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마침내 고우석이 꿈을 이뤘다. 포스팅 시스템 데드라인을 몇시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행선지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됐다.
미국 현지 매체 뉴욕 포스트는 4일(한국시각)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와 2년 450만 달러(약 59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3일) 오후 LG 트윈스 구단에 따르면 “고우석은 메이저리그(MLB) 포스팅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다”면서 “LG 트윈스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내온 메이저리그 팀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LG는 “고우석은 3일 메디컬 테스트를 포함한 계약 진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덧붙였다.
말 그대로 고우석의 계약은 극적 그 자체였다. 고우석은 지난해 11월 28일 LG 트윈스 구단이 KBO에 고우석 포스팅을 요청하면서부터 메이저리그 꿈을 키워나갔고, 12월 5일 MLB 사무국이 30개 구단에 12월 4일자로 포스팅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면서 공식적인 포스팅 길이 열리게 됐다. 그는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거해 12월 5일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협상이 시작, 30일간의 포스팅 시간을 부여 받았다. 고우석의 포스팅 계약 마감일은 한국 기준 1월 4일 오전 7시까지였다.
포스팅 데드라인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전날, 메이저리그 저명 기자 존 헤이먼은 3일(한국시간) 오전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한국의 우완 투수 고우석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계약이 임박했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Korean righthander Woo Suk Go close to signing with Padres. Likely to be their closer)”고 전했고, 깜깜 무소식이었던 고우석의 계약 성사가 하루 아침에 다가오게 됐다.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꿈의 길은 지난해 11월 14일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KBO에 “LG 고우석에 대한 신분 조회를 요청한다”는 소식과 함께 열리게 됐다. 이후 다음날 KBO는 고우석이 LG 트윈스 소속 선수임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통보했다.
신분 조회 요청 절차는 해외 구단이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국내 선수를 영입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전 절차로서 메이저리그 구단의 ‘영입 의사’가 있다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해당 리그에 조회를 요청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절차 하나만 바라봤을 때도 고우석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기엔 적당한 조건이 됐다.
이후 고우석의 에이전트인 리코 에이전시의 이예랑 에이전트가 움직였다. 이 에이전트는 차명석 LG 단장을 만나 고우석의 명확한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전달했고, LG 구단 역시 내부 의논 끝에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공개입찰) 참가를 허락했다.
다만 이는 LG 구단의 ‘조건부 허락’이었다. 만약 포스팅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거나, LG 구단이 생각하는 금액이 아니라면, 내년 시즌 LG에 남으라는 조건이 담겼다. 대신 LG의 행동은 매우 빨랐다. 고우석이 신분 조회 요청을 받은 지 12일 만에 포스팅 신청까지 일사천리로 해결했다.
당초 고우석은 내년 시즌을 마무리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신분 조회가 들어왔고, 자신의 계획보다 빨리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기회를 마주하게 됐다.
고우석은 충암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7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했다. KBO리그 통산 기록은 354경기 19승 26패 6홀드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로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거듭났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진가를 100% 발휘했다. 고우석은 평균자책점 1.48, 42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잔부상에 시달리며 다소 주춤했다. 고우석은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으로 출전했으나 연습경기 도중 목 부상으로 인해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후 정규 리그에 돌입해서도 어깨 부상과 허리 부상이 겹쳐 올 시즌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예년과 비교해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LG의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우석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4⅓이닝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8.31로 아쉬웠다. 그럼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임은 변하지 않았고,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고우석의 포스팅 소식이 전해진 이후, 현지 매체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11월 22일, 미국 현지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고우석의 포스팅 허가 소식을 전하며 “한국의 LG 구단이 고우석의 포스팅을 허락했다. LG는 시장이 구체화된 후 포스팅 결정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올해 25세인 고우석은 지난주 MLB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복수의 빅리그 구단이 포스팅 자격을 갖춘 KBO 선수에게 관심을 보일 때 통상적으로 거치는 절차인 신원 조회를 MLB가 요청했다”며 “그렇다고 해서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한다는 보장은 없다. 포스팅이 공식화되면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상할 수 있는 45일간의 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 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고우석은 LG 트윈스로 복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고우석에 대해 ‘한국 최고의 투수’라고 지칭했다. 매체는 “한국 최고 수준에서 7시즌 동안 활약한 고우석은 3.1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2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이후 네 시즌 중 세 시즌 동안 2.17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고 고우석을 소개했다. 이어 “다만 2023년에는 44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3.68로 뛰어올랐다. 그는 상대 타자를 31.1%의 확률로 삼진 돌려세웠지만 상대 타자에 11.8%의 볼넷 비율을 보인다”고 아쉬운 점을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고우석은 2021년과 2022년에 좋은 제구력을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세 시즌 연속으로 28% 이상의 범타율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매체는 이어 고우석이 지난 시즌 팬그래프의 유망주 40인 명단에 들었던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팬그래프의 에릭 롱엔하겐이 고우석을 40인 유망주로 선정했다”며 “롱엔하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우석의 구속은 90마일 중반, 최고 98마일에 육박해 메이저리그 팀에서 중간계투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우석은 또 한국에서 세 차례나 30세이브를 넘긴 경험이 있는 강속구 투수”라고 전하며 고우석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1월 26일, 미국 현지 매체 팬사이드가 운영하는 다저스웨이는 고우석을 한국의 스타 마무리 투수(Star Korean closer)라고 지칭하며 다저스가 찾는 FA 투수라고 소개했다. 다저스웨이는 “다저스가 노릴 또 다른 흥미로운 자유계약선수가 공식적으로 시장에 나왔다. 다저스는 포스트시즌에서 투수 로테이션 운용에 아쉬움을 남겼고, 반등에 대한 희망조차 품지 못했다”며 “이번 오프시즌에서 다저스는 가능한 많은 투수진을 보강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이 허용된 한국인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영입 후보다”라고 전했다.
