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이모씨(32)는 설 연휴를 앞두고 주변 동료와 지인들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기 위해 뤼튼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앱 내 대화창에 ‘설 명절에 주변에 보낼 만한 인사말’이라고 입력하자, 5줄 넘는 분량의 정성스러운 문장이 나열됐다. 이씨가 직접 쓴 것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작문 완성도가 우수했다. 뤼튼 앱 성능에 호기심이 인 이씨는 이번에는 ‘봄에 잘 어울리는 시를 지어줘’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10줄이 넘는 시 한 편을 금세 완성해냈다. 이씨는 “과거 비슷한 앱을 썼을 땐 문장이 어색해 실망했을 때가 많았다”며 “뤼튼은 따로 손볼 필요 없이 자연스러운 결과를 도출해 앞으로 경조사 인사말을 보낼 때 유용하게 사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생성 AI 시장 선두를 노린다. 뤼튼은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표 AI 포털 서비스 기업이다. 뤼튼 포털은 오픈AI의 ‘GPT-4’ 외에도 구글 팜2,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앤스로픽 클로드2 등 대표 거대언어모델(LLM)을 무료 제공한다. 사용자는 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어에 특화한 대화형 AI 로봇을 탑재해 다양하고 유연한 답변을 제공한다.
이용자들의 호응도 매우 높다. 뤼튼 앱은 작년 3월 공식 챗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매주 10%의 높은 성장률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뤼튼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작년 3월 4만명에서 12월 150만명으로 35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재직했던 것으로 잘 알려진 와이콤비네이터에서 특출하다고 꼽을 정도로 매우 가파른 성장세다.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수 100만명을 달성한 건 초기 카카오톡과 유사한 흐름이다. 금융 혁신 앱으로 꼽히는 토스(11개월)와 비교했을 땐 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도가 높다는 뜻이다. 작년 말 기준 총 가입자수는 200만명을 넘겼다.
지난달 23~25일에는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도 1위에 올랐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역시 크리스마스 연휴를 기점으로 라이프스타일 분야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뤼튼 앱의 최대 강점은 단연 높은 완성도다. 한국인들의 스타일에 맞고, 필요한 맥락의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한다.
실제로 뤼튼 서비스 이용자 중 10~20% 정도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그룹인데, 이들은 뤼튼 서비스 이용 시 단어 선택이나 문체가 챗GPT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매월 실시하는 서비스 설문조사에서 교사 그룹은 NPS(순 추천 지수)를 항상 40점 이상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젊은 이용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질문을 음성으로 입력하는 것 외에 AI로 그림을 그려주는 기능도 갖췄다. 만약 대화창에 ‘축구 하는 남자아이 그림을 그려줘’라고 요청하면 4개 정도의 완성도 있는 그림을 제시한다. 캐릭터 AI, AI 프로필, 데일리 키워드 리포트 등 흥미 요소도 빠르게 도입했다.
이러한 기능은 특히 10~20대 사용층에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전체 이용자 중 10~20대 비율이 50~60%에 달할 정도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앱의 활용성을 키우는 데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과거 한국의 카카오톡, 일본의 라인 역시 초기 젊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 큰 성공을 거뒀다. 카카오톡의 경우 초창기 시절이던 2011~2012년 10~20대 비율이 40%, 라인은 2012~2013년 70%에 각각 달했다.
뤼튼은 앞으로도 빠른 성장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올 상반기 중 ‘LLM 추천 기능’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기능이 도입되면 사용자가 어떤 LLM 모델로 답변을 받을지 고민할 필요 없이, 뤼튼이 상황과 요구에 맞는 LLM을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LLM에 범용 AI 모델 제미나이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관련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누구나 나만의 툴과 챗봇을 만들 수 있는 ‘뤼튼 스튜디오’와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뤼튼 스토어’ 기능도 더욱 고도화한다. 이 서비스들은 작년 5월 시장에 최초로 출시됐다. 현재 기준 1만7000개의 사용사례들이 생겼다. 뤼튼은 뤼튼 포털을 통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만든 경제적 효과가 16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한다. 제고된 업무 생산성 등을 종합 감안한 것이다.
