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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선진금융(?) PF는 어떻게 ‘불가살’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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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선진금융(?) PF는 어떻게 '불가살'이 됐나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성수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 원 규모의 PF대출 만기일이 도래하면서 시공 능력 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위기를 겪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건설을 위기로 몰아넣은 ‘트리거’는 서울 성수동 오피스2 개발 프로젝트다. 노후 공장부지를 오피스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태영건설이 지급보증을 선 4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리지론을 상환할 여력이 안 되면서 ‘부실’ 소문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태영건설이 보증한 프로젝트는 성수동 오피스1·2·3개발사업뿐만 아니라 구로 지식산업센터, 강릉 남부권 관광단지 개발사업, 독산동 노보텔 개발사업 등 48개다. PF사업이 빠르게 늘자 보증액도 급증했다. 지배주주 지분의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액 규모는 593%나 된다.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자 시공 능력 16위의 태영건설도 견딜 재간이 없어진 셈이다.

PF는 말 그대로 프로젝트의 미래 현금을 담보로 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법이다. 1994년 사회간접자본(SOC) 민간자본유치 촉진법 등의 제정으로 우리나라 PF의 물꼬가 트인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만들 돈이 없다 보니 1995년에 금융을 통해 1조 3000억 원을 조달한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PF다. PF는 본래 프로젝트의 미래 가치만을 담보로 돈을 조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좀 뒤틀렸다. 시공 건설사의 연대보증·책임준공 등이 추가됐다. 특히 PF는 SOC보다 아파트 등에 더 많이 적용하고 있다.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 정부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PF는 시장이 우상향할 때는 문제가 없다. PF의 구조 덕분에 모두가 돈의 잔치를 벌일 수 있다. 자본력이 약한 영세한 시행사가 계약금만 갖고 땅을 계약하면 건설사가 보증을 선다. 이른바 브리지론으로 본PF 이전에 사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증권사가 주로 브리지론을 취급하고 있다. 증권사는 이를 저축은행이나 신협·새마을금고 등에 다시 판다. 시행사는 동시에 브리지론을 토대로 해 1금융권에서 대출을 일으켜 개발을 시작한다. 본PF의 시작이다. 활황기에는 돈 놓고 돈 먹기다. 시행사는 땅의 계약금만 갖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일확천금을 손에 쥔다. 시공사는 공사비를 받고 지급보증을 한 신탁사는 물론 브리지론을 일으킨 증권사는 수수료로 프로젝트마다 수십억 원을 받을 수 있다. 프로젝트가 10개면 수백억 원, 100개면 수천억 원을 벌 수 있다. 2011년 PF 사태 때 수많은 저축은행이 망했는데도 PF가 더 활개를 친 이유다. 증권사·신협 등 플레이어가 더 늘지 않았는가. 현재의 부동산 PF를 돈의 카르텔로 폄훼하는 이유다.

문제는 시장이 급랭할 때다. 브리지론·본PF에서 발생한 대출 채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유동화를 하다 보니 자산유동화증권(ABS)·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 다양한 파생 상품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PF 한 곳에 참여한 주체들이 수십 개다. 예컨대 태영건설은 성수동 오피스 1·3차도 개발 중으로 1차에는 38곳의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주로 새마을금고와 협동조합이 5억 원부터 250억 원까지 참여했다.

문제가 터지면 그 해결 과정이 복잡하다는 얘기다.

보통 일반회사의 채권단 구조는 많아야 수십 개다.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에 들어가도 회생 절차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건설사는 다르다. 산업은행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위해 소집 통보서를 보낸 채권단만 400여 곳에 이른다. 건설사에 대한 워크아웃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인데 실제 성공한 케이스는 현대건설 등 손에 꼽힐 정도다. 그래서 금융 당국도 건설사에 대한 워크아웃을 꺼린다. 하지만 상거래 채권이 많고 시장에 미칠 파장 등이 커서 구제 절차에 착수한다.

건설사도 이런 취약점을 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협력사·수분양자를 비롯해 채권단도 아픔과 고통으로 몰아넣는 일이다. 국가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까봐 너무나 두렵다”고 발언한 이유다. 대마불사의 인식을 갖고 있다.

잊을 만하면 PF파동이 일어나는 것은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실 건설사는 깔끔하게 법의 절차를 밟게 해 꼬인 첫 단추를 풀어야 한다. 동시에 시행사 자본 요건 강화, PF대출에 대한 엄격한 평가 개선, 건설사장의 후분양 사업 확대 등의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이대로 태영건설을 포기하는 것은 저만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여명] 선진금융(?) PF는 어떻게 '불가살'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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