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늘려 성장동력 강화…자본시장·WM으로 수익 다각화 [은행 2024 경영전략]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주요 시중은행은 올해도 기업대출 경쟁력 강화 전략을 이어간다. 지속되는 ‘이자장사’ 비판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속 기업대출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자본시장, 자산관리(WM) 분야 등에서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며 수익 다각화도 노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67조3139억원으로 전년 말(703조6746억원) 대비 63조6393억원 증가했다. 반면 가계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692조4094억원으로 전년보다 1291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이자장사 비판을 의식해 기업대출을 적극 늘려왔다. 5대 은행의 작년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0조9366억원으로 전년 동기(28조8052억원)와 비교해 7.4% 늘었다. 이자이익이 총이익(33조7113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1.8%에 달했다.
5대 은행의 이자이익만 3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자 은행권이 고금리 기조 속 이자장사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가계부채 급증으로 금융당국이 관리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은 기업대출로 자산 성장 전략을 선회했다.
올해부터는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면서 은행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에 NIM이 소폭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다가 2분기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가시권에 들어서면서 NIM이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에 2024년 연중 NIM은 전년 대비 7bp(1bp=0.01%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올해도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성장에 중점을 두고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초 조직개편에서 영업 진용을 정비했다. 국내영업부문은 개인그룹, 자산관리그룹, 기관그룹, 부동산금융그룹으로 재편하고 기업투자금융부문은 CIB그룹, 중소기업그룹, 글로벌그룹으로 구성했다.
기업그룹과 IB그룹은 ‘CIB그룹’으로 통합했다. 기존 기업금융과 더불어 투자금융 및 해외투자업무 집중도를 높여 기업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사에서는 영업 양대 부문장을 모두 교체했다. 김범석닫기김범석기사 모아보기 부동산금융그룹 부행장이 국내영업부문장 겸 개인그룹장으로, 기동호 IB그룹장이 기업투자금융부문장으로 선임됐다.
신한은행도 연말 조직개편에서 영업그룹을 확대‧강화했다. 영업채널을 4개 영업그룹으로 구분해 편제하고 전문성과 영업 추진 역량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대면·비대면채널을 연결해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채널지원본부’도 신설했다.
현장 영업력 강화를 위해서는 영업 채널에 그룹장을 확대 배치하는 인사도 단행했다. 고객솔루션그룹장으로 선임된 김광수닫기김광수기사 모아보기 그룹장은 인천본부장, 기관영업2본부장 등 지역본부장, 기관영업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관리 및 소통에 탁월한 역량을 보유한 전문가다. 여신그룹장으로 선임된 강명규 그룹장은 IB와 대기업 영업 및 심사를 두루 경험하며 기업·여신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은행은 현장 중심 영업의 효율적인 지원과 영업본부별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서는 중앙영업그룹 내 강남서초영업본부, 종로영업본부 등 2개의 영업본부를 신설했다. 인사에서는 영업 현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이동열 대전세종영업본부 지역대표(본부장)를 충청영업그룹 대표(부행장)로, 이은배 중앙영업본부 지역대표를 본부장에서 부행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전병권 여의도금융센터 지점장은 경인영업본부 지역대표로, 조상래 성서지점장은 대구경북영업본부 지역대표로, 함종덕 대전금융센터지점장은 대전세종영업본부 지역대표로 각각 신규 위촉됐다.
국민은행도 영업 현장에서 성과가 탁월한 직원에게 경영진 보임 또는 승진의 기회를 부여해 영업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지역그룹대표 대상 부행장 직위를 신설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기업 자금 수요가 늘면서 은행이 적극 대응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고금리 충격으로 외부자금 조달을 줄이고 지출 축소, 보유 현금 소진, 자산 매각 등으로 대응했던 기업이 올해부터 투자를 재개하고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외부 차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고금리 기간 대기업 대비 성장세가 크게 위축 중소기업 대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성장과 함께 건전성 관리도 은행권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0.48%로 전년 동월 대비 0.22%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9%,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55%로 전년보다 각각 0.12%포인트, 0.25%포인트 높아졌다.
시중은행들은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과 우량 중견·중소기업 위주로 여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건전성 관리를 병행하며 기업대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자본시장, WM 부문 강화를 통한 수익 다각화도 은행들의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다. 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 국민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WM, CIB, 자본시장 부문은 비이자 수익의 질·양적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은행의 중추적인 핵심 사업으로 정착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연말 조직개편에서 기존 자본시장그룹을 자본시장사업그룹으로 개편하고 이성희닫기이성희기사 모아보기 채권운용본부장을 자본시장사업그룹장(부행장)으로 승진시켰다. WM고객그룹에는 WM상품을 공급하는 금융투자상품본부를 편제했다.
우리은행은 지주에서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이끌던 김건호 상무를 자금시장그룹장으로 선임했다. 또 본사 인력과 현장팀을 하나의 유닛으로 구성한 자산관리 특별영업조직인 고객 특별케어팀 ‘WAW(Woori Active Wealth-management)’을 출범시켰다. 은행 창구에서 단순히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주치의처럼 고객을 맞춤형으로 분석·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WAW는 자산관리사업부장이 팀장을 맡아 이끈다. 프라이빗뱅커(PB)와 본부 부서의 자산 관리 및 상품 전문가들이 하나의 팀에 속해 협업한다. 이 팀은 우선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지원 조직’ 형태로 운영된 뒤 상시 조직 전환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자본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조직을 연결하는 ‘자본시장부문’을 신설했다. 정근수 GIB그룹장과 김상근 자본시장단 그룹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하나은행은 1975년생인 조범준 증권운용부 채권운용팀장을 자금시장그룹장 및 자금시장본부장으로 선임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