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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은 할 수 있지만 이재명은 할 수 없는 일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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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특혜가 넘쳐나는 국회의원들

금고 이상 형 확정 땐 세비 전액 반납

민주당을 가두어버린 생태적 한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데일리안 DB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데일리안 DB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 및 특혜가 186가지에 이른다(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이끌고 있는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의 분석으로는 그렇다). 이 가운데 법률상의 특권은 두 가지, 불체포특권(헌법 제44조)과 면책특권(동 제45조)이다. 그 외에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온갖 양태의 이익은 특권성 특혜라고 하겠다. 법이 강제하지는 않는다 해도 제도화 관례화 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국회의원 한 사람 밑에 들어가는 비용(본인 세비, 보좌진 연봉 포함)이 연간 7억여 원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지나친 고액이다. 국가공무원 신분의 4급 2명, 5급 2명, 6,7,8,9급 각 1명에다, 유급 인턴까지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린다. 미국을 제외하면, 의회제도가 제대로 갖춰진 나라 어디에도 이런 예는 없다. 이러니 의원 본인은 ‘군림할 뿐 일은 하지 않는’ 귀족 행세나 할 수밖에.

특권 특혜가 넘쳐나는 국회의원들

‘철도와 선박 무료 이용’은 특권일까 특혜일까? 공항에서 특별 출입구로 드나들고 공짜로 공항 귀빈실도 이용할 수 있다. 출입국 절차와 보안심사도 간소화의 혜택을 받는다. 의원회관에 1인당 45평의 사무실을 갖는다. 의원 외교활동 명목으로 해외여행 경비도 지원받는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감히 욕심낼 수 없는 이런저런 특혜 다 합치면 200가지도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국회의원 특권 가운데서도 그야말로 특별한 권리는 불체포특권, 면책특권과 그에서 파생된 특권이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국회 안에서 버티며 형사사법 체계를 조롱한다. 범죄 혐의가 뚜렷한데도 국회의원들은 품앗이하는 심정으로 수사기관을 비난하면서 체포동의안 부결에 동참한다.

기소된 의원들은 온갖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하고 재판을 지연시키면서 임기를 마칠 즈음까지 버티거나 아예 임기를 다 채운다. 최강욱을 보라. 황운하·윤미향을 보라. 상고심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의원으로서 행사했던 표결권은 유효하고 수령했던 세비 등 각종 비용은 자신의 몫이 된다. 범죄자가 권력자 지위를 누리며 국록까지 받아 챙기는 것이다.

국회 안에서 한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도 참으로 고약한 보호막이 될 수 있다. 정신 나간 국회의원은 이 권리를 이용해 온갖 헛소문을 ‘국회에서의 공론’으로 남발한다. 국무위원을 불러 질문을 한다면서 호통치며 훈계한다. 질문은 안 하고 자기주장만 큰소리로 쏟아낸다. 그게 진실일 필요는 없다. 거짓을 말한다 해도 법이 보호해 준다. 만약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삿대질하면서 고함을 질러대고, 거짓 주장을 인정하라고 강요한다면 어떻게 될까? 언론까지 가세해서 ‘대통령의 폭언’ 성토가 석 달 열흘을 가고도 남을 것이다. “특검을 하자” “탄핵을 하자”는 목소리에 의사당의 돔 지붕이 들썩일지도 모른다.

대통령은 5년 단임, 지방자치단체장은 3기 연임으로 임기가 묶여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무제한이다. 덩달아 지방의회 의원도 그 혜택을 받는다. 이게 특권이 아니면 뭐겠는가. 정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사실상의 임명권을 행사한다. 정당에 대한 지지도를 선거결과에 반영한다는 것인데, 지역선거로도 정당지지도는 반영된다. 말하자면 이중 반영인 셈이다. 과반의석을 확보한 정당이나 정당연합이 행정부를 구성하는 의원내각제에서 유용한 제도를, 왜 대통령제 국가가 채택해서 정당 대표에게 엄청난 특권을 부여한다는 것인가? 통치세력이 정당들을 달래야 했던 권위주의시대가 지난 지도 한참이나 되었는데….

