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경기 수원시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2024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 공식 출범 이후 열흘간 광폭 행보를 보였다. 전국을 돌며 지지층 결집 유도하는 한편, 공천 칼날을 휘두를 공관위원장에 비정치인 인사 내정을 알렸다.
여권에선 신선함과 공정함을 앞세운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감과, 대통령실과 관계 재설정 등 근본적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이번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처와 조만간 공개될 공관위원 인사의 면면이 임기 초반 성과의 가늠자로 주목받는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비대위 공식 출범 이후 대전, 대구, 광주, 충북, 경기도 등 전국 5개 시·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강행군에 나섰다. 이번주에는 강원, 경남, 충북 단양, 부산 등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각 지역이 윤석열 정부와 보수진영에 갖는 의미를 강조하며,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표심에 구애했다.
그는 2일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대전은 우리 당에게 언제나 역전 승리의 상징이었다”, “대전은 우리 당에게,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승리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대구시당에서는 “적지 않은 분들이 정치를 처음하는 저에게 충고하듯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에 정체되거나 매몰되면 안 된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대구는 저의 정치적 출생지 같은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4일 광주에서는 “우리 헌법 전문에 5·18정신이 들어가면 헌법이 훨씬 더 풍성해지고 선명해지고 더 자랑스러워질 것 같다”고 재차 발언했다. 이어진 충북 청주 현장에서는 “충북의 마음을 얻는 것은 대한민국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5일 경기도에서는 “경기에서 우리가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우리는 승리한다”며 교통, 안전 등 각 분야에서 격차 해소를 약속했다.
국민의힘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에 정영환(64)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됐다. [연합] |
4월 총선에서 인적 쇄신을 이끌 공관위원장에는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됐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으로 위원장 인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한 위원장은 5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깜짝 인선’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공정한 법 연구로 유명하고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판단으로 우리 국민의힘에 설득력 있고, 공정한 공천을 맡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 내정자는 강릉고,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89년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로 임관해 서울고법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냈고, 2000년부터 법대 교수로 활동한 민사법 분야 권위자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을 맡았던 정 내정자는 당연직 위원 자격으로 검찰총장추천위원회에 참여하며 한 위원장과 업무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법원장 최종 후보군에 들기도 했다.
당 내에선 그간 법조인 출신 인사가 공관위원장에 와야 한다는 목소리와 더불어 복수의 인사가 후보로 거론됐으나, 정 교수의 이름은 나온 바 없었다. 지도부 관계자는 “전적으로 한 위원장이 발탁한 인사”라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의 국민의힘 인사는 통화에서 정 내정자의 이력을 언급한 뒤 “훌륭한 분이라는 것 외에는 더 설명할 말이 없다”고 호평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예단해선 안 되지만, 정치인 출신이 오는 것보다는 공정한 공천이 가능한 환경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 |
당 내에선 비대위 출범 열흘간 한 위원장의 행보를 통해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눈에 띄게 침체된 보수층의 사기를 북돋는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점, 중도 확장성 등을 놓고선 지적이 나온다. 한 위원장이 6일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과 만남을 갖긴 했지만,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 여권 내 비윤계와 통합 숙제가 여전히 남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라 국회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한 위원장의 대응과, 11일 이전 공개될 공관위원 명단에 주목하고 있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실과 관계 재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한 위원장에게 제기된 근본적인 질문”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 한, (한 위원장의 행보는) 결국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미지 쇄신 작업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와 운동권에 대한 반감 만으로는 총선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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