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에버랜드 판다월드 강철원 사육사는 지난해 초여름, 최초의 한국산 판다 푸바오의 ‘만4세때 중국행’ 한중 협약 소식을 전하며 폭풍 눈물을 흘렸다. 물론 예고된 것인데, 몇 달 남지 않아서인지 가슴에 세게 닿았던 모양이다.
강철원-푸바오 조손의 다정한 한때 |
푸바오를 친손녀처럼 돌보았고, 자신의 껌딱지가 된 푸바오와 온갖 정이 다들었던 그였다. 푸바오의 태중, 잉태, 성장 과정을 담은 육아일기를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강 사육사의 푸바오 사랑은 막 결혼시킨 자식들, 즉 푸바오의 엄마인 아이바오, 아빠인 러바오의 신혼생활부터 시작됐다.
어느날, 강 사육사의 부인이 “어젯밤 솜털이 내 품에 가득 안기는 꿈을 꿨어요. 여보 이건 태몽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강사육사는 현장에서 판다들을 돌보았지만, 남편을 바라보던 강사육사의 부인 역시 늘 판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태어날 손주의 태몽을 꾸는 것은 흔한 일이다.
아이바오-푸바오 모녀의 모습. 재롱떠는 푸바오를 뒤에서 지켜보는 아이바오의 눈빛이 사람 엄마 같다. |
과연 아이바오는 임신을 했고, 강 사육사를 포함해 에버랜드 전문가들이 펜스 옆에 침낭을 붙여 24시간 생활을 4개월 간 이어갔다.
그리고 뱃속 아기의 건강상황을 손으로 확인하고 아이바오의 동태를 예의주시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끝에 푸바오가 탄생한다.
강사육사는 푸바오의 찐 할배가 된다. 나무타기 등을 가르쳐 주고, “아이 잘했다”라며 칭찬도 해주었다. 푸바오는 강 사육사의 다리잡고 매달리기를 하면서 이른바 ‘껌딱지’ 같은 찐 손녀의 모습을 보였다.
강 사육사는 대나무통 장난감도 제작해주고, 뱀부 스파를 특별히 만들어주기도 했다.
대나무 먹는 푸바오 |
푸바오는 할아버지가 행여 자기를 두고 어디갈까봐, 딴 짓을 하면서도 한 손을 늘 강철원 할아버지 어깨에 올려두었다.
친손녀 처럼 푸바오를 키우고 놀아주며 지혜롭게 성장시킨 강철원 사육사는 지난해 초여름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푸바오에게 하고싶은 말을 해보시라’고 했더니 “할부지 마음 속엔 늘 니가 있어”라고 고백했다.
‘푸바오가 말을 한다면 듣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강사육사는 “‘당신을 만난게 행운이었어요. 할부지 걱정마. 나 가서 잘 할거야’ 뭐 이런 느낌..”이라고 말하다가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섰다.
강철원은 이별이 예고된 상황에서 ‘아기 판다 푸바오’라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썼다.
강철원사육사가 푸바오를 키우면서 적은 육아일기 |
“한 생명체의 탄생을 맞이하고 자라는, 매순간을 함께 하면서,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자연에서 오는 존재의 특별함과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어디에 있든 지금처럼 밝게 살아가기를…엄마 아이바오 처럼 좋은 엄마 판다가 되기를…푸바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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