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구로구 본사서 기자회견…“유저 공감 얻을 수 있다면 언제든 만날 생각”
“논란된 손모양, 흔히 쓰이는 자연스러운 손동작”
“애니메이션 액션을 프레임으로 캡처해 오해”
“‘집게손가락이 의도되지 않았다는 것이 납득되면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제 설명을 듣고 유저들이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다면 그들을 언제든 만날 생각이다.”
김상진 스튜디오뿌리 총감독은 2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튜디오뿌리는 최근 남혐(남성혐오) 논란을 촉발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든 제작사다. 지난달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스튜디오뿌리가 만든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남혐을 상징하는 ‘집게손가락’ 포즈가 발견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넥슨이 즉각 영상을 내리고 스튜디오뿌리에 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등 집게손가락이 의도된 혐오표현임을 기정사실화 하자 스튜디오뿌리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당초 스튜디오뿌리는 이날 유저 간담회와 기자회견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참석 의사를 밝힌 유저가 없어 결국 기자회견으로 진행됐다.
이날 스튜디오뿌리와 함께 자리를 마련한 한국게임소비자협회 측은 “참석 의사를 밝힌 유저들에게 최소한의 신원 확인을 위해 성명과 연락처 정도의 개인정보를 요청했으나 답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상진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게 된 이유에 대해 “그동안 특정 언론사와만 접촉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두에게 작업 공정을 보여드리면서 그림에 대한 오해를 충분히 해명하는 자리를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원화에는 집게손가락이 없다. 원화와 원화 사이 중간 움직임을 그리는 ‘동화(動化) 작업’ 과정에서 그 손가락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화 작업 중 그려지는 집게손가락 또한 의도된 표현이 아닌 ‘흔히 쓰이는 자연스러운 손동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캡쳐 장면 19개를 예시로 보여줬다. 이 모든 이미지들에는 한국에서 남혐 표현으로 여겨지는 집게손가락이 순간포착 돼있었다.
이번 논란으로 스튜디오뿌리가 입은 피해는 상당하다. 스튜디오뿌리가 만든 많은 영상들이 삭제됐으며, 내년 상반기 진행할 작업물의 60% 정도가 발주사의 계약해지 요구로 취소됐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담담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다들 그 논란이 오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논란이 된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고 오해받은 직원을 제외하고 퇴사한 사람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다. 다 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논란은 억울하지만 유저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고집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원청에서 들어오는 수정 요청을 다 들어주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된 손모양이 안 나올 수 있게 최대한 바꾸고 있다. 아무리 점검해도 걱정되는 부분은 발주사와 의논하면서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집게손이 나오는 장면만 자를 수 없다.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라며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을 위해 해당 장면의 움직임 전체를 수정 중”이라고 덧붙였다.
넥슨을 상대로 대응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까지 9년간 작업을 맡겨줬던 회사다. 덕분에 우리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며 “대응할 계획이 없다. 발주사와 하청사 간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악성유저에 대해선 강경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협회장은 “애니메이터 신상 유포자를 상대로 강경하게 법적 대응 중”이라며 “앞으로도 스튜디오뿌리 직원을 지속적으로 괴롭힌다면 강경대응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선영 스튜디오뿌리 대표는 “애니메이터뿐 아니라 회사를 향한 악성댓글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모니터링팀을 운영하고 있다. 조만간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스튜디오뿌리는 이번 논란으로 기존 계약이 해지되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일이 앞으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법적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범유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예술인권리보장법에는 예술인이 작업할 때 개입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캐릭터가 움직이는 과정에서 집게손가락이 표현되는 것은 너무나 흔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이다. 이걸 수정하게 만드는 건 비용을 높이고 표현력은 낮추는 측면이 있다. 이는 예술인에 대한 개입”이라며 “이 경우 문체부에 신고해 시정조치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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