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CES 2024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전시장 입구에 ‘모두를 위한 AI 시대’를 강조하며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했다.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민지(라스베이거스)·김현일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9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4’에서 전통의 전자·IT 기업들이 옛 명성을 되찾았다.
그간 IT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과 동시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등의 트렌드로 전 영역에 IT가 확산되면서, CES는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혁신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매년 1월 초에 열려 핵심 기술을 선점하려는 경쟁은 치열해졌고, 자동차·기계·에너지·건설 등의 기업들이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전통의 전자 기업들 존재감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급속도로 전개된 ‘AI 시대’를 타고 올해 CES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강호의 전자 기업들이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다시 주도권을 쥐었다. CES의 진짜 주인이 귀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날 개막식 전 세계 이목을 사로잡은 것도 전자 기업이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형 공연장 ‘스피어(Sphere)’에서 오는 17일 갤럭시 언팩에 앞서 ‘갤럭시 AI’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규모 디지털 티징 영상을 선보였다. 영상에는 인기 캐릭터 ‘닥터 스트레인지’가 등장해 무한한 가능성의 포털을 여는 장면으로 ‘갤럭시 AI’의 완전히 새로워진 사용자 경험을 암시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LG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세계 최초 무선 투명 올레드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 15대로 구성된 미디어 아트를 감상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
LG전자는 아치형 터널 구조의 웹OS 콘텐츠 체험 공간을 조성했다. 55형 올레드 디스플레이 140여 대로 터널 내부 벽면과 천정 전체를 감쌌고, 터널 중앙에는 초대형 무선 올레드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게 조성했다.
마츠모토 요시노리(오른쪽) 소니 부사장과 세드릭 나이케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최고경영자(CEO)가 8일(현지시간) CES 2024 지멘스의 기조연설에서 확장현실(XR) 헤드셋을 개발해 산업용 AI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AFP] |
지난해 CES에서 혼다와 손잡고 첫 전기차 콘셉트카를 선보였던 소니는 영역을 확장해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다. 소니는 이번 전시회에서 독일 지멘스와 함께 확장현실(XR) 헤드셋을 개발해 산업용 AI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마츠모토 요시노리 소니 부사장은 8일(현지시간) 진행된 지멘스의 기조연설에 깜짝 등장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소니는 자사 공간 콘텐츠 제작 시스템과 지멘스의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새로운 솔루션을 선보일 방침이다. 고품질 4K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와 컨트롤러를 갖춘 XR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메타버스에서 사람과 사물을 3차원 형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토드 랜캐스터 파나소닉 오토모티브 부사장이 8일(미국 현지시간) CES 2024에서 파나소닉의 자동차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 |
파나소닉 역시 이번 전시회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2종 외에도 자동차에 탑재할 고성능 컴퓨팅(HPC) 시스템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파나소닉 오토모티브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에 탑재되는 고성능 컴퓨팅(HPC) 시스템 ‘뉴런’을 발표했다. 파나소닉은 뉴런에 대해 분산형 전자제어장치(ECU)의 수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으며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100평 규모의 전시 부스를 차리고 정중앙에는 4.3m 크기의 대형 자율주행·전기차 목업(Mockup)을 설치했다.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 컨셉과 디자인을 적용한 목업 차량 내부에는 LG이노텍의 미래 모빌리티 전장부품 18종을 탑재했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광학 기술이 적용된 첨단 운전자지원 시스템(ADAS)용 카메라모듈, LiDAR와 더불어 DC-DC 컨버터, 2세대 충전용 통신 컨트롤러(EVCC), 업계 최초로 개발한 800V 무선 배터리 관리시스템(Wireless BMS) 등 파워 제품, 넥슬라이드(Nexlide)와 같은 차량 조명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9일 방문한 ‘CES 2024’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West Hall)에는 현대차, 기아차, 메르세데스 벤츠 등 주요 자동차 업체와 함께 퀄컴, 아마존, AT&T 등 IT플랫폼 기업이 전시장을 마련했다.
CES 2024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의 퀄컴 부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바로 옆에 전시장을 마련하고 차량용 솔루션을 선보였다. 김민지 기자 |
퀄컴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바로 옆에 전시장을 뒀다.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메인 프라이빗 존에서는 콕핏과 ADAS 통합 원칩 솔루션을 전시했다. 퍼블릭 세션에는 두 곳의 데모 공간을 두고 자사자동차 플랫폼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와 함께 자동차에서 구현된 생성형 AI 기술을 선보였다.
이날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 부사장이 퀄컴 전시장을 찾아 직접 데모 세션을 체험해보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문 부사장을 포함한 10여명의 LG이노텍 관계자들이 약 20여분 간 전시장을 둘러보며 설명을 들었다.
아마존 오토모티브 전시장도 눈길을 끌었다. ‘아마존 포 오토모티브’라는 주제로 차량용 생성형 AI 서비스의 발전 방향와 모빌리티 구독 솔루션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전시장 중심에 자사의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만든 ‘지능형 개인 비서’가 탑재된 BMW를 전시했다. AT&T도 전시장에서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비디오 인텔리전스 등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선보였다.
반대로 BMW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들은 새로운 증강현실(AR) 글래스와 오픈AI의 챗GPT를 결합한 제품 등을 앞다퉈 선보이며 모빌리티 영역을 뛰어넘는 AI 기반 신기술 전시에 주력했다. BMW는 AR 스타트업 엑스리얼과 공동 개발한 AR글래스를 앞세워 운전 시 경로안내, 충전소, 주차 등 각종 정보를 증강현실로 한 눈에 볼 수 있음을 강조했다. 폭스바겐의 경우 오픈AI의 챗GPT가 탑재된 신형 골프 GDI, ID7 프로 등을 전시하고 음성비서로 원하는 상점을 찾는 모습을 영상으로 제시했다.
국내 유수의 전장 기업들도 CES 2024 현장에서 신제품 등을 공개하며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전장 계열사 하만은 처음으로 삼성전자 전시장 안에 전장 제품을 전시했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디지털콕핏 제품 ‘레디 업그레이드’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헤드업 디스플레이 기술로 자동차 전면 유리에 다양한 운전정보를 제공하는 ‘레디 비전’ ▷AI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안전 운전을 지원하는 ‘레디 케어’ 등이다.
하만의 전장 제품들은 삼성전자의 통신, 디스플레이, 칩셋 등 최첨단 기술을 더해 양사의 지속적인 기술 협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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