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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개선 전망에 유통업 주가 반짝, 중국 이커머스 기세에 일장춘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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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국내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상장사의 PBR(주가순자산배율)을 개선할 의지를 보이면서 유통업종 주가가 최근 들썩였다.

그러나 중국 이커머스업체와 경쟁 심화 등 국내 유통기업이 직면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속적 주가 상승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이마트 등 유통업종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상장사 PBR 개선 방침을 놓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주요국 대비 현저히 낮은 PBR 등 우리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뼈대는 상장사의 PBR을 시가총액 및 업종별로 비교공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장사 스스로 PBR을 높이도록 유도한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중으로 세부내용을 발표할 계획을 세웠다.

일본증시도 지난해 PBR 1배 미만 기업들에 PBR 개선을 요구하면서 지수가 크게 올랐다. PBR을 올리려면 통상적으로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을 통해 주가를 끌어 올려야 하는데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일본 기업들이 실제로 주가를 스스로 부양했기 때문이다.

한국증시에도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거란 기대감에 최근 저 PBR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통업종도 예외가 아니다. 이마트,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신세계의 PBR이 각각 0.2배, 0.23배, 0.26배, 0.40배로 전통적 저 PBR 업종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전날 이마트(15.2%), 롯데쇼핑(8.6%), 현대백화점(7.6%), 현대홈쇼핑(6.8%), 신세계(5.3%), 광주신세계(4.8%) 등 주요 유통업종 주가는 일제히 상승마감했다.

그러나 유통종목의 주가 상승세는 이날에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마트(-3.83%), 신세계(-0.06%) 주가가 하락마감했으며 롯데쇼핑(0.63%), 현대홈쇼핑(0.34%), 광주신세계(0.16%)는 횡보세를 보였다. 현대백화점(2.34%)만 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성장세가 거센 상황에서 유통 기업들이 PBR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여건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PBR 개선을 통해 증시 상승을 이끈 업종은 산업재, IT, 경기재 등으로 비교적 실적이 탄탄해 현금흐름이 좋았던 종목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유통업종의 경우 기존에 이미 쿠팡과 크게 경쟁하던 상황에서 중국 이커머스기업의 참전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앱데이터 전문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 순위에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각각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두 중국 업체는 성공적으로 한국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반면 국내 유통기업의 실적은 부진하다. 전날 주가 상승폭이 가장 컸던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 등 유통업종의 근본적 제약을 극복해내지 못하면 유통 종목들의 PBR 개선은 요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테무는 최근 국내 유통업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 Adobe Stock >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 주가가 오랜 기간 하락한 이유는 이커머스 등장에 따른 점유율 하락 등 외형 성장이 구조적으로 둔화하며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며 “재무 건전성이 다소 취약한 기업들도 있어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 마련이 원활할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이어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번 주가 반등은 단순히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도 “전날 저 PBR주 상승은 온전히 기대감으로 올랐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 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큰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태영 기자

CP-2023-0116@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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