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라스베이거스.”
미국의 경색된 공항 입국심사대와 달리 라스베이거스 해리 리드 국제공항 입국심사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한국에서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4’를 보기 위해 왔다는 말 한마디로 즉시 통과시켜줬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도 CES를 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온 것을 한눈에 알아챘다. 5년 넘게 라스베이거스에서 택시를 운행했다는 그는 라스베이거스에는 CES뿐 아니라 스피어, F1, 리인벤트, 슈퍼볼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며 자주 오라고 권유했다. 물가가 다소 비싸니 계획적으로 아껴 쓰라는 조언도 했다. 그와 라스베이거스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과거 라스베이거스 상징으로 여겨지던 카지노 얘기는 일절 나오지 않았다.
7일(현지시간) 개막을 앞두고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선 미국 전역과 한국·중국·대만·유럽 등에서 오는 관람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호텔과 도심 공연 예약은 지난달 초에 이미 꽉 찼다. 택시와 공유차량(우버·리프트)은 관람객을 공항에서 호텔까지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실어 날랐다.
라스베이거스에는 CES와 함께 관람객이 꼭 가봐야 할 명소가 한 곳 더 생겼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세계 최대 구형 공연장 ‘스피어(Sphere)’다. 미국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기업 매디슨스퀘어가든컴퍼니가 7년 동안 23억 달러(약 3조원)를 투입해 만들었다. 높이 111m, 바닥 지름 157m로 관람객들과 눈을 마주치는 외벽 스크린 면적만 축구장 2개 반 규모(5만4000㎡)에 달한다.
스피어 외벽은 푸른 행성의 모습을 하다가 무지개빛을 내기도 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이모티콘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CES 기간에는 참여 기업들의 신제품 티징(예고) 동영상을 송출한다. 스피어 주변에선 관람객 수백명이 라스베이거스의 새 랜드마크가 된 구형 디지털 사이니지를 배경으로 셀프 카메라(셀피)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1905년 인구 100여 명의 작은 마을이던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 사업이 합법화되면서 성장했다. ‘신 시티(죄의 도시)’라는 이명을 얻은 것도 이때다. 1970~80년대에 들어 아시아 마카오, 유럽 모나코 등이 카지노 사업의 종주 자리를 위협하자 1978년 겨울 CES를 처음 유치하며 유흥의 도시에서 MICE(회의·여행·컨벤션·전시)의 도시로 변화를 꾀했다.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CES로 인해 지금까지 라스베이거스에 방문한 관람객은 약 500만명에 달하고, 약 8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네바다주 사막 한복판에 위치한 인구 66만여 명의 대도시가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라스베이거스시는 CES급 행사를 매월 개최한다. 카지노와 MICE를 넘어 스포츠로 손을 뻗치고 있다. 그 성과가 가시화된 게 지난해 11월 개최한 ‘F1 그랑프리’다. 세계 최대 모터스포츠 경주를 유치함으로써 3일간 3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였고, 약 1조6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필두로 국내 지자체 수장들도 관광-MICE-스포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CES와 라스베이거스의 혁신 성장 방정식을 배우기 위해 매년 초 미국 현지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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