이어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지난 5시즌 동안 275.1이닝 동안 334삼진을 올린 강속구 우완 투수다. 그는 이제 겨우 25살이며, 3년 약 2,400만 달러(약 311억원)에 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매체는 “고우석의 직구와 커브의 파괴력을 다저스 해외 스카우터진이 어떻게 볼지가 관건이다. 지난 몇 년간 다저스는 셸비 밀러, 알렉스 레예스 등 불펜 투수들에게 막대한 연봉을 지급했음에도 좋은 결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오프시즌엔 확실한 영입이 필요하다”며 “일본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영입 대상이지만, 한국인 불펜 자원인 고우석 영입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여기에 미국 일리노이주 미주리주 일간지인 벨레빌-뉴스-데머크랏은 28일 “다음 주에 내슈빌에서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열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고우석을 타깃으로 삼아, 불펜 보강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식을 다루는 레드버드 랜츠 역시 이달 3일 ‘세인트루이스가 계약 할 수 있는 국제 투수 옵션 순위’를 선정, 고우석을 향해 가장 좋은 평가를 했다.
매체는 “고우석을 주목해야 한다. 2021년부터 KBO리그 최고의 구원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활약했다. 2021년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를 거둔 데 이어 2022년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했다. 지난해 부상 여파로 평균자책점 3.68에 그쳤지만, 삼진율은 2021년 9이닝당 10.6개에서 지난해 12.1개로 꾸준히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고우석의 재능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저렴한 비용으로 단기 계약을 통해 리스크를 감수할 가치가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미 2020년과 2021년 김광현을 영입해 효과를 봤다. 고우석도 김광현처럼 수년간 불펜에서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해를 넘겨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가 고우석의 샌디에이고행을 보도하면서 모든 방향이 샌디에이고로 향하게 됐다. CBS스포츠는 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고우석과의 계약에 근접했다”라며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 소식을 알렸고, “고우석은 2023년 LG 트윈스에서 평균자책점 3.68 59탈삼진 22볼넷을 기록했다. 25세 고우석은 KBO리그 7시즌 통산 139세이브를 올렸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마무리 자리를 두고 로버트 수아레즈, 마쓰이 유키와 경쟁을 펼칠 것이가. 다만 고우석이 이들을 제치고 경쟁의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우석의 샌디에이고행으로 ‘매제’ 고우석과 ‘처남’ 이정후가 나란히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게 됐다. 이는 한국 야구 역사상 최초 가족 동반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앞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최대 1억 1300만달러(약 1456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미국 매체 역시 이 부분을 눈 여겨 봤다. 메이저리그트레이드루머스는 “고우석과 이정후는 매제와 처남 사이다. 두 선수가 모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서로 가까곳에서 응원하는 것을 선호할지 모른다. 다만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계약 기간과 금액 조건”이라고 전했다.
또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과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은 물론,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이정후와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만나게 됐다. 이들은 각각 ‘미니 한일전’이라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LA 다저스와 3월 20일과 21일, 그리고 추가 이벤트 경기까지 더해 한국 팬들 앞에 선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2024시즌 개막전이 열림과 동시에 김하성과 고우석이 한국 팬들에게 인사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한편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른 이적료를 원 소속구단(LG)에 지급해야 하는 규약에 따라 LG 역시 이적료를 챙기게 됐다. 이는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은 계약금에 대한 20%를, 보장 계약 금액이 5,0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은 500만 달러와 2,500만 달러 초과 금액에 대한 17.5%를, 보장 계약 금액이 5,000만 달러 초과일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은 937만 5,000달러와 5,000만 달러 초과 금액에 대한 15%를, 보장 계약 금액 외에 보너스나 클럽 옵션이 있으면 선수가 달성 시 해당 금액에 대한 15%를 원 소속 구단에 지급하는 내용에 해당해, LG는 총 90만 달러(약 11억 7천만원)의 이적료를 챙길 예정이다.
고우석 KBO리그 연도별 성적
2017 ERA(평균자책점) 4.50 1홀드
2018 ERA 5.91 3승5패 3홀드
2019 ERA 1.52 8승 2패 35세이브
2020 ERA 4.10 4패 17세이브 1홀드
2021 ERA 2.17 1승 5패 30세이브
2022 ERA 1.48 4승 2패 42세이브
2023 ERA 3.68 3승 8패 15세이브
사진=연합뉴스, FOX 스포츠, 클러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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