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남편에게 치사량의 니코틴 원액이 든 음식물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징역 30년을 받은 아내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판사 박선준·정현식·강영재)는 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아내 A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남편 사망 후 그의 계좌를 통해 300만원 대출을 받은 혐의(컴퓨터 등 이용 사기)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 26일부터 27일까지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남편에게 먹여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의 남편은 미숫가루와 흰죽을 먹은 뒤 속쓰림과 흉통 등을 호소하며 밤에 병원 응급실을 다녀고 다시 A씨가 건네준 찬물을 마신 뒤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나타났다.
채무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A씨가 남편이 사망하면 보험금은 물론 남편의 부동산·예금 등을 상속받고 내연남과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살해를 마음먹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의 자살 가능성과 A씨의 범행 준비·실행 과정, 수법 등이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발각 위험성과 피해자의 니코틴 음용 가능성, 피해자의 자살 등 다른 행위가 개입될 여지 등에 비추어 봤을 때, 피고인이 이러한 수법을 선택한 것이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있어 범죄 증명이 안된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 말초 혈액에서 검출된 니코틴 농도에 비추어 볼 때 흰죽과 찬물을 이용했다면 고농도 니코틴 원액이 필요해 보인다”며 “그러나 수사기관은 피고인으로부터 압수한 니코틴 제품의 함량 실험을 하지 않았고, 압수된 제품이 범행에 사용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니코틴을 음용할 경우 혓바닥을 찌르거나 혓바닥이 타는 통증이 느껴져 이를 몰래 음용하게 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공통된 전문가 의견”이라며 “의식이 뚜렷한 피해자에게 니코틴이 많이 든 물을 발각되지 않고 마시게 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자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오랜 기간 내연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살을 시도한 적 있고, 가정의 경제적 문제, 사망 무렵 부친과의 불화 후 ‘부모 의절’을 검색하는 등 여러 문제로 피해자의 불안정 정서가 심화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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