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
잘못된 판단이었을까, 너무 이른 포기였을까. 일단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자신의 착각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했다.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이 조기 퇴장에 대해 해명을 내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31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안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한국에 승부차기 2-4(1-1)끝에 패했다. 8강에 오른 건 한국이었다.
양 팀은 전후반을 1-1로 마쳤다. 후반 추가 시간이 주어질 때까지 한국이 0-1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극장골이 터졌다. 조규성이 헤더로 골망을 가르며 승부를 극적으로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전후반은 양 팀 다 소득 없이 끝났다. 결국 경기는 승부차기로 흘러갔다.
한국은 키커로 나선 선수가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3, 4번째 키커가 실축했다. 조현우의 선방이 빛났다. 한국의 다음 키커인 황희찬이 골을 넣으면 경기는 그대로 한국의 승리로 끝나는 상황.
사우디아라비아 만치니 감독은 황희찬이 슛을 하기도 전에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논란이 될 만한 상황. 사우디아라비아는 졌고, 한국은 환호했다. 한국의 8강 진출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만치니 감독에게 조기 퇴장 관련 질문들이 쏟아졌다.
만치니 감독은 “그 순간 경기가 끝난 걸로 잘못 생각했다. 단지 그 때문이었다. 난 누구에게든 무례하게 굴 생각이 없다. 여기까지 와 준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해명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대한 항의도 있었다. 만치니 감독은 “우리 팀은 정말 많이 발전했다. 승부차기 끝에 져서 슬프다.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가 올라갈 거라 생각했다. 후반 추가 시간을 10분이나 준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력적으로는 한국의 우위를 인정했다. “난 행복하다. 우리는 팀으로 많이 성장했다. 여러 선수들의 실력이 늘었다. 무려 한 달이나 함께 훈련했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한 팀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 현재 수준을 뛰어 넘어야 한국 같은 강팀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치니 감독의 해명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여론은 들끓고 있다. 야세르 알 마샬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협회 회장은 “만치니 감독이 승부차기가 끝나기 전에 떠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한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 그와 이야기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중동 매체 ‘쿠라’에 따르면 승부차기를 건너 뛴 만치니 감독을 보고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전설 야세르 알 카타니는 “만치니는 가장 비겁한 지도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끌 용기가 충분하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 자격이 없는 감독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무례하며, 심리적으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만치니 감독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시선은 외신들도 마찬가지. 영국 ‘디 애슬래틱’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소식을 다루며 “만치니 감독은 승부차기 도중 터널을 빠져나갔다”고 꼬집었다. 영국 매체 ‘토크 스포츠’도 만치니 감독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사진을 메인 화면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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