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북, 파괴 GP 지하시설 보존하고 있었다”
김도균 “사실관계 왜곡…당시 완전파괴 확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국방부는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기로 했다.
전하규 대변인은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9·19 합의 직후 북한 파괴 GP 현장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북측 파괴 GP 부실 검증 가능성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처음 제기했다.
신 장관은 북한이 작년 11월 23일 9·19 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이후 파괴 GP 복원에 나선 상황을 언급하면서 “(파괴) 당시에 북한은 위에 보이는 감시소만 파괴하고 나머지 지하시설은 손을 안 댄 것으로 보인다”며 “수리하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파괴 GP의 지하시설이 보존돼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를 묻자, “(병력을) 바로 투입했다는 것은 지하에 지낼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것 아니겠냐”며 “다 파괴했다면 지금 다시 공사를 해야 하는데 공사 징후는 없다”고 답했다.
남북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에 체결한 9·19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각각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했고,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이 9·19 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이후 빠른 속도로 파괴 GP 복원에 나서면서 지하시설을 보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신 장관은 “우리는 튼튼한 (콘트리트 GP) 구조물을 아예 완전히 파괴했고, 북한은 흉내만 냈다”고 지적했다. 북한 GP는 지하에 거미줄 같은 갱도가 구축돼 있고 지상에는 감시소만 노출돼 있었던 반면, 우리 군 GP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는 파괴 GP 현장검증 때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파괴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고, 불능화에 대한 의구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묵살됐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북한 파괴 GP 현장 검증단이 남긴 기록을 살펴보고 불능화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보고서 등이 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9·19 합의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관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도균 국방대변인은 신 장관의 발언과 북한군 파괴 GP 불능화 검증이 부실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북한군 파괴 GP 현장 검증단에 땅굴 탐지 전문가도 포함돼 있었고, 레이저 측정기 등의 장비를 가지고 검증해 완전히 파괴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북한군이 당시 폭파 방식으로 GP를 파괴한 것을 거론하면서 “당시 어마어마한 폭발이 있었기 때문에 지하 벙커는 남아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현장 검증에 관여했던 군의 한 관계자는 “감시소 밑에 있는 메인 지하시설은 당시 폭파로 인해 파괴됐을 것”이라면서도 “지하갱도로 연결된 지원시설 등까지 모두 파괴됐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GP 폭파 후 복토 작업을 해놓았기 때문에 땅을 파지 않는 한 모두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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