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김건희 특검)’ 법안에 결국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최근 이재명 대표 피습과 함께 ‘쌍특검 거부권’ 정국이 이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필두로 한 ‘야권 지지층 결집’이 가속화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쌍특검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공식 재가했다. 전날(4일) 민주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직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의 쌍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명령에 (대통령) 본인과 가족을 지키는 국민과의 대결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과 함께 국회에서 야4당 공동 규탄대회를 열고 한목소리로 거부권 행사를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쌍특검은) 지난해 4월부터 국회에서 논의됐다. 총선까지 끌고 온 건 야당 책임이 아니라 정부·여당이 끝까지 회피한 결과”라며 ‘총선용 특검’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 특검 추천권이 ‘독소조항’이라는 주장을 겨냥해 “작은 소수정당은 (특검을 추천하면) 안 된다는 것인가. 소수에 대한 차별로 얼룩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거부권이 행사된 쌍특검은 이후 국회 재의결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재의결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요건이다. 그러나 여당의 전원 참여로 사실상 200석(재적의원 3분의 2)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법률상 재의결 시한이 없는 점을 이용해 재의결 시점을 최대한 미루고, 여당 공천 탈락자 등 ‘이탈표’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이에 조속한 재표결을 주장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법안은 (이후) 처음 본회의가 열리는 날(9일) 표결하는 게 원칙”이라며 “(9일 재표결)을 당당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9일 재표결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은 ‘재의결 지연’ 전략 외에도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가족(김건희 여사) 관련 법안의 거부권 행사가 문제라는 입장으로,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총선까지 쌍특검 이슈를 끌고가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역대 어느 대통령도 본인과 가족에 대한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재명 대표 피습과 함께 쌍특검 거부권 정국으로 민주당의 내부 결집이 탄력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은 헌법이 준 권리를 국민이 아니라 부인을 위해 사용했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인 만큼 (야당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이 김 여사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 설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쌍특검 추진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제2부속실 설치는) 예상 가능한 카드였으나 바로 꺼내 들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쌍특검과 제2부속실 설치 등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2부속실’에 대한 여론 향방이 향후 ‘쌍특검 정국’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제2부속실은 쌍특검 정국 이전부터 나왔던 주장이다. 이제야 만든다고 국민이 (대통령을) 호의적으로 볼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실의 ‘제2부속실’ 카드가 제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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