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강사’ 교재에 실린 영어 지문이 수능 시험에 그대로 출제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고 조선일보가 8일 단독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경찰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23번 문제와 관련, 대형 입시 업체인 메가스터디 소속 모 강사 교재에 실린 지문이 그대로 시험에 출제된 배경 등을 현재 조사하고 있다. 수능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문제 검증 과정에서 해당 지문이 걸러지지 않은 이유 등도 살피고 있다.
문제가 된 지문은 ‘영어 23번’으로, 여기엔 미국의 법학자이자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인 캐스 선스타인이 2020년 출간한 책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의 일부 내용이 담겼다.
수능 시험 전 메가스터디 소속 유명 영어강사가 판매한 모의고사 문제집에 실린 것과 한 문장만 다를 뿐 같은 내용이었다.
문항은 각각 글 주제 찾기와 어휘의 쓰임을 묻는 식으로 차이가 있긴 했다.
입시 학원에서 학생들 수능을 대비해 마련한 예상 문제가 실제 수능 출제 문제와 유사한 경우는 더러 있었으나, 아예 지문이 똑같이 나온 사례는 그간 없었던 탓에 당시 일부 수험생은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 시험(2022년 11월) 직후 문제를 제기했다. 유명 강사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를 미리 풀어보고 해설 강의까지 들은 수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문제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평가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의 신청 글만 100건 이상이 넘었다.
그러나 당시 평가원과 교육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영미권 책이나 논문을 참고해 문제를 출제하다 보니 실제 수능 문제를 내는 출제진과 예상 문제를 만든 학원 강사가 우연히 같은 내용을 발췌하면서 벌어진 일이라 본 것이다.
당시 평가원 측은 “영어 23번 문항은 특정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항과 동일한 출처의 지문을 활용하고 있으나, 지문 출처만 동일할 뿐, 문항 내용이나 선택지 구성 등이 다르다”며 “문항·정답 오류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이의신청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줄 알았으나, 시험이 치러진 지 8개월쯤 흐른 지난해 7월, 교육부는 이 사건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사교육 카르텔 신고 센터’를 운영하는 동안 똑같은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다. ‘사교육 카르텔 신고 센터’는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등 부조리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출범했다.
신고 센터에까지 문제가 접수된 만큼, 교육부는 결국 이 일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기로 하고,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감사원도 나섰다. 감사원은 이런 논란을 알고도 교육부와 평가원이 뒤늦게 조처한 이유 등에 대해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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