뤼튼의 영향력은 이미 시장에서 상당 부분 인정받고 있다. 그 결과 총 24개사로 구성된 생성 AI스타트업협회(GAISA)의 회장사를 맡고 있다. 한국 생성 AI 최초로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투자 유치도 원활하다. 뤼튼은 최근 시리즈A 단계의 투자까지 마무리했다. 총투자 유치액은 190억원 수준이다. 2021년 매시업엔젤스가 초기(시드) 투자했고 재작년 11월 수이제네리스파트너스, 캡스톤파트너스, 중소기업은행, 앤파트너스, 신용보증기금 등이 프리 시리즈A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6월에는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기존 투자사인 캡스톤파트너스가 투자자 주도사로 나섰으며 KDB 산업은행과 Z벤처캐피탈, 우리벤처파트너스, 하나은행, 하나증권, KB증권 등이 신규 투자사로 참여했다.
뤼튼은 올해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는 메가 플랫폼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내 MAU 500만명 달성이란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지금과 같이 고성능 LLM을 이용자들에게 연결해주면서, 생성 AI 시대에 한국에서의 네이버, 카카오톡, 일본에서의 야후 재팬, 라인과 같은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뤼튼 관계자는 “단순히 한국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일본,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메가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작년 11월 일본 법인을 세웠다. 이후 생성형 챗봇 일본 버전을 공개했다. 김기한 뤼튼 일본 사업 총괄은 “AI를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아직 관망하는 분위기여서 초석을 다지려고 빨리 진출했다”고 말했다.
뤼튼은 일본에 이어 중동, 기타 아시아 지역에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고속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차별화된 LLM 통합관제(MoM)와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통한 현지화로 국내외 인공지능 전환(AX)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수익 모델도 다양화한다. 오는 2분기부터 광고형 사업모델(BM)을 도입해 수익화 검증을 시작해나갈 예정이다. 궁극적으론 생성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생성 광고 개념을 창출해내는 게 목표다. 앞서 네이버가 검색 광고라는 새로운 개념의 광고 시장을 개척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서비스 이용의 무료 방침은 앞으로도 유지한다. 카카오톡의 문자 무료, 토스의 송금 수수료 무료와 같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광고 BM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을 미래 전략으로 설정했다.
대학가에 AI를 전파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연세대 총학생회와 학내 생성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향후 연세대 총학생회에 생성 AI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뤼튼 서비스 내 연세대 구성원을 위한 별도 기능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번 MOU는 대학가의 생성 AI 활용 경험을 확대하고 학생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추진됐다. 미래 인재 육성에 일조하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이달부터는 자사 생성 AI 프롬프톤(자연어 표현인 프롬프트와 마라톤의 합성어)과 아이디어톤 프로그램을 각 대학 단위에서 자체 개최하는 ‘뤼튼 캠퍼스 디렉터’를 공모한다.
올 설에는 ‘가상 친척’ AI 대화로 세뱃돈을 받는 이색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용자가 뤼튼 모바일 앱에서 외할머니, 삼촌, 조카 등의 AI 챗봇을 선택해 명절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각각의 AI 챗봇들은 이용자를 응원하거나, 음식을 권하거나, 질문 공세를 퍼붓는 등 설날 다양한 상황에 맞춰 대화를 진행한다. AI 챗봇 대화를 원만히 진행하면 복주머니 선물을 받게 된다. 이 복주머니에는 랜덤으로 현금과 네이버페이 포인트 등의 세뱃돈이 들어있다.
이세영 뤼튼 대표는 “2024년은 낯설었던 생성 AI가 본격적으로 우리 삶 속에 일상화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리하게 생성 AI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선보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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