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에서 2일(현지시간) 열린 아시안컵 축구 8강전에 한국팀의 핵심 ‘스위퍼’(수비수)로 뛰었던 김민재가 경기장 밖에서 또다른 ‘스위퍼’(청소부)로 나섰다.
김민재는 이날 경기 뒤 이강인과 함께 한국팀을 상대로 한 도핑 검사 대상자로 지명됐다.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 안 도핑검사실에서 이뤄진 이날 도핑 검사는 호주 선수들이 먼저 하고 이어 한국 선수들이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대표팀에 따르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 땀을 많이 흘린 김민재가 소변 검사와 혈액 검사 등 도핑 검사를 끝내는데는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김민재와 동행했던 대표팀 관계자들은 그를 마지막으로 한국팀의 도핑 검사가 끝나고 도핑 검사실을 떠나려다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떠나려는 순간 김민재가 도핑 검사실에 흩어져 있던 수건과 남은 간식, 물병 등을 치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대표팀의 이재철 매니저는 “김민재에게 라커룸 청소해 주는 분들이 있다고, 얼른 씻고 가서 밥 먹자고 말했는데 계속 청소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민재가 ‘여기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 먹은 걸 치우지도 않고 갔다고 말하고 다닐 수도 있는데, 조금만 치우고 가자’고, ‘외국 나와서 그런 소리 들을 필요 없지 않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런 김민재의 말에 결국 대표팀 팀닥터를 포함한 대표팀 관계자들도 함께 ‘스위퍼’로 나서 호주 선수들이 먹다 남긴 간식 쓰레기까지 모두 치우고 도핑 검사실을 떠났다.
이 매니저는 “호주전 막판에 주저앉을 정도로 혼신을 다한 김민재가 너무나 피곤하고 배도 고팠을 텐데 ‘역시 월드 클래스는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정수 선임기자 /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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