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 민주진보당 지지자들이 유세 현장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대만은 오는 1월 집권당 친미·반중 후보와 반미·친중 성향의 야당 후보가 대결하는 총통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2024년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전국형 선거가 치러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비유를 빌리자면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처럼 ‘민주주의 슈퍼볼’이 열리는 셈이다.
리더가 바뀌면 국가 안보, 정부 정책, 시장 규제, 경제 전략 등 모든 것이 바뀐다. 특히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할 전망이다. 가디언은 “수많은 투표들이 불러올 지정학적, 경제적 영향은 좋든 나쁘든 불안정한 세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가 글로벌 경제의 결정적인 변수가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한 해가 개막됐다.
내년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 수는 전세계 인구의 41%, 선거가 치러지는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경제의 42%에 달한다. 세계 절반의 인구와 경제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 것이다.
국제 정치의 최대 변수이자 경제 향방을 가르는 선거는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예상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바이든의 대표작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정책이 폐기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전기차 배터리와 풍력발전 등에 투자한 많은 해외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하게 된다. 트럼프 정부 시절 대유럽연합(EU) 고율관세 등의 부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장 1월에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 역시 결과에 따라 미·중관계는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안보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 미국과 중국 ‘대리전’으로 불리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현 집권당인 반중파 민진당이 승리할 경우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고, 친중파인 국민당이 승리하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누가 승기를 잡든 지정학적 리스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로 장기 집권에 나서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관심사다. 미중 갈등의 ‘균형추’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키운 모디 총리는 3연임이 유력시 된다. 모디 총리의 국정 지지율은 여러 조사에서 70%를 넘기고 있다. 경제성장 및 전반적 삶의 질 상승에 힘입은 덕이다.
전쟁 3년 차에 접어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3월에 선거를 치른다. 24년째 장기집권 중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에 5선에 도전한다.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푸틴 대통령은 후보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유권자 30만명의 지지 서명 확보 작업을 서두르는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전황 악화 속에도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더불어 에너지 전환 가속화로 국제사회 입지가 높아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베네수엘라와 같은 자원 부국들이 내년에 선거를 치르고,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영국 등 미국의 전통적인 유럽 동맹국에서도 새로운 지도자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최근 유럽을 휩쓸고 있는 극우 돌풍이 이어질 지도 관심사다. 9월에 일본에서는 차기 총리인 새 자민당 총재를 뽑는다.
아프리카에서는 알제리, 튀니지, 가나, 르완다, 나미비아, 모잠비크, 세네갈, 토고, 남수단 등에서 선거가 열린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투표가 동시에 치러진 가운데,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 |
주요 국가의 선거 결과는 무엇보다도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할 전망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로 선거를 꼽기도 했다.
또 블룸버그 통신은 “두 개의 잔혹한 전쟁(우크라-러시아전쟁과 이-팔 전쟁)과 견고한 인플레이션 등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을 방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2024년 지구촌 곳곳에서 대대적인 선거라는 다음 격변 요인을 만났다”고 지적했다.
무역전문가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도 “올해 치러지는 선거들은 세계 경제에 거품을 끼얹고 있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전 세계의 민간 투자를 위축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선거 슈퍼볼’을 계기로 포퓰리스트(대중 인기 영합 정치인)들이 대거 글로벌 정가를 장악하며, 세계 경제를 더 큰 혼란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최근 다이앤 코일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포퓰리스트들이 승리를 따내면 정부를 상대로 무역 규제, 외국인 투자 통제, 이민 장벽 강화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우리가 알던 것과는 아주 다른 세상으로 세계 경제를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미 오하이오에서 중간선거 조기투표를 위해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의 모습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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