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환경의 급격한 변화
2001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을 선포한 이후 미군의 주요 전력은 거의 20년 동안 중동에 집중되었다. 이로 인해, 중동 이외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었다.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던 비국가조직이나 중국과 러시아 같은 경쟁국들은 차후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 기간을 십분 활용하였다.
이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을 적용하여 자신들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이들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회피하기 위해 내전(Civil War) 상황을 이용하거나, 국제정치적으로 강대들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거나 개입이 곤란한 곳에서 인종, 종교, 영토 등의 문제로 분쟁이 촉발될 수 있는 지역에 개입하는 회색지대(Gray Zone) 전략과 전술을 교묘하게 구사하고 있다.
- 새로운 형태의 분쟁 가시화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어 2014년 6월 15일부터 IS(Islamic State) 격퇴작전에 집중하였다. 이때부터 다음과 같은 지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분쟁이 나타났다.
1. 돈바스 전쟁(War in Donbass, 2014. 4. 6 ~ 현재)
돈바스 지역은 과거 소련연방 국가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Donetsk)와 루한스크(Lugansk)주 일대를 일컫는다. 이 지역은 거주인구 중 40%가 슬라브 민족이고, 75%가 러시아어를 사용할 정도로 친러성향이 강하다. 2014년 3월 초, 우크라이나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돈바스 지역에서 극렬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고, 급기야 분리주의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 2. 아시아・태평양에서의 미・중 경쟁(2016. 1. 1 ~ 현재)
중국은 2016년 1월 1일 군 구조를 개편했다. 이로 인해, 중국군의 지휘구조는 기존 지역방어 중심의 7대 군구에서 5대(동・서・남・북・중부) 전구로 단순화되었고, 각 전구는 육・해・공군을 하나로 운용할 수 있는 합동구조로 재편성되었다. 즉, 중국군의 체형과 체질은 전방위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세적인 합동군으로 전환된 것이다.
- 3. 모술전투(2016. 10. 16 ~ 2017. 7. 20)
모술은 180km²의 면적에 25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이라크에서 두 번째로 큰 북부도시다. IS(Islamic State)는 2014년부터 내전을 틈타 모술에 진입한 후 이곳을 세력 확장의 거점으로 활용하려 했다. 이에 이라크군 5개 사단이 2016년 10월 16일 모술 외곽을 포위하면서 21세기 최대 규모의 도시지역작전이 시작되었다. 이후 이라크군은 티그리스(Tigris)강을 기점으로 모술을 서쪽과 동쪽으로 분할한 후 차례로 내부를 소탕한 결과 2017년 7월 20일 모술을 탈환할 수 있었다.
- 새로운 미래 도전요소(Challenges)의 부상
미국은 러시아, 중국 및 IS가 선보인 새로운 형태의 분쟁에 집중했다. 미국은 장차 이들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는 2017년부터 미 정부와 미군의 전략환경평가에 고스란히 담기기 시작했다. 특히, 미 육군은 이들로부터 미국의 사활적 이익을 위협하는 미래 도전요소를 다음과 같이 식별했다.
첫째, 이들은 도시를 중심으로 교묘한 회색지대 전략・전술을 전개하여 분쟁 억제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반정부 시위 상황을 틈타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했다. IS는 이라크의 내전 상황을 이용하여 모술을 점령했다. 그리고 이들은 도시지역을 십분 활용하여 자신들의 활동을 은・엄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이라크 및 국제사회는 인종과 종교적 동질성이 높은 러시아와 IS의 개입을 감지하거나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중국의 ‘SA-21’과 같은 지대공미사일은 합동군의 공중전력투사를 거부할 수 있다. ‘SA-21’은 러시아제 S-400 미사일을 개조한 것으로서 최대 400㎞ 밖의 표적 100개를 탐지 및 추적하고, 이 중 6개를 동시에 격추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스텔스기의 요격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군은 본토와 난사군도 사이에 있는 시사군도(Paracel Islands)에 ‘SA-21’을 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중국군은 난사군도 지역에 대한 타국군의 접근거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적대세력은 중국과 같이 첨단 무기체계를 활용하여 원거리부터 합동군의 접근을 방해하고, 사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한 합동군의 접근거부가 가능해졌다.
