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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새해 들어 서북도서 지역에서의 연쇄 무력 도발과 집요한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의 동향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한 대북 정보 수집·분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지만 올해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돼 대공 첩보 공백이 우려된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연쇄 도발은 남한의 내부 분열을 노리고 한미 동맹을 흔들려는 이간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강력한 자주 국방력 확보와 함께 한미 동맹이 앞에서 끌고 한미일 공조가 뒤에서 밀어주는 ‘3두마차’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공 수사권의 경찰 이관을 문재인 정부의 ‘최악 적폐’라고 지적한 뒤 “4월 총선 이후 22대 국회에서 국정원의 수사권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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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대사변’ ‘주적’ 등 거친 말을 쏟아내고 서해에서 해안포 사격 도발을 재개하면서 위협하고 있다.
△‘예고된 현실’이며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북한은 그동안 필요에 따라 남한에 대해 강약 전술을 구사해왔다. 4월 총선을 앞둔 현시점을 강 대 강으로 나갈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올 총선을 전후해 저강도 및 고강도 도발이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저강도 도발은 국지적인 치고 빠지기와 테러, 무인기 침투, 사이버전 등으로 ‘전쟁이냐, 평화냐’의 프레임으로 남한의 내부 분열을 노리는 선전선동책이다. 고강도 도발은 핵실험 등으로 한미 동맹과 국제 공조를 흔들려는 이간책이다. 이들 모두 남한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대남 공갈 협박이자 남한 길들이기 작업이다.
-북한 내부 단속용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갈수록 악화되는 북한의 경제·사회 여건, 핵·미사일 등 군비 확장으로 인한 재정 악화, 누적된 전쟁 준비 피로감 등으로 흐트러진 내부 기강을 다잡으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해안포 도발과 ‘대사변 준비’와 같은 막말 등 자극적인 방법으로 남한을 공격해 북한 내부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려는 속셈인 것이다. 어린 딸 김주애에게 서둘러 후계 수업을 시키려는 움직임도 그만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건강이 좋지 않은 김 위원장의 초조함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김정은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군의 사기가 극심하게 저하된 데다 핵 피로 증후군, 연이은 대규모 숙청으로 불안해진 당·정·군 관계 등 이탈·이반 요인이 많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군의 장비 노후화와 훈련 부실로 인한 안전사고 문제 등도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유사시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노골화하는 북한의 책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미국과의 핵협의그룹(NCG)을 강화하되 점차 호주 방식으로 핵잠수함을 도입하거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자체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일본식으로 플루토늄을 생산·비축해 핵무장으로 유사시에 대비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 다시 집권할 경우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미리 비상 대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최선의 방책은 인도적 지원과 인권 문제 압박이라는 ‘당근과 채찍’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당근은 북한이 핵 카드를 내려놓으면 원하는 만큼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채찍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최대한 압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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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북한제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점차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對) 러시아의 힘겨루기 형태로 변질돼가고 있다. 게다가 미중 갈등 격화와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이 더해지면서 북중러 간 새로운 안보협력체 태동으로 이어질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이 장기화할수록 미러 간, 미중 간 신냉전이 심화되고 결국 북중러의 안보 밀착이 강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러의 묵인하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도 갈수록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정권이 핵 무력 선제 사용과 핵탄두 기하급수적 증강, 전술핵 배치를 공언하고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는 등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은 일종의 ‘제로섬게임’이다. 특히 올해는 노골적인 북한의 핵 공갈 협박으로 자칫 정보 오판이나 기만에 의한 국지적 우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철저한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신냉전 구도에서 우리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안보에는 타협이 없고 평화는 돈 주고 살 수 없다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자주 국방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여기에 한미 동맹이 앞에서 끌고 한미일 공조가 뒤에서 밀어주는 ‘3두마차’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를 강화하고 첨단 군사정찰위성을 시급히 갖춰야 한다. 한미연합사의 작전 계획도 북한의 전술핵 선제 사용을 전제로 전면 보강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식으로 북한이 국지적 기습 공격을 할 가능성에 대비한 맞대응 전략도 세워야 한다. 한미일 공조는 ‘공동안보체(Common Defence)’ 형식으로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 물론 그 전제는 한반도 안보 위기 관리의 주도권을 한국이 전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됐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시킨 것은 지난 정부의 ‘최악 적폐’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경찰의 대공 수사 역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권 이관을 밀어붙인 것은 국가보안법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나아가 대공 전선을 의도적으로 붕괴시킨 행위나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대남 공작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게 된다. 남한에 침투·암약하는 간첩들에 대한 수사는 국내외 첩보망과의 긴밀한 연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통한 장기간의 비밀 공작과 합동 공작이 요구되는 고난도의 전문 분야다. 이는 국제적 정보 협업 체계를 가진 국정원만이 수행할 수 있는 특수 임무이며 경찰력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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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정보를 수집해 경찰로 넘기는 등 제한적으로 대공 수사 참여가 가능한데.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위자에 대한 국정원의 정보 수집·추적, 대공 수사에 국정원 직원이 부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있다. 하지만 경찰은 훈련된 정예 인력과 국제 공조수사 경험 부족 등으로 대공 수사에 절대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차기 국회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대남 공작은 더 노골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대공 전선이 완전히 무너져내리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국정원에서 인사 잡음이 흘러나와 논란이 확산됐는데.
△정보 분야는 고도의 비밀성과 보안성이 요구되는 그림자 전쟁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특수 정예 요원과 조직, 뛰어난 전문 리더십이 필요한 영역이다. 조직 체계의 안정과 지휘부에 대한 요원들의 신뢰가 중요하다. 국정원은 24시간 전략 정보전과 정보 심리전을 선제적·예방적으로 수행해 국정 전반을 보좌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 탓에 대공 방첩 등의 역량이 뿌리째 흔들렸다. 국정원의 인사 파동은 이전 정부의 일탈로 인해 무너진 조직과 역량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정원이 제자리를 찾아가려면 어떤 처방이 필요한가.
△국정원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비상한 위기 관리 능력이 절실한 때다. 조직 관리의 불안정성에서 빨리 벗어나 본연의 임무인 대북 휴민트(인적 정보) 역량과 대공 수사 기능을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요원 정예화를 위한 교육 훈련 등을 강화해야 한다. 계급정년제 보완 등의 사기 진작책도 필요하다. 또 신임 국정원장은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동안 리더십에 대한 불신으로 내부 협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이스라엘의 안보가 크게 흔들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하마스의 초기 기습 성공은 전적으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조기 경보 부재, 즉 정보의 실패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를 교훈 삼아 휴민트 공작 등 기본 임무에 충실하고 있는지 자성해야 한다. 둘째는 하마스의 기습전과 무기 사용이 전적으로 북한의 대남 전략 전술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마스는 북한제 경량화기로 무장한 채 북한군 특수부대의 게릴라 전법에 따라 훈련해왔다. 특히 땅굴 활용과 무인기 벌떼 기습은 전형적인 북한 특수부대 전법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강 건너 불이 아닌 우리에게 살아 있는 교훈이다. 북한 특수군이 하마스식으로 치고 빠지는 제한전이나 테러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만큼 대응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He is…
1952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덕수상고와 건국대를 졸업했다. 영국 애버딘대에서 전략학 석사 학위를, 런던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방대학원 교수, 국가안전기획부 안보통일특보,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주캐나다 대사,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을 지냈다. 현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통일은 없다’ ‘북한의 급변 사태와 우리의 대응(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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