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해 한에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데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 정찰위성 발사 대응 조치로 남측이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에 대한 효력을 정지하자 기다렸다는 듯 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고 했다. 지상, 해상, 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한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군사합의 파기 선언이다. 연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발사했다. 북한이 한 해에만 ICBM을 다섯차례 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북한은 정찰위성이 정상 임무에 돌입했다고도 했다. ICBM이 ‘주먹’에 해당한다면 정찰위성은 ‘눈’에 해당한다. 그만큼 위협적이란 의미다.
▲정치 일정 활용한 북 도발 가능성= 내년 전망도 어둡다. 4월 한국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연초 군사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20·21대 총선 이전 북한의 군사도발 이력과 과거 주요 대남 도발 관련 주요 인사 재기용, 최근 대남 위협 등을 주요 근거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북한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핵실험(1·6), 무인기 침범(1·13), 대포동 미사일 발사(2·7),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3·31) 도발을 잇달아 벌였다. 또 2020년 4월 치러진 21대 총선을 한 달 앞두고선 대남 전술무기인 단거리탄도미사일을 4회 연쇄 발사했다.
한국 4월 총선·미국 11월 대선 겨냥한 고강도 도발 가능성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국도 정치 일정이 많다. 1월에는 대만 제16대 정부 총통·입법위원 선거, 3월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4월에는 영국 총선, 11월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로 이어진다. 이중 미국의 대선이 가장 큰 이슈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ICBM 정상 각도 시험발사 등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부각해 김정은에 우호적인 트럼프의 재선에 도움을 주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입증해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재선된 트럼프 행정부와 핵 군축 회담을 하려는 계산일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달라질 게 별로 없겠지만, 동맹을 경시하는 성향의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한국 외교에도 메가톤급 파장이 닥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도 철저한 ‘거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만큼 미국의 핵우산 공약도 약화할 수 있다.
▲한미일 협력에 러·중과 밀월= 북한의 위협에 맞선 한미일 군사협력도 내년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로 대북 군사협력을 업그레이드한 3국은 내년엔 다양한 군사훈련을 함께하며 손발을 맞춰나갈 계획이다. 문제는 중국이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선 ‘한미의 군사 위협이 문제’라는 식으로 감싸면서도 북한과 군사·정치적으로 밀착하는 모양새는 피하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미국과의 대립 구도가 확연해지고 한미일 군사협력이 중국에도 위협이 된다고 인식된다면 북·중·러 군사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북·중·러가 한미일 연대에 맞불을 놓는 차원에서 내년 동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응해 중러와 밀착 관계 유지
이 경우 북한엔 찬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9월 전격적인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본격화한 북러 협력은 내년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에서 5선에 성공하면 북한 답방 계획도 구체화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가 정찰위성의 성능 향상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등 첨단 국방 기술에서 북한을 돕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될 전망이다.
▲북 도발 강도 더 높일까= ‘진영 구도’를 등에 업은 북한은 내년에도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할 전망이다. 7차 핵실험도 가능하다. 이미 미 공군은 핵탐지정찰기를 추가로 배치했다. 세 번째 기종은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오펏공군기지에 배치된 WC-135R ‘콘스턴트 피닉스’다. WC-135R는 핵 탐지 전문 특수 정찰기로, 동체 옆에 달린 대기 표본수집 장비로 핵 활동 징후가 있는 지역의 상공에서 공기 입자와 가스를 수집해 분석함으로써 핵실험 및 핵폭발 여부를 판단하도록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WC-135 계열 정찰기는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때부터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핵실험 동향이 포착되면 동해 상공에 출동해 방사성 물질 수집 등 활동을 해왔다.
저강도 도발 가능성도 높다. 북한이 상대적으로 기동성 확보가 어려운 겨울철을 맞아 미사일 발사 등의 직접적인 무력 도발은 일시 중단한 채 이른바 ‘회색지대’(Gray Zone) 도발 전략을 통해 우리 군의 대응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 북한이 ‘저비용·고효율’ 도발을 통해 군사적 긴장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우리 측 대비 태세의 취약 부분을 계속 파고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대표적인 도발이 무인기다.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의 이번 영공 침범 대응 과정에서 전군 경계 태세를 격상하고, 육군 공격헬기와 공군 전투기·경공격기 등 전력을 20여대나 투입했으나 5대의 무인기 중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이들 무인기 가운데 최소 1대는 북한으로 돌아간 사실까지 확인됐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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