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생 동갑내기…세리에A서 3시즌 동안 경쟁하기도
현역 땐 클린스만 우위…지도자로는 만치니가 역전
사우디 단단한 수비 강점…황희찬·김진수 선발 복귀 희소식
(도하=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스타 출신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의 한국과 ‘스타 감독’ 로베르토 만치니의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안컵 8강 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를 상대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른다.
이 경기는 아시아 축구의 ‘빅네임 사령탑’ 간의 대결로도 크게 관심을 끈다.
이탈리아 출신의 만치니 감독은 전 세계 축구 감독 중 최고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사우디 지휘봉을 잡았는데, 당시 유럽 매체들은 그의 연봉이 최대 3천만유로(약 435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아시안컵에 출전한 감독 중에서도 단연 ‘연봉 1위’다.
카타르 매체 알카스에 따르면 만치니에 이어 연봉 2위인 사령탑이 바로 독일 출신 클린스만 감독이다. 다만, 그가 받는 연봉은 만치니 연봉의 10분의 1이 안 되는 28억원 수준이다.
1964년생 동갑으로, 현역 시절 공격수로 활약한 두 사령탑은 한때 이탈리아 세리에A 무대에 함께 서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1989년 첫 해외 진출로 인터밀란에 입단하면서 삼프도리아에 몸담던 만치니 감독과 3시즌 동안 대결했다.
이 기간에 클린스만 감독은 리그에서 34골을, 만치니 감독은 그보다 적은 29골을 넣었다.
선수 경력 전체를 놓고 봐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199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1996) 우승을 차지한 클린스만 감독이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만치니 감독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감독 경력을 놓고 보면 둘의 지위는 역전된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의 첫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지휘하는 등 프로 무대에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며, 유로 2020에서 이탈리아에 53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안긴 만치니 감독은 자타공인 ‘명장’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 대표팀을 이끌던 2013 북중미 골드컵에서 우승한 게 유일한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이다. 프로팀 지도 경력은 초라하기만 하다.
둘은 사우디와 한국 감독으로 이미 지난 9월 영국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맞붙은 바 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5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에 그치던 한국이 사우디에 1-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만치니호는 한국전 패배를 포함해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을 거두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에는 A매치 4연승으로 분위기를 확실하게 반등시켰고,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까지 7연승을 기록 중이다.
만치니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을 넘나드는 완성도 높은 수비 전술로 선수 개인 기량에 많이 의존하던 사우디 축구를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우디는 조별리그에서 페널티킥으로만 1골을 내주는 짠물 수비를 펼쳐 보였다.
반면에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에서 총 6골이나 실점하는 등 졸전을 펼친 끝에 16강에 올랐다.
사우디는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상대한 팀들과는 완성도 면에서 크게 다르다. 사우디전은 64년 만의 우승 도전에 진정한 ‘첫 고비’라 할 수 있다.
사우디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꽂아 넣은 윙어 살림 알다우사리 등이 포진한 측면 공격이 단단한 수비와 더불어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전방 공격진의 득점력이 저조한 점, 수비라인의 ‘높이’가 한국에 열세를 보이는 점은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할 부분이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지금까지 주전으로 나온 조합만 봤을 때는 사우디 수비진 신장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한국으로서는 세트플레이에서 제공권을 활용한 득점이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스만호는 수비 불안 외에도 손 봐야 할 부분이 널렸다. 공수 간격이 너무 벌어져 원활한 공격 전개를 어렵게 하고, 최전방 자원의 득점력도 저조하다.
부상 중이던 공격수 황희찬(울버햄프턴), 왼쪽 수비수 김진수(전북)의 복귀는 긍정적인 요소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교체 출전한 이들은 16강전에서는 선발 출전이 가능할 정도로 몸이 돌아왔다.
한국은 선수 면면만 놓고 보면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팀으로 인정받는다. 황희찬과 김진수의 측면이 살아난다면, 그라운드 전역에 걸쳐 좋은 흐름을 탈 수도 있다.
막판 선수단 전체 컨디션 관리도 중요하다. 조별리그 2차전부터 몸이 아주 무거워 보인 클린스만호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3차전(3-3 무승부)은 전략, 전술로만 얘기하기에는 설명이 안 되는 측면이 많았다. 컨디션 문제가 커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사우디와 역대 전적에서 5승 8무 5패로 팽팽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는 한국(23위)이 사우디(56위)에 앞선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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