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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집 인터뷰] 장웅성 OSP 단장 “빅블러 시대, ‘연구·혁신(R&I)’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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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기술은 물론 정책, 사업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경계의 전환, 즉 ‘빅블러(Big Blur) 시대’입니다. 퍼스트무버를 향한 K-인더스트리의 새로운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의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장웅성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OSP) 단장은 우리나라가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는 연구개발(R&D)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이 확산하고, 세계 각국이 기술 패권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R&D 체계로는 영원한 패스트팔로어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웅성 단장은 우리나라의 R&D 투자 대비 낮은 성과를 비유한 ‘코리아 R&D 패러독스’의 원인을 파편화·분절화로 꼽았다. 세계 각국이 빅블러에 대응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한편 우리나라는 산업, 기술, 정책, 사업이 모두 개별적으로 나눠지면서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단장은 지난 2022년 10월 제5기 OSP 수장으로 부임했다. 지난 1년 3개월여간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 R&D 싱크탱크 조직인 OSP를 이끌면서 경제안보와 기술패권 선점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쏟았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장 단장에게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하는 R&D 정책 방향과 OSP의 역할을 물었다.

장웅성 OSP 단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취임 1주년이 지났다.

▲지금은 첨단기술·공급망 등이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기술패권과 경제안보의 시대다. 국가 산업과 에너지, 시장(통상)과 기술을 책임지는 산업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첨단산업과 에너지 전환, 공급망 재편, 디커플링 등 모든 이슈를 가장 정면에서 책임져야 하는 부처기 때문이다.

산업부를 지원하는 OSP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독립성 강화와 함께 인력 보강, 조직 개편 등 임무 중심형 효율적 구조로 탈바꿈하기 위해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산업대전환을 선도하는 핵심 산업기술을 발굴하는 한편 중장기 R&D 전략을 제시하고 혁신 가치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R&D 예산 확정 단계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경쟁국들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 주도 R&D와 함께 투자, 세제 지원 등 적극적인 산업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은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10조엔(약 9조2000억원)을 직접 투입했다.

경계전환(산업융합), 글로벌공급망(GVC), 디지털전환(DX)과 AI 전환, 그린전환, 인구전환 등으로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국가도 많다. 이들은 우방국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리스크를 줄이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를 지속했다. 다만 정부 R&D가 산업대전환의 시대적 미션을 달성하고 초격차 기술과 시장을 확보하는데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던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기술완성도 부족과 자본 조달 민첩성 결여 등에 따라 경쟁력이 저하하면서 민·관, 산·학·연 간 역할 분담과 협업체계에 효율성이 낮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R&D 역량이 몇몇 글로벌 대기업에 치중돼 대부분 기업의 R&D 여력이 부족한 것도 안타깝다.

또, 수직적 업종 중심 지원 체계 때문에 연구과제가 파편화하고 입체적인 연계가 부족한 문제도 있다. 기술공급자가 예산을 상대적으로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연구를 위한 연구’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 R&D는 단시간에 급격히 팽창했다. 여기서 군살을 제거해 효율적이며 강건한 혁신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한다. 무엇보다 연구를 수행하는 주체와 정부 등 산업 현장에서 직접 뛰는 ‘선수’와 ‘심판’이 자신의 책임 의식과 의지로 냉정하고 면밀하게 ‘군살’을 진단해 처방·수술해야 한다.

장웅성 OSP 단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앞으로의 산업기술 R&D 방향을 제시한다면.

▲지금은 산업 경계 와해와 빅블러 가속화로 업(業)의 본질이 바뀌고 산업간 융합이 보편화한’경계 전환의 시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R&D는 여전히 견고한 사일로(Silo)에 갇혀 있다. 부처·정책·사업별로 분절화된데다 산업·기술의 경계도 철옹성같다.

수직적 업종중심 지원에 따라 연구과제가 파편화하고, 기술개발과 인프라, 인력양성과 사업화 등도 입체적인 연계가 부족하다. 이제는 연구개발(R&D)이라는 좁은 시야를 버리고 연구·혁신(R&I)으로 시급하게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 R&D는 ‘D’의 개념을 개발(Development)에서 실증(Demonstration), 배포(Deployment)로 확대해 혁신의 스펙트럼을 확장해야 한다. 특히 철저하게 시장중심·기술수요자 관점에서 정부 R&D를 추진해야 한다. 시장 혁신에 필요한 기술을 발굴하고, 산·학·연 협력을 기반으로 적시에 기술을 확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혁신활동을 진작하도록 제도를 개혁하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퍼스트무버형 R&D 체계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꽤 오래전이다. 새로운 시대정신에 입각한 거버넌스와 제도, 문화, 의식 등 전면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

-국제협력 R&D 중요성도 높아졌다.

