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폭행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편향적이라는 지지층의 비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방송 CNN은 미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 이번 제재가 서안지구에서 폭력이나 협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4명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폭행뿐만 아니라 개인재산 약탈, 방화 등의 혐의도 같이 받고 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방송은 “국무부는 이들의 금융자산을 차단하고 금융거래를 제한하며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제재를 내렸다”면서 다윗 차이 차스다이, 아이난 탄질, 샬롬 지셀만, 요논 레비 등 제재 대상자 4명의 실명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국무부에 따르면 차스다이는 차량과 건물에 불을 지르고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폭행하고 재산을 훼손하는 폭동을 시작하고 주도했으며,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방송은 “탄질의 경우 팔레스타인 농민들과 이스라엘 운동가들을 돌과 곤봉으로 공격해 부상을 입히는 데 관여”했으며 지셀만의 경우 “이스라엘 활동가들과 차량을 부수고 부상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레비의 경우 “서안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행동을 하는 정착민 집단을 이끌었다”고 방송은 밝혔다.
미 정부의 제재 발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서안에서 발생하는 폭력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행정부 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서안에서 폭력 행위를 한 이스라엘인들에 대해 비자 금지 조치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인에 대한 이번 조치에 대해 베냐만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스라엘은 법을 위반하는 사람들에게 행동을 취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예외적인 조치를 할 여지가 없다”며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민의 절대 다수는 법을 준수하는 시민”이라고 말해 제재가 불필요하다고 반발했다.
이스라엘의 불만이 예상되는 가운데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은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올해 11월 대통령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양자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민주당 및 진보적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붙잡아 두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아랍계를 비롯해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이번 국면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의 사망자들은 2만 6000명이 넘었고 주민 대부분이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미시간 일정에는 아랍계 미국인들과의 만남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팔레스타인(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미 정부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에 대한 좌절감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미국에서 아랍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살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인 미시간 주 디어본 시의 압둘라 함모우드 시장은 “이 국가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지 직접 설명하고 있는 공동체와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떨까”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아랍계 주민들을 직접 만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2월 말 미시간으로 와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 대해 지역사회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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