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김영권(울산)은 클린스만호 중앙수비수 중 A매치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다.
그가 대표팀에서 넣은 7골 중 월드컵 무대에서 넣은 2골은 워낙 극적이어서 웬만한 공격수들이 넣은 골보다도 팬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돼 있다.
김영권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한국을 2-0 승리로 인도하는 선제 결승골을 뽑았다.
그전까지 스웨덴, 멕시코에 2패를 떠안았던 태극전사들은 ‘카잔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 승리로 당당하게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월드컵 무대에서 ‘거함’ 독일을 침몰시킨 업적은 칭송받아 마땅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김영권의 득점 본능은 또 한 번 결정적인 순간 번뜩였다.
강호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이 0-1로 뒤지던 전반 27분 코너킥 상황 때 상대 몸을 맞고 굴절된 공을 넘어지며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동점골을 뽑았다.
김영권 덕에 희망의 불씨를 키운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역전 결승골로 16강에 올랐다.
다시 한번 카타르에서 김영권의 발끝에 시선이 모인다. 이번엔 아시안컵 무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한국 시간으로 31일 오전 1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로 사우디(56위)보다 33계단 높다.
사우디 상대 최근 5경기 전적에서도 2승 3무로 우위를 점한다.
선수 면면을 놓고 봐도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 빅리그 선수들이 포진한 한국의 전열이 더 무게감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사우디가 더 좋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졸전을 펼친 끝에 1승 2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무려 6실점 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사우디는 2승 1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실점은 페널티킥으로만 1골을 내줬을 뿐이다.
게다가 사우디는 세계적인 명장인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지휘한다.
쉽지 않아 보이는 맞대결에서 김영권이 오랜만에 다시 해결사 기질을 보여준다면 클린스만호의 승리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특히 이번 경기는, 김영권이 한국의 3번째 월드컵 16강 진출에 ‘징검다리’를 놨던 포르투갈전이 열린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김영권은 “월드컵과 아시안컵은 다른 대회라고 생각하고, 선수들도 많이 바뀐 게 사실이고, 감독님도 바뀌었다”면서도 “좋은 기억을 가지고 경기장에서 우리 대표팀이 승리할 수 있게끔 어느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한국의 8강행에 힘을 보탠다면, 김영권 개인에게도 의미가 클 터다.
그는 그동안 클린스만호에서 ‘후보 선수’였다. 소속팀이 같은 후보 정승현에게 밀렸다.
이번 대회 들어서는 조별리그 1차전에는 교체 투입됐고, 2차전에서는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만 했다. 3차전에는 처음으로 선발 투입돼 풀타임을 소화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김영권에게 가장 고마운 부분은, 소속팀 후배인 정승현이 대표팀에서 선발로 뛰고 본인은 경기에 못 나오는 상황에서도 ‘난 팀을 위해 여기 있겠다’고 말한 점”이라면서 “이런 선수들과 팀으로 뭉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밝혔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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