- 5가지 정책・전략적 질문(Big Questions)을 통한 다영역 작전수행개념 정립
미 육군은 앞서 언급한 미래 도전요소를 극복하는 노력을 선도하고 있다. 미 육군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6년부터 「Mad Scientist Conference(MSC)」와 같은 민・관・군・산・학・연이 연계된 집단지성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제시한 도전요소가 정치, 경제, 문화 등 PMESII 요소와 얽히고설켜 창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로, 미 육군은 미래 도전요소에 즉응(卽應)할 수 있는 작전수행개념인 다영역전투(Multi-Domain Battle, MDB)를 정립할 수 있었다.
- 1. 합동군이 회색지대 전략・전술을 펼치는 적과 어떻게 경쟁(Competition)하여 분쟁을 억제하고, 억제 실패 시 어떻게 태세를 평시에서 전시로 신속하게 전환할 것인가?
적이 돈바스 지역이나 모술에서처럼 차폐된 도시에서 인종, 종교 등의 동질성을 이용하여 분쟁을 조장할 경우 합동군은 이를 감지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분쟁 발생 시 대처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상황인식(Situational Awareness)이 지연될수록 태세를 전환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분쟁 상황이 의심되거나 우려될 때 합동군은 적의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분쟁을 준비하기 위해 주로 민간인과 섞이거나, 인터넷, SNS, 상용 무전기, 라디오 등을 활용하여 선전・선동 활동을 전개한다. 이와 동시에, 분쟁에 필요한 인원, 장비, 물자 등을 외부에서 비밀리에 공급받는다.
- 2. 합동군은 전략적・작전적 기동이 가능하도록 적의 반접근・지역거부체계를 어떻게 침투(Penetration)할 것인가?
적은 장거리 정밀 무기체계가 배치된 반접근・지역거부체계를 운영하여 합동군의 전력투사를 방해할 것이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설정한 1・2도련선(전략적 수준)과 4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군이 구축한 대전차 및 대공체계(전술적 수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합동군의 안정적인 전력투사와 전개를 위해서는 다영역을 이용하여 적의 장거리 정밀 무기체계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맹국에 전진 배치된 부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시간 지연 없이 즉각 사이버・전자전을 통해 적의 지휘체계와 감시・정찰능력을 마비시킬 수 있고, 공격드론이나 스텔스기를 운용하여 적의 장거리 정밀 무기체계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 또한, 특수작전부대를 운용하여 적의 전진배치부대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합동군은 적의 반접근・지역거부체계 곳곳에 형성된 다양한 침투공간을 통해 주력을 집중함으로써 신속한 종심침투가 가능할 것이다.
- 3. 합동군이 반접근・지역거부체계 내부로 침투한 이후 어떻게 적의 예하 부대들을 분리(Disintegration)할 것인가?
적은 반접근・지역거부체계 내부으로 진입한 합동군의 주력부대를 격멸하기 위해 모든 전투체계를 통합운용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적은 다영역을 활용하여 일부 영역에서는 방어에 집중하면서 다른 영역에서는 공세행동을 전개하는 동시공방전투를 수행할 것이다. 합동군의 일부가 종심으로 진출하여 자신들의 중심(Center of Gravity)이 노출되면, 모든 전쟁 또는 전투체계가 일거에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동군은 적의 조직적인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영역에서 운용되는 자산을 융합(Convergence)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중 영역만을 활용한다면 공군 단독으로 감시・정찰을 통해 적을 식별한 후 공군자산을 투입하여 타격해야 한다. 이 경우 식별할 수 있는 적의 수도 한정적이고, 식별 후 타격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길어진다.
반면, 사이버・전자전을 수행하여 적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고, 이어서 인공위성을 통해 적의 정확한 위치를 식별한 후 관련 정보를 합동군의 화력자산에 동시다발적으로 공유한다면 많은 수의 적을 식별과 동시에 타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영역에서 운용되는 자산들을 통합운용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 4. 합동군은 적을 분리하여 얻는 전술적 성과를 어떻게 작전・전략적으로 확대(Exploitation)할 것인가?
