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최대 실적에도 ‘돈잔치’ 지적에 성과급 300% → 200%대로 하향
[한국금융신문 김경찬 기자] 지난해 고금리 기조 속 이자수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1조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아 ‘성과급 잔치’라는 비판을 받은 은행들이 올해는 성과급 규모와 임금인상률을 대폭 줄였다. 지난해에도 은행권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성과급 규모를 오히려 줄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성과급 규모에 ‘돈잔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중에서 하나은행을 제외하고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했다. 4개 은행 모두 올해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3%에서 2%로 1%p 낮아졌다.
성과급 역시 지난 2022년 역대급 성과에 300%대가 넘는 성과급이 지급됐지만 지난해 전년 대비 높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300%대에서 200%대로 대폭 줄었다. KB국민은행은 통상임금의 280%에 현금 340만원이 지급됐던 성과급이 통상임금의 230%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통상임금에 따른 성과급 비율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현금 지급도 없어졌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월 기본급의 361%로 현금 300%와 우리사주 61%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으나 올해는 281%로 줄어들면서 현금이 230%로, 우리사주는 51%로 하향 조정됐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통상임금의 400%를 지급했으나 올해는 200%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으며 현금은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임단협은 마무리했으나 아직 성과급 규모는 확정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월 기본급의 292.6%를 지급한 바 있다. 하나은행 아직 임단협이 진행 중이며 지난해 임금인상률 3%, 성과급은 월 기본급의 350%로 지급한 바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은 고금리 속 이자수익을 통한 최대 실적을 거양하며 1조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해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최대 실적에 지난해보다 높은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금융당국의 지적과 올해 경영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 등에 기인해 전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게 됐다.
다만 복리후생비는 전년보다 늘어났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9월말 기준 복리후생비는 총 3244억원을 지급해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했다. 농협은행이 812억원으로 22% 증가했으며 국민은행은 729억원으로 1.6%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6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으며 신한은행은 605억원으로 5.1%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수익으로 고액의 성과급과 배당을 지급하면서 개별 임원별 보수지급액 등이 공개되지 않는 등 정보가 부족하고 직원의 특별성과급, 희망퇴직금, 배당 등에 대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과 정보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성과보수체계를 개선했다.
금융당국은 이연지급을 확대하고 금융회사의 성과급 조정(malus)·환수(claw back) 실효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개별 등기임원의 보수지급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설명(Say-on-Pay)하도록 하고 개별 임원의 보수지급액 공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등에 비해 국민과 시장이 경영현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경영현황을 자율 공개하도록 했으며 임원 성과급 뿐만 아니라 직원의 성과급과 희망퇴직금, 배당현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김경찬 한국금융신문 기자 kk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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