금고 이상 형 확정 땐 세비 전액 반납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작년 12월 26일 취임사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서약한 분들만 공천하겠다”라고 밝혔다. 그 전 6월 20일에는 김기현 당시 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을 제안했고, 그 이튿날부터 국민의힘 대다수 의원들이 집단으로 서명에 나섰다. 김 대표에 하루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본회의 연설에서 먼저 ‘불체포 특권 포기’의 불을 지폈다.

“저를 향한 저들의 시도를 용인하지 않겠습니다.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한다면 10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응하겠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 실질 심사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습니다.”

그러나 후에 민주당은 (불체포특권 포기의 조건으로서) ‘정당한 영장 청구’ 운운하며 오히려 방탄 의지를 다졌다. 이 대표 자신은 느닷없이 장기 단식에 들어간 데 이어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인 작년 9월 20일 장문의 ‘부결 호소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금이라고 이 대표와 민주당의 특권 고수의 의지가 달라졌겠는가.


이에 비해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그는 ‘불체포특권 포기’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금고 이상 형 확정시 세비 전액 반납’의 법제화를 민주당에 제안했다. 국회의원들의 교활한 재판 지연 술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방안이다. 한 위원장은 재판 기간 동안의 세비를 반납도록 하는 법안을 제의하며 민주당이 응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만이라도 공천에 반영해 서약서를 받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대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반박이 가관이다. 그는 다음날 SBS라디오에 나가서 횡설수설·동문서답 화법으로 반박했다.

“앞으로 재판 진행 중인 뭐 기업대표, 재벌총수들 재판 많이 받으시잖아요. 그런 분들, 또 노동자분들, 일반 서민들 모두 그러면 재판 진행 중이면 월급 안 줄 겁니까. 당장 헌법 소원에 들어가는 문제입니다. 정말 영장 청구해서 기각되면, 그 해당 수사 영장 청구했던 검사 월급 한 30% 깎고, 해당 정치인 무죄 나오면 수사기간 동안 검사 월급 전부 다 100% 안 주고 그렇게 하실 겁니까.”

민주당을 가두어버린 생태적 한계

전혀 관계없는 사안이나 사람을 대입시켜 억지 주장을 펼친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호응할 수 있는 제안이 아니다. 아무 다른 사람이 아닌 이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는 민주당에서 ‘범죄 의원 세비 반납’ 입법이라니! 이미 민주당은 뇌물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 울산시장 선거 개입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유죄판결을 받은 황운하 의원 등에게 공천 적격 판정을 해줬다.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 대표 측근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서도 이 대표와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은 문자를 통해 온정적 처리 입장을 확인했다. 말하자면 생태적 한계다. 이런 정당에 더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민주당이 한 위원장의 특권 포기 법제화에 응할 리는 없어 보이지만 이번이야말로 국회 정화의 기회다. 이런 변화는 총선이나 대선이 아니면 시도할 수가 없고, 설령 시도한다 해도 이뤄내기 어렵다. 지금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면 어떤 변화나 과제든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정당들의 처지다. 국민의힘과 한 위원장은 도전자의 입장이다. 국민의 요구 혹은 희망 사항이라면 내지르기를 주저할 까닭이 없다.

한 위원장은 할 수 있지만 이 대표는 할 수 없는 시도 혹은 공약이 이런 것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을 한 위원장이 제대로 파악해서 공략하기 시작했다. 국민이 원하지만, 이 대표가 응할 수 없는 변화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상과 목표가 없이 권력 획득만을 위한 정치행위는 집단 이기주의를 극대화한다. 그 조직은 이익으로 결합되어 있다. 리더는 거래행위로서의 정치로 일관한다. 그 고리를 끊는 것이 대단히 효과적인 공략법이다.

온갖 범죄 혐의에 얽혀 있는 이 대표가 강력한 당 장악력을 과시하는 대단히 난해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이익집단의 전형적인 존재 양식이다. 이익이라는 고리가 끊기면 결속력은 사라진다. 국회의원의 특권 계급화를 부추기는 제도들을 청산하는 게 그 길이다. 이런 일이야말로 한 위원장은 할 수 있지만 이 대표는 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동조·호응하지만, 민주당은 그러지 못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정치 리더들은 민심의 바람이 어디서 시작되어 어떤 기세로 불어오는지 온몸으로 느껴보시라.

ⓒ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CP-2023-0078@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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