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반도체(DS)부문 내 전력 반도체 개발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서버용 반도체 시장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 관련 칩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전기차, PC 등 미래 시장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삼성전자는 전력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전력 반도체 사업을 위해 ‘CSS(Compound Semiconductor Solutions)사업팀’을 신설한 데 이어 전력 반도체 설계·생산을 위한 정예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운영 중인 해당 사업팀은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신기술 도입을 목표로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현재 외부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일부 고성능 전력칩 기술도 내재화해 연내 독립적인 설계, 제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AI 데이터센터나 전기차에 고성능, 저전력을 지원하는 파워칩을 설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고 말했다.
전력 반도체는 데이터센터, 전기차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전자기기에서 전력 변환과 전류 분배, 제어 등의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최근 들어 기존 실리콘(Si) 소재 한계를 극복하는 질화갈륨(GaN), 실리콘카바이드(SiC) 등 화합물 소재의 차세대 전력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열풍과 함께 전력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슈퍼사이클(초장기호황)’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시작되면서 향후 전력 공급의 병목 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맞추려면 소형 원전, 핵융합,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여야 하는데, 오는 2050년 세계 주요 국가의 탄소중립(넷제로) 이행과 기술 상용화 측면 등을 고려하면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오는 2026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배 증가, 전력 공급 병목이 심화될 것”이라며 “전 세계 8000여개 데이터센터 중 3분의 1을 보유한 미국에서는 이미 올해부터 전력 고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인 전력 공급 부족 현상은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반도체, 2차전지 제조, 전기차, 전기히트펌프(HAVC) 등이 전기에 구동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전력기기(변압기, 전선, 구리) 업체들은 현재 고객사들과 2027~2030년 주문을 논의하고 있으며, 전력기기 슈퍼 사이클이 과거와 달리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도 최근 전력 반도체 설비를 대폭 확대하며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르네사스는 지난 2014년 10월 폐쇄한 야마나시현 고후공장을 9년 6개월 만에 재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후공장은 폐쇄 전에는 PC에 들어가는 전원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했지만 재가동과 함께 전력반도체(PMIC) 생산기지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오는 내년도 전력 반도체 생산량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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