보에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집중 조명했다.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황희찬이 울버햄튼에서 뛰어난 시즌을 보내고 있다”면서 지난 두 시즌과 이번 시즌의 기록을 나란히 나열했다. 한눈에 봐도 비교가 되는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황희찬은 지난 두 시즌 동안 57경기를 뛰며 8골을 뽑아냈다. 이것도 프리미어리그의 난이도를 고려하면 결코 나쁘지 않은 수치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고작 전반기 19경기 만에 10골을 터뜨렸다. 경기당 0.53골의 행보다. 2경기에 1골씩 넣는 질주가 가능한 건 슈팅 정확도에 있다.
황희찬은 현재 19경기에서 11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그중 10골을 넣었다. 득점 전환율에 있어 대단한 지표다. 이미 프리미어리그는 10월에도 황희찬의 정확도를 주목했었다. 당시에도 40% 이상의 적중률로 적은 슈팅에도 골로 연결하는 힘이 강하다는 증명을 해냈다.
울버햄튼의 전력상 황희찬의 결정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축에 들다보니 찾아온 기회를 골로 만드는 공격수가 절실했다. 그동안 울버햄튼은 확고한 스코어러가 없었다. 2020년대 들어 시즌별 최다 득점자는 6골에 불과했다. 그래선지 2020-21시즌 네투와 후벵 네베스를 시작으로 2021-22시즌 라울 히메네스, 지난 시즌 다니엘 포덴세, 네베스 등 모두 리그 6골이 가장 많은 득점이었다.
황희찬은 이를 일찌감치 넘어섰고 이제는 10골 고지도 밟았다. 구단 역사상 단일 시즌 가장 빠르게 10골 이상 넣은 세 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이전에는 스티븐 플레처와 라울 히메네즈가 각각 두 시즌 동안 기록한 적이 있다. 황희찬이 이제는 울버햄튼의 모든 득점 역사를 갈아치우고 있다.
울버햄튼이 가장 기대하는 대목이다. 일주일 전 황희찬과 2028년까지 장기 계약을 체결한 울버햄튼이 높게 평가한 부분은 확실하다. 계약 연장을 결정한 맷 홉스 디렉터는 “황희찬이 울버햄튼에 온 뒤로 늘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몇 가지 문제를 겪기도 했지만 항상 모든 걸 바쳐서 훈련했다. 이제 팬들은 황희찬이 우리 팀에서 하는 일과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잘 알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그의 행동은 이번 재계약을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홉스 디렉터는 황희찬이 게리 오닐 감독 밑에서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황희찬은 현재 스태프들과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생산력을 발휘하는 이유”라며 “황희찬의 다재다능함이 오닐 감독에게도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황희찬과 오닐 감독 모두 이곳에 온 이후 최고의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황희찬은 강인한 체격 조건과 플레이스타일로 ‘황소’라 불린다. 홉스 디렉터도 “황희찬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소처럼 강하다. 축구에 대한 태도도 매우 강인하다. 선수단 사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 황희찬 덕분에 한국 음식을 먹어보았는데 동료들의 그를 향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선수들은 황희찬이 그들을 위해 모든 걸 바칠 선수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지금의 활약에 기뻐하고 있다”라고 팀 분위기를 전달했다.
무엇보다 황희찬의 골 결정력에 박수를 쳤다. 홉스 디렉터는 “황희찬은 문전에서 골을 넣길 원한다. 뉴캐슬 상대로 넣은 득점을 보면 그의 침착함을 칭찬할 수 있다. 처음에 슈팅할 수 있었지만 잘개 쪼개 수비수를 제쳤다. 황희찬은 이제 멋진 피니셔의 유형으로 발전했다”라고 평했다. 황희찬은 11개 유효 슈팅을 10골로 연결한 부분으로 울버햄튼의 기대에 확실하게 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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