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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집 고쳐주며 행복 전하는 ‘서산 맥가이버’ 피동섭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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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직장 동료들과 보육원 봉사 시작해 취약계층 집수리로 확대

누적 봉사 3천시간 육박…”정년퇴직 후에는 더 자유롭게 활동 가능”

집 고쳐주며 행복 전하는 '서산 맥가이버' 피동섭 씨
집 고쳐주며 행복 전하는 ‘서산 맥가이버’ 피동섭 씨

[피동섭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산=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화재로 보금자리를 잃은 충남 서산의 한 장애인 가정에 지난 8월 새집이 생겼다.

서산 사랑의 집 나눔회가 지어 기부한 17번째 집이다.

이 단체 회장인 피동섭(58)씨는 HD현대오일뱅크에서 유류 저장·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직장인이다.

그의 이런 봉사활동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직장 동료의 제안으로 10여명이 보령의 한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벌인 게 시작이다.

이들은 매달 1인당 5천∼1만원씩을 모아 보육원 아이들에게 먹거리와 장난감 등을 선물했고, 이후 봉사활동 무대를 서산의 보육원으로 넓혔다.

그러던 중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낡은 집 곳곳이 부서져도 손조차 대지 못하는 모습에 눈을 돌렸다.

이때부터 피씨의 동료들로 구성된 ‘나눔터’ 회원들은 망치와 톱 등을 들고 독거노인이나 조손가정 등 취약계층 집을 고쳐주고 학생들에게는 장학금도 지원했다.

1997년 10여명이었던 나눔터 회원은 이제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무엇이든 뚝딱뚝딱 고쳐낸다고 ‘서산 맥가이버’라는 별명을 얻은 피씨는 집 고쳐주기 봉사 때 제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2016년 종합사회복지관에서 3개월 동안 도배를 배웠다.

이때 함께 기술을 익혔던 12명은 ‘우렁각시’ 도배봉사단을 결성해, 두 달에 한 번꼴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취약계층 새 보금자리 지어주는 서산 사랑의 집 나눔회
취약계층 새 보금자리 지어주는 서산 사랑의 집 나눔회

[피동섭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배 기술까지 장착한 피씨는 집 고쳐주기를 넘어 취약계층에 새집을 지어주자고 결심, 2018년 서산 사랑의 집 나눔회에 가입했다.

2003년 11월 건축 관련업 종사자 10여명이 모여 재난 등을 당한 취약계층 가정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이 단체에 피씨는 ‘청소라도 거들겠다’는 마음으로 동참했다.

회원 모두가 생업에 종사하느라 주말에만 모이기 때문에 새집을 짓는 데는 대략 4개월이 걸린다.

건축 전문가들이라 집을 짓는 일 자체는 회원들이 재능을 기부해 해결할 수 있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피씨는 자신의 직장과 연계된 ‘HD현대중공업그룹 1% 나눔재단’의 문을 두드렸다.

서산 사랑의 집 나눔회 활동과 필요성에 공감한 재단은 1채당 비용 5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피씨는 봉사활동을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25년 넘게 이어온 그의 누적 봉사활동 시간은 3천시간에 육박한다.

사내 연말포상 상금 500만원 기부하는 피동섭 씨
사내 연말포상 상금 500만원 기부하는 피동섭 씨

[피동섭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과정에서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으로부터 상과 표창을 받은 것도 여러 차례.

특히 지난 29일 직장 종무식 연말 포상에서 그동안의 봉사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존중상을 받았다.

상금이 500만원이나 됐는데, 피씨는 이날 전액을 “위기가정 아동을 위해 써달라”며 서산시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정년퇴직 얘기가 나오자 피씨의 얼굴은 더 밝아졌다.

그는 “그동안에는 휴무일이나 주말에만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퇴직하면 언제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며 “직장 동료들과 함께하던 나눔터 활동은 중단하겠지만, 집 짓기와 도배 등 봉사활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쉬는 날마다 밖으로만 도느라 집안일을 돌보지 않아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다”며 “처음에는 짜증도 내고 타박도 하더니 이제는 포기한 상태”라고 웃었다.

cob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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