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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유일한 곳인데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네요.”
‘최강 한파’가 한반도를 덮친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 내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에서 14년차 콜 기사 정광선(67) 씨가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며 이같이 말했다. 쉼터가 생긴 지난해 11월부터 매일같이 이 곳을 찾는다는 정 씨는 “오늘같이 추운 날 잠시 몸을 녹일 수 있는 여기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면서 “2월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자리를 지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소파와 테이블이 비치된 캠핑카 4대를 개조해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등 이동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지역에서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쉼터는 당초 지난해 11월 27일부터 12월 29일까지 운영됐으나 올겨울 기습적인 한파 상황과 이동노동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반영해 운영 기한을 2월까지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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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과 커피, 핫팩 그리고 잠시 앉았다 갈 수 있는 작은 소파가 전부인 소박한 쉼터이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은 하나같이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고속버스터미널 쉼터를 찾은 50대 콜 기사 김 모 씨는 “힘들면 일 안 하면 그만이라고들 하는데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한다”면서 “실시간으로 콜 회사 GPS에 위치가 잡혀서 편의점에서 잠시 쉬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방에서 올라오는 배달할 물건을 받으러 터미널에 오는 김에 여기에 들러 커피 한 잔 먹고 가는 게 다지만 ‘잠깐의 단비’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꽁꽁 언 물티슈를 뜨거운 물로 녹이던 쉼터 반장 A 씨도 “날씨가 너무 추워 여기를 찾는 기사들도 평소보다 적은 수준”이라면서 “쉼터를 찾는 이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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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피해 실내 쉼터를 찾는 배달 근로자들도 줄을 이었다. 이날 영등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 1층 쉼터를 찾은 배달 근로자 40대 남 모 씨는 “10월 초에 처음 이용하기 시작한 뒤로 하루 한 번은 꼭 방문한다”며 “한파를 고려해 핫팩도 상시 구비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4~5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지만 물과 마실거리, 핫팩이 구비돼 있어 쉼터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처럼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이 한파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겨울철 한랭질환 예방이 필수적이다. 고용노동부가 23일 밝힌 ‘한랭질환 발생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랭질환 재해자는 총 43명이다. 이들 중 72.1%인 31명은 1월에 피해를 입었으며 주로 야외에서 일하는 직군에서 발생 빈도가 높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 명예교수는 “야외에서 배달을 하거나 건설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등 장시간 추위에 노출돼 있으면 동상·저체온증 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행정적 가이드라인을 통해 혹한기 근로자들에게 휴게시간 추가 부여, 보온 공간 마련 등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을 덮친 한파는 수요일인 24일에도 이어지겠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6∼-2도로 떨어지겠다. 낮 기온도 -5∼3도로 예보됐다. 낮 최고 기온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0도 이하로 떨어지겠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더 낮아 매우 추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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