▲경제안보 공급망 구축과 글로벌 혁신 허브로 재도약해야 하는 국가 미래전략에 비쳐보면 국내 R&D 개방성은 OECD 최하위 수준(36개국 중 34위)으로 갈라파고스화돼 있다. 디지털 전환(DX)과 탄소중립발 그린전환의 파고는 오히려 공격적인 국제협력을 통한 혁신의 리더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 더욱 걱정된다.

국제협력 R&D는 파트너와의 지속가능하고 상호 호혜적인 협력프로그램이 필수다. 국가별 산업, 에너지, 기술 관점에서 상호 협력 전략이 첨단기술, 중간기술, 공적개발원조(ODA) 등 맞춤형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가전략산업분야에서 초격차기술을 확보해 GVC에서 핵심고리를 차지, 대체 불가의 산업혁신국가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포스코는 세계 철강산업이 마주한 탄소중립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Together for a green future’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를 토대로 세계 각국 철강업계와 수소제철 기술 등을 공동 개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R&D 국제 협력은 특정 국가에 편중됐다. 앞으로는 국가별로 우수한 기술, ODA 등에 따라 공급망, 안보, 글로벌 혁신 허브 등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전략적으로 쓰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기술정책과 통상정책을 연계해 한국 기업에 국제협력 기술개발부터 GVC 진입까지 패키지로 지원할 수 있도록 통합연계형 정책이 필수다.

장웅성 OSP 단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DX와 AX가 산업계 화두다.

▲DX의 성패는 데이터와 AI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일본 등 경쟁국이 최근 내딛는 발걸음에 비해 우리나라의 느린 전환 속도가 우려된다.

적극적 AI 활용은 산업적 측면에서 경제성장론에서 말하는 투입요소인 자본, 노동, 기술 진보와 차별되는 요소로 작용해 경제성장의 퀀텀 점프를 가능케 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특히, 최근 돌풍의 중심에 있는 생성형 AI 도입은 모든 산업과 비즈니스 영역에 걸쳐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의 30%는 제조업이다. 제조업 경쟁력을 굳건하게 하고,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처는 DX와 그린전환이다. DX의 성패는 데이터·AI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생산성 증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 산업은 생성형 AI를 포함한 AI 기술을 적극 채택해야 하며, 한국은 AI를 가장 잘 쓰는 국가로 변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 조업 역량을 보유한 수요기업과 AI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을 모두 보유한 몇 없는 국가로 손꼽힌다. 앞으로 양 분야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국가 간 기술패권주의 심화에 따라 주력 첨단산업의 해외 진출이 불가피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제조업의 산업 AI 내재화를 통한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 전략 등은 대체 불가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산업 AI를 적용한 핵심기술의 블랙박스화를 통해 해외공장을 원격 관리하는 양산기지로 이원화할 수도 있다.

아울러 이럴 때야말로 정부가 ‘판을 까는’ 역할을 해야 한다. AX 수요 대기업의 수장들, 정보기술(IT) 솔루션 리더들, 깨어있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등이 ‘원팀 코리아’로 AX를 끌고 가는 국가적 캠페인이 필요하다. AI로 산업에 혁명을 일으키는 ‘AX 레볼루션’에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장웅성 OSP 단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새해 OSP의 중점 추진 미션은.

▲산업 대전환을 선도하는 임무 해결형 초격차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지난해 4월 11개 핵심투자 분야에서 34개 미션과 40개 초격차 프로젝트를 각각 선정했다. 현재 각 프로젝트에서 기술개발, 기반구축, 인재양성, 표준·인증 등을 포괄하는 통합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제8차 산업기술혁신계획 수립에도 힘을 쏟는다. 중장기R&D 전략기술과 융합R&D, 기술혁신 인프라, R&D 혁신, 국제협력 등 중장기 산업기술 혁신생태계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GVC의 핵심 고리 선점을 위한 목적별-영역별 전략적 국제협력을 확대하는 데도 드라이브를 건다. ‘대체불가능한 핵심기술확보’를 위해 글로벌 R&D 협력을 추진할 방침이다. AI와 원천기술은 북미와 유럽, 부품소재기술은 일본을 중심으로 각각 세계적 연구기관과 전략적 협력에 나선다.

산업부는 산업진흥, 탄소중립, 에너지 등 주요 분야에서 정부 측 기획자이자 소비자로서 완결형 산업혁신시스템을 구축해 투자기획과 조정을 수행하고 있다. OSP는 산업혁신 전 주기에 걸쳐 전략성과 완결성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겠다.

○…장웅성 단장은

1959년생이다. 부산대에서 금속재료 학사·금속공학 석사 학위를, 호주 모나쉬대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1984년 포스코 기술연구소 주임연구원으로 입사한 그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재료공정연구소 연구위원보 등을 거쳤다. 2012년에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금속재료 PD를 역임했다.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OSP) 주력산업MD로, 2020년 인하대 융합혁신기술원장으로 활약했다. 2022년 10월 제5기 OSP 단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CP-2023-0082@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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