합동군의 다영역작전부대가 앞선 전투를 통해 ‘A’ 지역에 배치된 적 핵심전력을 무력화하고 적 종심지역까지 돌파하였다. 이로 인해, 적의 반접근・지역거부체계는 응집력이 약해졌고, 곳곳에 틈이 발생하여 적 예하 부대들은 분리되거나 고립되었다. 이런 현상은 ‘A’ 지역 좌・우측에 인접한 ‘B’와 ‘C’ 지역에서도 발생한다. 즉, 전술적 성과를 작전・전략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호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합동군은 이런 호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적의 핵심 취약점(Critical Vulnerability)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종심까지 돌파당한 적의 핵심 취약점은 지휘체계의 약화에 따른 상・하 제대 간 네트워크 단절과 전투원들의 심리적 마비일 것이다. 따라서 합동군은 사이버・전자전을 통해 적의 지휘통제력을 지속적으로 마비시키고, 적의 방공 및 지상화력체계를 식별하여 각개격파 후 다영역 전력을 융합하여 적 종심지역으로 계속 진출할 필요가 있다.
합동군은 이와 같은 작전을 통해 통합된 방어체계에서 물리적, 인지적으로 분리되어 각개전투하는 적 예하 부대의 수를 증가시키고, 전장공포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합동군은 전장의 주도권과 수적 우세를 달성하여 최초 거둔 전술적 성과를 작전・전략적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합동군은 전과확대 단계에서 교착상태가 되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합동군이 분리된 적 예하 부대들을 각개격파하지 못한다면 적은 끊어진 지휘체계를 복구한 후, 곧바로 공세행동으로 전환하여 합동군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육군은 2016년부터 운영한 MSC를 통해 합동군을 교착상태에 빠지게 할 요인으로 메가시티, 수인성 전염병, 신종 감염병, 자연재해 등을 식별했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첫 번째 요인인 메가시티는 앞서 언급한 모술전투처럼 병력과 장비를 흡수하여 작전을 장기화시키고, 적지 않은 사상자를 발생시킨다. 현재 미 육군은 미래사령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활용한 도시지역 다영역작전 방안을 연구 중이다. 합동군은 미래 주요 전장인 메가시티에서 교착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 미 육군의 연구를 연합・합동작전 차원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 5. 합동군이 군사작전 이후 장기적인 분쟁 억제를 위해 지역적으로 도전하는 미래의 적을 어떻게 경쟁 이전상태로 되돌릴(Recompetition) 것인가?
적은 피탈된 지역을 회복하거나, 최소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합동군이 이와 같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확보한 지역의 핵심지점을 물리적으로 통제하고, 지역주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안정화작전(Stability Operations)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합동군은 동맹군과 함께 잃어버린 지역을 되찾으려는 적의 회색지대 전략・전술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인지 및 다영역에서 활발한 정보활동과 대정보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미래 도전요소나 적 위협을 예측하여 미래 전장 환경에 부합된 새로운 부대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 모든 활동을 위해서는 앞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다영역(Multi-Domain)’ 개념의 확장
미 육군은 스스로에게 던진 5가지 정책・전략적 질문을 통해 다영역작전을 지상, 해상, 공중, 우주, 사이버・전자기 영역에서 ‘경쟁(Competition)-침투(Penetration)-분리(Disintegration)-확대(Exploitation)-재경쟁(Recompetition)’의 순으로 진행하는 작전수행개념으로 정립할 수 있었다.
- 다영역작전에서 전영역작전(All-Domain Operations)으로의 발전
다영역작전 개념은 최초 미 교육사령부 육군능력통합센터에서 발전시켰다. 이후 육군능력통합센터는 2018년 12월 7일 미 육군 미래사령부(2018년 7월 1일 창설)로 소속이 전환되면서 미래개념센터(Futures & Concept Center, FCC)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로 인해, 현재는 FCC에서 다영역작전을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 미 육군은 미래사령부를 중심으로 2028년까지 한 개 전역에서, 2040년까지 2개 이상 전역에서 다영역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능력을 구축하기 위해 교차기능팀(Cross Functional Teams)을 운용하여 다영역 전력을 개발하고 있다. 해군과 공군도 이에 발맞춰 차세대 전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병대도 육군과 함께 전력 현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합동군은 향후 적과의 전 영역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조상근 | 정치학 박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사단법인 미래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육군혁신학교에서 비전설계 및 군사혁신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고, ‘한국NGO신문’에 「메가시티와 신흥안보위협」 관련 글을 연재 중이다. 역·저서로는 『소부대 전투: 독소전역에서의 독일군』, 『Fog of War: 인천상륙작전 vs 중공군』 등이 있다. 2016년 美 합동참모대학에서 합동기획자상을 수상했고, ‘2020년 대한민국 지속가능 혁신리더대상’에서 국방교육 분야 혁신리더로 선정되었다.
유용원의 군사세계CP-2023-0230@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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