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가 미국 내 공장 가동 시기를 또 한 번 연기하면서 경쟁사 삼성전자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TSMC는 양산 시기를 늦춘 이유로 ‘숙련공 부족’과 ‘인센티브 협상 난항’ 등을 꼽았는데,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숙련공 부족에 보조금 지급도 ‘골치’…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1공장의 반도체 양산 시작일 지연에 이어 2공장의 가동 역시 연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류더인(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가진 지난해 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애리조나 2공장이 건설 중이지만 2027년 또는 2028년을 생산 시점으로 보고 있다”며 “2공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반도체를 생산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TSMC는 1공장 양산 시작도 기존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조정했다.
TSMC가 양산 시점을 연기한 이유로는 가장 먼저 ‘숙련 인력 부족’이 꼽힌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30년 미국 반도체 산업 일자리는 약 46만 개로 늘어나지만, 근로자는 6만7000명 가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TSMC는 대만에서 숙련 인력을 조달하겠다며 미국 정부와 비자 관련 논의를 시작했지만, 현지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면서 협상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인센티브 규모 및 시기도 문제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은 국방 분야와 관련이 있는 반도체 업체에 집중되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전투기용 반도체 전문기업 BAE시스템스에 3500만달러(약 459억원)를 지원한 데 이어 지난 4일 군사무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제조하는 마이크로칩테크놀러지에 1억6200만달러(약 2127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류더인 TSMC 회장은 “해외(가동 시기) 결정은 고객의 요구 및 정부 보조금 지원 수준을 기반으로 한다”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건립은 이상 無…양산 시점은 美와 협상
미국 텍사스 주에 테일러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의 상황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TSMC가 언급한 인력 확보나 보조금 지급 등의 문제에서 삼성전자 역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테일러 1라인을 가동하고 이후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 설립 계획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양산 시점은 미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은 지난 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테일러 공장 설립과 관련해 “공사는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고, 양산 시점은 고객 니즈, 미국 정부와의 협상이 진행 중으로, 조만간 구체적인 일정을 말씀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국내에서도 파운드리 생산 기지 확충에 나선 상황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방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 남사 지역에 360조원을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 6곳을 짓고, 평택에도 12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공장 3곳을 증설한다. 특히 용인 남사 파운드리 공장은 60조원을 추가 투입해 당초 5개 라인에서 1개 라인을 추가 증설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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