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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노커플존·노스터디존”…고객 가려받는 행위는 불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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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9월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식당에서 아이 손이 긁혔다’란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해당 글을 작성한 A씨는 자신을 32개월 된 아이를 둔 엄마로 소개했는데요. A씨는 글을 통해 자녀와 함께 식당을 방문했다가 자녀가 손을 다친 사연을 전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식당의 식탁 아래 모서리 부분에는 손가락 한두 개가 들어갈 정도의 동그란 구멍이 나있었습니다. A씨의 아이는 밥을 먹던 중 테이블 밑 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는데요. 그러던 중 테이블에 긁혀 피를 흘리게 됐습니다. 

A씨는 “아이가 다치기 전까지는 테이블 밑에 위험한 구멍이 있는 줄도 몰랐고 아이 손이 구멍에 닿는 게 어른 눈높이에서는 보이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또한 A씨는 식당 측이 사과는커녕 “반창고가 없으니 직접 사 와야 한다”고 한 것에 불쾌함을 느꼈다고 전했는데요. 결국 A씨는 식당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싶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모든 손님의 안전을 일일이 챙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A씨 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아이가 식당에서 장난을 치다 손을 다친 건 맞지만 사고의 책임이 식당 측에 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A씨의 글을 본 대다수 누리꾼들의 반응도 비슷했는데요. “식당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일로 배상 청구라니 자영업자들 정말 힘들 것 같다” 등 무조건 식당 측의 잘못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유사한 경험을 한 자영업자들의 공감 고백도 이어졌습니다. “아이가 식당에서 혼자 뛰어다니다 다쳤는데 배상해달라고 해서 보험 처리해 줬다” “아이가 물컵에 소변보게 하고 치워주지 않는다며 화내는 부모도 있었다”며 아이들 때문에 경험한 곤란한 상황들을 공유했습니다.

이처럼 자영업자 입장에선 맞대응하기가 꺼려지는 난처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어린 아이의 매장 출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노키즈존’ 운영을 선택하는 일도 많아지고 이는데요. 제주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노키즈존 현황과 쟁점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노키즈존 매장은 540여 곳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어린이의 출입을 막는 노키즈존뿐 아니라 노시니어존, 노커플존, 노20대존, 노스터디존, 노교수존 등 특정 연령대나 계층, 직업군 등의 매장 입장을 제한하는 매장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데요.

‘노○○존’의 운영, 문제가 없는 걸까요?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국가인권위원회 “정당한 이유 없는 노키즈존은 차별”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받아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노키즈존과 같이 연령대나 직업군 등을 기준으로 손님의 출입을 제한하는 운영방식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손님을 가려 받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택시 승차 거부 행위가 대표적인데요. 택시발전법 제16조는 택시 기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손님의 승차를 거부하는 것을 불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불법 승차 거부로 3회 신고된 경우 해당 택시 기사는 택시 운전 자격을 잃게 됩니다. 이는 인종이나 성별 및 다른 특성에 따른 부당한 차별 대우를 막기 위한 취지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노키즈존을 비합리적인 차별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 관련 진정에 대해 “노키즈존은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행위”라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업주의 자유 및 권리는 무제한적으로 인정는 것이 아니고 특정 집단을 특정한 공간 또는 서비스 이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경우 합한 사유가 인정돼야 한다”며 모든 아동이 사업주나 다른 이용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부 사례를 비합리적으로 일반화해 아동들의 식당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11조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문구완구시장을 찾은 한 어린이가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 사진 = 뉴스1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문구완구시장을 찾은 한 어린이가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 사진 = 뉴스1

◇자영업자 “과도한 배상책임, 불가피한 선택”

노키즈존 등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는 노키즈존 운영 사업장 205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조사 결과 자영업바들은 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키즈존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안전사고 발생 시 업주 배상 책임 부담'(68.0%), ‘아동의 소란행위에 따른 다른 손님과 마찰 때문'(35.8%) 등을 꼽았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앞서 언급한 A씨 사례와 같은 아동의 안전사고에 따른 배상책임이나 이와 관련한 고객과의 갈등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앞선 법원 판례 중 상당수가 아동 안전사고 관련해 업주에게 배상책임을 묻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2013년 한 동남아음식 전문점에서는 매장 내부를 뛰어다니던 아이가 종업원이 나르던 뜨거운 물에 맞아 화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종업원 B씨는 뜨거운 물을 나르던 중 갑자기 뛰어든 아이를 차마 보지 못하고 아이와 부딪혔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아이는 얼굴, 가슴, 팔 부위에 화상을 입게 됐고 아이의 부모는 종업원 B씨와 사업주를 대상으로 배상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사건을 담당한 법원은  사고 발생에 있어 아동과 아동 부모의 책임보다 물을 쏟은 종업원 B씨와 그 사업주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식당 안에서 내달린 아이의 행동과 그런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은 부모에게 잘못이 아예 없다고 본 건 아닙니다. 법원은 사건 당시 아동에게 화상의 위험을 인지할 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었고 아이의 부모는 보호감독의무자로서 아이가 식당 내부에서 뛰지 않도록 단속할 의무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종업원 B씨와 업주에게 사건의 70%에 달하는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이들이 피해 아동에게 4천여만 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종업원 B씨에게 손님과 부딪칠 가능성이 매우 큰 객실 출입문이나 칸막이 앞에서 높은 온도의 물이나 음식을 운반할 때 더욱 큰 주의를 기울여 미리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었다”는 것이 판결의 이유였는데요.

이후 이와 유사한 법원의 판단이 이어지면서 노키즈존 확산에 불을 지폈는데요. 노키즈존 등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노○○존’ 운영을 차별행위로 규정하는 것이 반헌법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업주의 소유인 카페나 음식점 등의 매장에서 ‘노○○존’을 운영하는 것은 사업주 개인의 자유이며 헌법 제23조에 따라 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23조 ①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식당 내 유아용 의자에 스티커를 잔뜩 붙이고 떼지 않고 간 아이 / 사진 = 뉴스1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식당 내 유아용 의자에 스티커를 잔뜩 붙이고 떼지 않고 간 아이 / 사진 = 뉴스1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거듭되는 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키즈존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논란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키즈존 등의 운영이 불법이라고 결론내릴 수는 없는 건데요. 앞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노키즈존에 대해 차별행위로 판단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적이 있지만 인권위의 판단은 권고사항일 뿐 강제력은 없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이서현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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